"학교 마치고 갈 도서관·공원 갖추는 게 급선무죠"
무상급식 중단에 활동 시작
작은도서관 모임 등 활성화
교육 인프라 부족 "아쉬워"
시 교육지구사업 추진 기대

학부모단체 간부, 여성단체 전 대표, 숲 해설가….

큰 틀에서 압축한 박남희(48·사천시 정동면) 씨의 전·현직 이력이다.

4년째 교육희망사천학부모회 사무국장을 맡은 박 씨는 요즘 학부모단체 활동에 가장 신경을 쓴다. 중학생과 초등학생, 두 아이를 둔 박 사무국장은 사천이 고향이다. 그만큼 지역을 잘 알고 있기에, 내 아이가 행복하려면 이웃 아이도 행복해야 한다는 생각에 학부모단체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생각이다.

결혼 후 사천여성회 활동을 하면서 대표도 4년이나 했다. 아이가 초등학교 입학 후에는 자연스럽게 여성문제보다 교육에 더 관심을 두게 됐다. 세월호 참사와 무상급식 중단을 겪으면서 학부모단체 활동의 목적의식도 생겼다.

박 사무국장은 "교육과 관련해 지역의 학부모와 소통하고, 지혜로운 학부모가 어떤 모습일까 고민 중"이라며 "교육이 변해가고 있다는데 학부모가 교육의 한 주체로서 어디까지 참여하고, 어떻게 하는 게 올바른지가 요즘 주 관심사다"고 말했다.

170여 명의 회원이 있는 교육희망사천학부모회는 아파트 작은도서관 모임이 활발하다. 아파트마다 작은도서관이 20개 정도 있다. 박 사무국장도 자신이 사는 아파트의 '책마루 도서관'이 터전. 작은도서관 운동을 10여 년 전 시작해 사천시는 주민발의로 지원 조례를 제정할 정도로 다른 시·군에 비해 작은도서관이 활성화돼 있다.

▲ '책마루 도서관'에서 아이들과 시간을 보내는 박남희 교육희망사천학부모회 사무국장. /이영호 기자

그는 "올해부터 사천행복교육지구 사업이 시작되면서 작은도서관이 마을학교로서, 또 지역에서 새로운 학부모 활동가를 발굴하는 산실 역할도 한다"며 "앞으로는 읍·면·동사무소나 복지관에 이런 공간이 생겨 주민이 함께 모이는 장소가 되면 좋겠다"고 기대했다.

사천에 교육인프라가 부족한 것은 늘 걱정이다. 경남 시 단위 자치단체 중에서 유일하게 시립도서관이 없다. 이런저런 사정들이 원인이 돼서 자녀 교육을 이유로 사천을 떠나는 학부모가 여전히 많은 게 안타깝다.

그는 "최근에 좀 줄기는 했지만 교육이나 생활환경, 문화에 대한 갈망이 있는 학부모는 진주로 떠나는 경우가 많다"면서 "막을 수는 없고, 이유가 뭘까 계속 고민을 하는데 공단을 새로 짓는 것보다 교육인프라, 특히 도서관이나 공원에 행정이 투자를 했으면 좋겠다. 학부모의 목소리가 정책에 반영됐으면 한다"고 했다.

박 사무국장은 사천시와 교육청이 행정과 교육문제를 함께 고민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아이 키우기 좋은 사천을 만들고, 우리 아이들을 최소한 초·중·고까지는 함께 키운다는 생각을 했으면 한다"며 "이렇게 머무는 사천을 만들고 아이들이 다시 어른이 돼서 돌아오면, 인구 유출도 막고 지역경제도 살리는 버팀목이 될 것"으로 생각한다.

그래서 사천행복교육지구 사업에 대한 기대가 남다르다. "사업이 끝난 2년 후에 아이들이 학교 밖에 나왔을 때 가서 놀 곳, 함께할 친구들이 있는 곳, 맞벌이 부모가 안심할 수 있는 그런 사천, 지역공동체 문화가 살아 숨 쉬는 지역이 됐으면 좋겠다"고 기대한다.

1956년 사천군에서 삼천포시가 분리되었다가 지난 1995년 통합해 출범한 사천시. 우스갯소리로 통합시 명칭을 '칠천포'로 하자는 말도 있을 정도로 화합이 중요한 도시다.

그는 사천시를 '아령형'이라고 정의한다. 사천과 삼천포 중간지점(용현면)에 시청이 생겼지만 지리적으로, 특히 정서적으로 아직 거리감이 있는 게 현실이기 때문이다. 양 지역은 나름대로 독특한 문화와 정서를 유지하고 있고, 사천이 상대적으로 젊은 층의 인구 유입이 많다.

그는 "제가 토박이인데도 사천을 한마디로 표현하기 어려운 2개의 색깔을 갖고 있다"면서 "학부모단체와 여성단체의 활동도 한쪽 지역에 다소 치우쳐 있는 경향이 있다"고 고민했다. 그러면서 "사천과 삼천포를 넘어 다양한 성격의 시민단체가 활성화되고, 협동조합과 사회적기업도 생겨 서로 연대함으로써 지역의 문제를 해결하고, 활력이 넘치는 사천을 만들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현재 그는 '활동가'라는 직함이 가장 잘 어울리는 것 같다고 말했다. "여러 가지 일을 동시에 하지는 못하니까 앞으로 시간이 지나고 나면 숲 해설가로 활발하게 활동할 계획"이라며 "사천에도 숲이 많은데 방치되고 있어 안타깝다. 아이들과 함께 뛰어노는 상설 숲 놀이터를 많이 만들었으면 한다"고 웃음 지었다.

기사제보
저작권자 © 경남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