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자 항의로 사건 알았지만
도교육청에 보고 않고 징계만

고교생이 벌인 '여학생 사진 도용 성희롱' 사건 피해 학생과 가족의 항의로 지난달 18일 사건을 알게 된 학교 측은 <경남도민일보> 보도 이전까지도 교육청에 사건을 보고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피해자는 여고생을 포함해 10명이 넘는다.

경남도교육청은 지난해 9월 고교생이 여교사 치마 속을 몰래 촬영·공유한 사건 이후 '사회적 파장이 예상되는 학생 생활 사안은 발생 인지 즉시 보고'하라는 공문과 보고 서식을 전 학교에 보냈지만 이번에도 제대로 작동되지 않았다.

지난달 18일 대학생인 한 피해자는 가해 학생이 다니는 학교에 전화해 "ㄱ 학생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의 내 사진을 도용하고 개인 정보·성희롱 글을 함께 게시해 사이버상 명예훼손을 당했다"고 알렸다. 이어 22일에는 고교생 피해자의 부모가 학교를 방문해 항의하며 ㄱ 학생에 대한 엄중한 처벌을 요구했다.

학교는 사건 인지 시점 10일이 지난 29일에야 학교선도위원회를 열어 ㄱ 학생에 대해 특별교육이수 30시간 처분을 결정했다. 특별교육도 Wee센터(학생 위기 상담 종합지원서비스) 일정에 따라 5월 말로 예정돼 있어 ㄱ 학생은 일상에 제약없이 학교를 다니고 있다. 이 때문에 '학교 측 대처가 안일하다'는 지적이 학교 안팎에서 나오고 있다.

이 학교에 다니는 한 학생은 "ㄱ 학생이 몇 년간 큰 잘못을 저질렀지만 학교는 솜방망이 징계에 그쳤다. 이 사태를 지켜보는 친구들도 'ㄱ 학생이 잘못을 깨닫는 것은 잠시일 것'이라며 징계가 부당하다고 불만을 얘기하고 있다"고 전했다.

학교 교감은 "도교육청에 경찰 조사·처벌과 상관없이 학교 처벌을 먼저 해도 되느냐고 문의한 후 지난달 29일 선도위원회를 열었다. ㄱ 학생이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빠져들었다고 보고 치료를 하는 게 우선이라고 의견을 모았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학교는 도교육청에 이 같은 내용을 문의만 했을 뿐, 사건과 선도위원회 결정 내용을 보고하지 않았다. 학교폭력자치위원회 결정 사항은 꼭 교육청에 보고해야 하지만 선도위원회 결정은 의무 보고 사항이 아니다.

하지만, 지난해 9월 도내 한 고교에서 학생들이 여교사 치마 속을 몰래 촬영·공유한 사건 이후 도교육청은 중대 사건에 대한 보고 체계를 강화한다고 밝혔다. 당시 도교육청은 '선도위원회에 해당하는 사안으로, 사회적 파장이 예상되면 인지 즉시 유선 보고·24시간 이내 공문 보고'하라는 공문과 서식을 전 학교에 전달했었다.

이번 '사진 도용 성희롱' 사건에 대해 학교는 보고를 하지 않았고, 도교육청은 지난 2일 <경남도민일보> 보도로 사건을 인지하고서야 조사를 시작했다. 또 ㄱ 학생 처벌 이후 한 달간 아무런 조치가 없다는 지적에 따라 특별교육이수 일정을 앞당겨 8일부터 2박 3일간 진행하고, ㄱ 학생 부모 교육도 5시간 추가하기로 했다.

피해자 중에는 고교에 재학 중인 여학생도 다수 있다. 도교육청의 학생범죄 보고 체계는 제대로 작동되지 않았고, ㄱ 학교는 도교육청에 보고하지 않아도 되는 처벌을 결정한 데 대해 '안일한 대처'라는 지적을 피할 수 없게 됐다.

학교 교감은 "지난달 18일 처음 사건을 인지했을 때 경찰에서 처리하는 고소 사건으로 판단했고, 조사가 마무리되지 않은 상태에서 학교에서 ㄱ 학생을 처벌해도 되는지를 고민했다. 절차가 잘못된 부분에 대한 지적은 마땅하다고 생각한다. 우리 학생만 바라봐 피해자들에게 마음의 상처가 안 됐을까 걱정이 된다"고 해명했다.

도교육청 민주시민교육과는 "피해 학생이 특정되면 즉시 학교폭력으로 신고·접수해 학교폭력법 절차에 따라 추가 징계 절차를 밟을 수 있다. 가해 학생이 잘못을 뉘우치도록 교육적으로 접근하면서 죄에 대한 마땅한 벌이 따르도록 조치하겠다"고 했다.

이어 "학교폭력 중에서도 사이버 폭력이 증가하고 있다"며 "기존 사이버폭력 예방교육 컨설팅단 구성·운영을 강화하고, 학생자치회·학급회 주도의 언어문화개선 체험활동 등을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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