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노동자보호법 6개월째
하청업체 소속 등 '사각지대'
도, 권익보호조례 제정 추진

감정노동자보호법이 시행되고 해를 넘겼지만 감정노동자들의 처우 개선은 여전히 이뤄지지 않고 있다.

감정노동은 손님을 대할 때 자신의 감정이 좋거나 슬프거나 화나는 상황이 있더라도 기관에서 요구하는 감정과 표현대로 응대 업무를 하는 노동을 말한다.

개정된 산업안전보건법, 일명 '감정노동자 보호법'은 지난해 10월 시행됐다. 백화점이나 콜센터 갑질 등이 사회문제가 되면서 법이 개정됐다. 사업주가 고객의 폭언 등으로부터 노동자를 보호하고, 노동자는 휴식 등의 조치를 요구할 수 있다는 게 골자다. 고객상담센터에 전화를 걸면 상담원과 연결되기 전 폭언 등을 하지 않도록 요청하는 음성 안내가 나오는 등 제도적 변화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그러나 법 시행 반년이 지났지만 감정노동자들은 법 개정 전과 후의 차이를 느끼지 못한다. 창원의 한 대형마트에서 일하는 50대는 반복되는 고객들의 폭언에 심신이 지친다고 밝혔다. ㄱ 씨는 "계산대에 물건이 많이 올라가다 보면 지체될 때가 있다. 수십 개 물품을 한 번에 올리고 뒤에서 기다리는데 20~30대 사람들이 욕을 하기도 한다"며 "회사에 말을 해도 더 잘하라는 핀잔만 돌아오거나, 비정규직이라는 설움에 어디 가서 말하기도 꺼려진다"고 했다.

감정노동전국네트워크가 지난해 10월 19일부터 11월 7일까지 감정노동자 1078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를 보면 응답자 중 47.6%(494명)가 '감정 부조화와 손상' 위험집단에 속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조직의 지지와 보호를 받지 못한다'는 응답도 52.5%(541명)나 차지했다.

또 고객의 비정상적인 요구나 폭력으로부터 자유롭게 피할 수 있느냐는 질문에 '그렇지 않다'는 응답이 54.5%였다. 회사는 내가 고객으로부터 가해를 입었을 때 업무에서 제외해 쉴 수 있게 해주느냐는 질문에도 56.4%는 '아니'라고 했다.

법의 보호를 받을 수 있는 노동자는 원청업체 직원만 해당한다는 지적도 있다. 보호 의무가 하청업체에 있다 보니 하청노동자들은 법의 테두리 밖에 있는 것이다. 더구나 폭행과 폭언을 판단하는 주체가 사업주라는 점에서 노동자들이 보호를 제대로 받을 수 없다.

경남도 노동정책과는 감정노동자 보호를 위한 조례 제정을 추진하고 있다. 도 관계자는 "감정노동자 보호법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 부분이 있어 조례를 통해 권익보호와 상담센터 설치 등을 계획 중이다. 7월에 감정노동자 현황과 실태에 대한 최종용역보고서도 마련할 것"이라며 "노동 분야가 중앙중심적 정책이고, 보호법이 원청업체 주도적으로 이뤄져야 하는 점에서 미비한 점이 있는 만큼 경남도가 사각지대 해소를 위해 전문성을 키워나가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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