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자 직접 사이트에 삭제 요청
경찰 "수사 어렵다고 설명…
사건 접수하지 말라고는 못해”

고교생이 벌인 '여학생 사진 도용 성희롱' 사건에 대해 경찰이 본격적인 수사에 착수했다. 경찰은 고소장을 제출한 피해자 3명의 조사를 거쳐 가해자로 지목된 고등학생을 불러 조사할 계획이다.

문제는 앞서 피해 신고가 있었을 때 경찰의 미온적인 대응이다. 한 피해자는 2017년 경찰서에 신고 전화를 했고, 사이버팀과 통화했다. 하지만, 경찰은 ㄱ 씨에게 "해외사이트는 수사가 어려워 방법이 없다"고 했다.

결국 피해자는 혼자서 방법을 수소문해 해외사이트에 직접 사진삭제 요청을 했다. 그런데 ㄱ 씨는 올해 4월 같은 가해자로부터 추가 피해를 또 입었다. 2017년 신고를 받았을 때 경찰이 적극적으로 나섰더라면 추가 피해는 막을 수 있었다.

가해자와 같은 학교에 다니는 한 학생이 다른 피해자 ㄴ 학생에게 사진이 해외사이트에 올라온 사실을 알리면서 이번 사건의 심각성이 드러났다.

ㄴ 학생은 지난달 17일 친구로부터 받은 사진을 SNS에 올려 "모자이크 된 사진 중 자기 사진인 것 같으면 연락달라"며 피해자들을 찾았다. 학생 5명을 포함해 10명 여성이 피해를 호소했다. 이 중 3명은 경찰에 가해자를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했고, 일부 피해자는 가해자 학교에 알렸다.

ㄱ 씨는 "2017년, 해외 사이트에 내 사진과 허위 사실인 성희롱 글이 함께 올라온 걸 확인하고 사촌오빠와 마산중부경찰서에 전화를 했다. 사이버팀 경찰과 연결됐고 상황을 설명했지만 '해외사이트이기 때문에 수사 자체가 어렵다'고 하더라"고 말했다. 본인이 사진 삭제요청을 해야 한다고 해서 당시 고등학생이었던 ㄱ 씨는 사촌오빠와 영어번역을 해가며 해당 사이트에 사진 삭제요청을 했다.

ㄱ 씨는 "2017년 해외사이트에 내 사진을 도용해 글을 올린 아이디와 2019년 성희롱 글을 올린 아이디가 같다. 그때 경찰이 '이 사건은 수사가 어렵다'고만 할 게 아니라 민감하게 반응해 수사했더라면, 또 피해를 입지 않았을 테고 피해자가 늘어나는 것을 막았을 수도 있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ㄱ 씨가 신고한 경찰서 관계자는 "피해자가 경찰 누구와 통화를 했는지 정확하게 찾을 수 없고 현재 직원들은 아무도 모르고 있다. 해외에 서버를 둔 범죄는 수사가 어렵다고 설명한 것을 고소 접수를 꺼린다고 피해자가 느꼈을 수도 있다"면서도 "사건을 접수하지 말라고 하는 경찰은 없다"고 반박했다.

그러나 대응이 부실했다는 의견도 있다. 한 경찰은 "경찰이 전화 문의라고 하지만 '방법이 없다'고 대처한 것은 적절하지 않다. 해외 사이트이기 때문에 추적이 어려운 것은 맞지만, 아이디를 추적해 다른 사이트에서도 유사 범죄를 저지르고 있는지 등을 확인해 단서들을 모아가면 가해자를 찾을 수도 있다"고 했다. 서버가 해외에 있으면 경찰이 수사나 단속에 어려움이 있는 것도 현실이다. 해외사이트에 성범죄 관련 수사 협조와 자율 규제 등을 요청해도 표현의 자유를 중시하는 국가에서는 협조 요청이 안 받아들여지는 사례가 많다.

경남경찰청 사이버수사대는 "음란물 관련 미국과 일본에서는 규제가 심하지 않아 법상 단속 대상이 아니다. 국가 권력보다도 개인 프라이버시와 표현의 자유가 더 중요한 나라에서는 더욱 그렇다. 살인 등 중범죄가 아닌 명예훼손으로 경찰이 수사 협조를 요청하면 답변을 하지 않는다. 이를 개선하고자 국가와 국가, 또는 사이트에 직접 협조를 약속받기도 하지만 이 역시 해당 국가 법령·정책 기준과 일치해야 도움을 얻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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