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가 안도 다다오 삶…노출 콘크리트에 깃든 대가의 철학 속으로

제주 서귀포시 안덕면의 경사진 대지에 미술관 하나가 들어서 있다. 지형을 그대로 살리려고 서로 다른 높이에서 만나는 삼각과 긴 사각마당을 가진 공간, 제주 중산간 빛과 노출 콘크리트의 단아함이 잘 어울리는 본태미술관이다. 또 강원도 원주에 긴 길을 따라 올라가야 볼 수 있는 미술관이 있다. 굽이굽이 난 길을 건물 전체로 만든 건축물, 뮤지엄 산이다.

이름만 들어도 그의 건축물이 떠오르는 일본 출신 건축가인 안도 다다오(あんどうただお·78)의 작품이다.

▲ 안도 다다오의 손에서 탄생한 '빛의 교회'. 이 교회는 벽면 한쪽에 십자가 모양으로 창을 내 예배 시간이면 틈 사이로 빛이 들어오도록 설계됐다(왼쪽 사진). /스틸컷

◇노출 콘크리트+일본 미의식

그의 건축 세계를 들여다볼 수 있는 다큐멘터리 영화 <안도 타다오>가 개봉했다.

"창조적인 근육을 단련해야죠."

하얀 운동복을 입은 안도가 공원에서 스트레칭을 하며 말했다. 체력을 기르는 것뿐만 아니라 음악회, 미술관에 가고 다른 건축가가 만든 건물도 봐야 한다고 말이다. 가쁜 숨을 몰아쉬면서도 하고 싶은 말을 하며 움직이는 그를 보며 한평생 어떤 마음으로 살아왔을지 짐작할 수 있다.

안도는 전문적인 건축 교육을 받지 못했다. 하지만 그렇기에 무엇이든 창조하고 도전할 수 있었다.

그는 고교시절 돈을 벌 수 있는 복서의 길을 선택했지만 KO패를 당한 후 관둔다. 졸업 후 건축 현장에서 나날을 보내다 우연히 스위스 출신 건축가 르 코르뷔지에(1887~1965)의 도면을 보고 건축가를 꿈꾼다. 오롯이 혼자서 공부해야 했기에 건축물을 보고 또 들여다보는 일만 했다. 무작정 교토에서 전통 건축물을 보고 생각하고 걷고 그리고…. 유럽에서도 보고 걷고를 반복했다.

그의 건축물은 르 코르뷔지에가 처음 시도한 노출 콘크리트에 일본 전통 미의식을 더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 안도 다다오가 건축 철학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스틸컷

"건축이란 터를 읽는 일"이라고 말하는 안도는 언제나 자연과의 조화를 염두에 둔다. 이를 노출 콘크리트 건물과 빛, 물로 실현한다.

영화는 그가 젊은 시절부터 지금까지 만들어낸 작품으로 그의 가치 관을 보여준다.

그의 손에서 탄생한 건축물 가운데 시작에 불과한 '빛의 교회'를 보면 감탄이 절로 나온다. 십자가 형태의 창이 교회의 한쪽 벽면에 나있다. 예배하는 시간에 맞춰 태양의 빛이 건물 내부로 들어온다. 그 누구라도 자신을 향해 비치는 빛과 마주한다면 자신이 살아있음을 느낄 것이다.

안도는 건축은 끝난 후에도 살아있다고 말한다. 그러기에 자신의 이상을 끝까지 추구해야 한다고 말한다. 언젠가 빛의 교회 십자가 창의 유리를 빼고 싶다고 말하면서 말이다.

실제로 안도의 작품은 겉으로 볼 때 아주 단순하다. 주재료가 콘크리트다. 더군다나 콘크리트를 외부 공간으로 노출하는 공법으로 건물을 만든다. 그런데 이는 치밀한 계산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거푸집에 넣음과 동시에 만들어지기 때문에 '다시'가 없다. 그래서 안도뿐만 아니라 현장에서 일하는 모두가 매끄러운 콘크리트벽을 만들도록 마음을 모아야 한다.

회색빛 건축물 속은 예상치 못한 일들로 가득하다.

'물의 절'이라고 불리는 일본의 한 사원은 연꽃을 상징하는 둥근 연못 아래에 법당이 있다. 지하에 있는 셈이다. 그런데 환하게 빛이 쏟아져 들어온다. 강렬한 붉은빛이다. 해넘이 때가 절정이다.

▲ 건물 외벽 콘크리트를 그대로 노출시킨 안도 다다오의 작품은 단순한 듯 보이지만 치밀한 공법이 담겨 있다. /스틸컷

◇"인간과 건축은 함께 성장해야"

중국 폴리 그랜드 시어터, 미국 퓰리처 예술재단, 이탈리아 베네통의 커뮤니케이션 리서치센터 등 안도의 손끝에서 완성한 건축물이 세계 곳곳에서 숨 쉬고 있다.

하지만 실현시키지 못한 계획도 있다.

먼저 오사카의 계획들. 그는 젊었을 때 오사카 시장을 무작정 찾아가 오사카역을 중심으로 숲을 만들자고 제안했다. 언제나 거절을 당했지만 몇 번이고 자신의 계획을 설명했다. 이는 훗날 오사카에 나무를 심는 것으로 아쉬움을 달랜다. 벚꽃의 본고장 오사카에 나무를 심자며 시민들로부터 후원을 받았다. 오사카에 떠 있던 작은 섬 나카노시마 공원은 벚꽃 천지가 됐다.

그가 나무를 심었던 이유는 성장하는 요소도 건축에 중요한 부분이기 때문이다. 그는 묘목을 심은 후 달라질 도시의 10년 후, 20년 후까지를 생각하는 것이다.

안도는 미국 뉴욕 맨해튼의 세계무 역센터를 공원으로 바꾸고 싶었다. 2001년 9월 11일 무너진 건물의 밑에서 모두 다르지 않다며, 종교에 상관없이 함께 기도하고 명상할 수 있는 공간도 짓고 싶었다. 이 계획은 이뤄지지 못했다. 경제적인 효과 등도 따져야 하는 재건 사업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안도는 왜 이런일 이 발생했는지 반드시 생각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냈다.

투지가 강하고 호전적인 그는 2014년 암 선고를 받고 췌장과 비장을 제거하는 수술을 받는다. 그렇지만 그의 인생은 여전히 진행형이다. 위로 '올라가는 일'이 아니라 늘 새로운 일이기에 도전하고 진심으로 즐긴다고 말하는 안도.

성큼성큼 계단을 오르는 안도의 뒷모습으로 영화는 끝이 난다.

<안도 타다오>는 건축계 노벨상 '프리츠커상' 등을 받으며 누구나 대단하다고 말하는 누군가의 전설 같은 이야기를 영상으로 만나는 즐거움이 큰 영화다. 창원 씨네아트 리좀 등에서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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