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0일 고용노동부는 특별사법경찰관(근로감독관)을 한국지엠에 투입해 압수수색을 벌였다. 법원과 정부에서 불법파견 노동자라고 판정한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직접고용을 거부해 온 한국지엠 사용자들에 대한 수사가 본격 시작된 것이다. 한국지엠에서 벌어지고 있는 불법파견,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정규직 전환과 관련한 노사갈등은 14년이나 된 문제다. 단순히 한두 사건도 아니고 창원공장에서 일어난 작년 12월의 노사합의 미이행만이 문제가 아니다. 오히려 한국지엠 현장에서 현실적으로 존재하는 광범위한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정규직 전환문제를 해결하지 않고서는 노사관계 신뢰구축이란 기본적으로 불가능해 보인다. 신뢰형성을 위한 첫 단추는 그대로 둔 채 사용자인 경영진은 자신들의 주장만 일방적으로 하고 있다. 자동차 내수시장에서 점점 낮아지는 시장 점유율을 핑계로 경영의 곤란을 이야기하면서 비정규직 문제에 대해선 아무런 대책도 제시하지 않는 모양새다. 주장이 서로 팽팽히 맞서는 노사관계에서 중재자의 역할을 하는 사법부나 행정부의 판단이나 결정은 반드시 존중받아야 한다. 노사관계의 질서나 규범이 성립하려면 약속이나 협상절차를 상호 인정하는 기운이 선행되어야 한다. 특히 노사관계가 한쪽의 일방적인 주장이나 고집으로 치우치면 상호 동반자적인 상생은 성립할 수가 없다. 그래서 약속위반자에 대한 처벌은 엄격하게 집행된다. 사회에서 운용되는 민주적 질서를 아무것도 아닌 양 내팽개치는 행태는 단순한 약속위반이 아니라 사회의 근간을 흔들면서 사회체계를 무너뜨리는 행위와 다를 바가 없다. 눈에 보이지 않는 사회질서를 파괴하는 행위는 사회라는 공간에서 물리적 폭력을 행사하는 테러라는 행위보다 더욱 문제시해야 한다. 눈에 보이는 건물이나 시설들은 얼마든지 복구하고 재건할 수 있지만 한번 무너진 신뢰와 협력의 사회적 관계는 회복 불가능한 경우가 더러 있기 때문이다.

노사관계에서 한쪽의 책임을 묻고 그에 따른 조치를 하는 건 지극히 타당하고 정당하다. 또한, 중재자가 행하는 공정한 행위를 두고 친기업 혹은 반기업이라고 딱지를 붙이는 게 오히려 문제의 방향을 호도하는 행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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