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불신 키우는 정쟁 국회
먼지 일으켜 몸 숨기려는 꼴

요즘 대한민국 국회에서 일어나는 일을 보면서는 이런 문장을 생각하게 된다. "국회의원 선거법 개정을 국회에 주기에는 너무 못마땅하다"는 말이다. 며칠 전 자유한국당을 제외한 여야 4당이 국회의원 선거법 개정안을 신속처리 안건(패스트트랙)으로 국회 특위에서 통과시켰다. 안건에 관한 기사가 그 전에 났었는데 눈여겨볼 대목이 있다. '선거제 합의안은 의원 정수를 300석으로 유지하되 비례의석을 75석으로 늘리고, 권역별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도입'한다는 것이다. 그 뒤에는 '국민의 국회 불신 탓에 의원 수를 늘려 비례성을 강화하는 방안을 포기'한 게 아쉽다는 말도 붙어 있다.

국회의원 의석수와 국민의 불신, 이 둘은 어떤 관계에 있을까? 위에서 말한 기사대로라면, 불신이 높으니 의석수를 늘릴 수 없다는 말이다. 그 불신의 정체는 무엇일까? 국회의원이 누리는 비대한 특권, 정치가 아니라 정쟁만 일삼는 국회, 각종 부정과 비리에 연루된 국회의원들의 행태로부터 기인하는 것이라고 본다. 여기서 생각해보아야 할 점이 있다. 국회의원 수를 지금 이대로 유지하면 과연 그 '불신'은 어떻게 될까? 불신도 이대로 유지될까? 아니면 국민이 바라는 대로 불신이 점점 줄어들어 청정한 대한민국 국회로 거듭날 수 있을까?

불신을 버리고 신뢰로 가는 길 가운데 하나로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제안한 것은 2015년 중앙선거관리위원회였다. 그런데 국회에서는 그 제안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오히려 지역구를 늘리고 비례대표를 줄였다. 국회에서 받아들이지 않은 이유에 대해서는 여러 분석이 있는데, 스스로 자리를 내놓을 국회의원이 그리 많지 않기 때문이다. 이번에 나온 개정안은 지역구를 줄이고 비례대표를 늘렸다. 그러니 지금 지역구를 기반으로 한 국회의원 가운데 상당수는 지역구조차 잃게 된다는 위기감이 클 것이다. 극한투쟁으로 가는 길은 그렇게 열렸다.

이런 국회를 보면서, 일부 정당과 시민단체에서 꾸준히 끈질기게 요구하고 있는 것은 특권을 줄이고 국회의원 수를 늘려야 한다는 주장이다. 그것이 곧 '불신'을 털어버리는 길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불신의 바탕에는 집중이 있으니 분산해 보자는 주장이다. 국회의원들이 곱게 보여서 수를 늘리려는 건 아니다. 정쟁에서 정치로, 지나친 갈등과 대립에서 본연의 대화와 토론으로 가는 길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국회의장실을 점거하고 농성을 벌이면서 불신을 더하고 있다. 그 불신 뒤에 몸을 숨기고 기득권을 유지하려고 한다. 정치먼지를 일으켜놓고 그 뒤에 숨어서 자신을 지키는 일에 몰입하고 있다. 정치먼지의 정체를 제대로 살펴야 한다. 그리고 정치하는 이들이 일으킨, 그들 자신을 지키기 위한 정치먼지를 하루빨리 걷어내야 한다. 거기로 가는 길은 국회의원 선거법 개정이다. 지금 나와 있는 개정안이 다소 미흡하지만, 시작부터 크게 만족할 수는 없다.

이영균2.jpg

국회의원이 국회를 자기 방식대로만 고집하는 일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표가 아쉬우면 국민을 위한다고 하면서, 정작 국민을 위하는 일에는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는다. 국민을 위하기보다는 스스로를 위하고, 아주 지엽적이고 편협한 집단 이익만 챙기려고 한다. 그러면서 불신을 부르는 먼지를 더 심하게 일으킨다. 대한민국 정치먼지는 이렇게 심각해지고 말았다. 이제는 그들만의 먼지를 걷어내고 맑은 정치로 나아가야 한다. 정책은 정치로부터 나온다.

기사제보
저작권자 © 경남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