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10명 얼굴 사진에 다른 나체 엮어 해외사이트 게시
피해자 "경찰이 방법없다해"…학교, 가해자 특별교육 징계

한 고등학생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여학생 사진을 내려받아 해외사이트에 게시한 사실이 뒤늦에 드러났다. 확인된 피해자만 여고생 5명을 포함해 10여 명에 이른다.

경남지역 한 고교에 다니는 ㄱ 학생은 지난 1월 모르는 남성으로부터 '해외 사이트에서 사진과 이름을 봤다. 야한 걸 좋아하니 만남을 가지자'는 SNS 메시지를 받았다. 이 사이트에는 음란물이 많이 게시돼 있었다.

ㄱ 학생은 그 남성에게 사이트에 올라온 자신의 사진을 캡처해 보내달라고 해 받아 본 순간 "경악했다"고 했다. 사진에는 ㄱ 학생의 페이스북 얼굴 사진과 누군지 알 수 없는 가슴 노출 사진이 함께 게시돼 있었다. 특히 학교·이름 등 개인 정보와 성적 대상화로 취급한 글이 적혀 있었다.

ㄱ 학생은 "내 얼굴사진을 도용해 다른 여성 노출사진과 함께 사실과 전혀 다른 내용을 올려 내 명예가 훼손됐지만, 해외사이트를 활용한 범죄는 수사가 잘 안돼 처벌이 어렵다는 이야기를 듣고 체념하고 있었다. 그러다 지난 4월 사진을 올린 가해 학생과 같은 학교에 다니는 친구가 해외사이트에 내 사진이 음란한 내용과 함께 있다는 사실을 또 알려줬다. 친구를 통해 피해자가 한두 명이 아니라는 것도 확인했다"고 했다.

사태가 심각하다고 판단한 ㄱ 학생은 지난달 17일 친구로부터 받은 사진을 SNS에 올려 "모자이크 된 사진 중 자기 사진인 것 같으면 연락달라"며 피해자들을 찾았다. 사진을 확인하고 피해를 호소한 여성은 현재 10명이다. 지난해 고등학교를 졸업한 대학생도 있다. 모두 사진을 올린 남학생과 만난 적이 없는 사이다.

ㄱ 학생은 "피해자 중에는 서울 등 타지역에 살고 있어 연락이 오진 않았지만 사진 수는 10명 이상이다. 피해 규모는 더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피해자 대학생 ㄴ 씨는 "지난해 해외사이트 음란 사진과 함께 내 얼굴 사진이 올라간 것을 확인하고, 경찰에 신고했지만 '방법이 없다'는 답변만 듣고 개인적으로 사이트에 연락해 사진을 삭제했다. 그런데 이번에 또 같은 아이디를 쓴 사람이 다른 사진을 음란한 내용과 올렸다. 경찰에 명예훼손으로 신고할 계획이다"고 했다. 피해자 중 일부는 사진을 올린 가해 학생이 다니는 학교에 지난달 항의 전화를 하고, 또 다른 피해자의 부모는 학교를 찾아가 이 같은 사실을 알렸다.

▲ 경남의 한 고등학교에 다니는 가해자는 SNS에서 여성 사진을 마구잡이로 내려받아 성희롱 글을 해외사이트에 게시했다. /피해 제보자
▲ 경남의 한 고등학교에 다니는 가해자는 SNS에서 여성 사진을 마구잡이로 내려받아 성희롱 글을 해외사이트에 게시했다. /피해 제보자

가해 학생이 다니는 학교 교감은 "ㄷ 학생이 모든 사실을 시인했다. 2년 전 우연히 해외사이트에 가입했고, 장난처럼 시작한 음란물에 반응이 따라오자 지금까지 계속해서 사진을 도용해 올린 것으로 확인했다"고 전했다.

ㄷ 학생은 지난달 29일 학교 선도위원회에서 '특별교육이수' 징계를 받았다. 이에 따라 ㄷ 학생은 경남도교육청이 운영하는 Wee센터(학생 위기 상담 종합지원서비스)에서 30시간 특별교육을 받아야 한다. 학교 교감은 "선도위원회 결과, ㄷ 학생이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빠져들었다고 보고 치료를 하는 게 우선이라고 의견을 모았다"고 밝혔다.

피해자들은 강력한 처벌을 요구하고 있다. ㄴ 씨는 "내 사진과 개인정보가 말도 안 되는 성적인 글과 함께 음란물로 악용된 것을 확인했을 때 치가 떨렸다. 가해 학생이 다니는 학교 교복을 입은 남학생만 봐도 내 얼굴이 알려질까 무서웠다. 제대로 된 처벌이 따라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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