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전 정치적 부담 덜려는 듯

경남도의회로 넘어온 경남도교육청의 '학생인권조례안'을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당론으로 처리하지 않기로 했다. 이에 대해 경남학생인권조례 제정을 위한 촛불시민연대는 지난달 30일 기자회견에서 "학생인권조례 제정운동은 촛불민심에 희망의 불을 피우고 있다"며 "촛불정권, 더불어민주당이 마땅히 촛불 민심을 잘 알 것이다. 이제라도 분명한 입장을 가지고 정당에 주어진 책임을 제대로 수행하기를 바란다"고 요구했다.

민주당 원내대표단은 지난달 30일 긴급간담회에 이어 곧바로 민주당 소속 교육위원회 위원 4명과 간담회를 했다. 류경완 원내대표는 간담회 직후 "학생인권조례안을 당론으로 처리하지 않기로 했다. 절차대로 해당 상임위원회인 교육위원회 회의 결과를 지켜보고 나서 본회의 상정 때 의원마다 자유롭게 투표하는 쪽으로 의견을 모았다"고 설명했다.

통상 도의회에 중요한 안건이 올라오면 의원 개인의 자율적 판단보다는 당별로 방침 또는 통일된 의견을 결정하고 나서 처리에 나선다. 지난달 19일 제362회 임시회 제2차 본회의에서 경남도 감사권한을 삭제하는 내용 등이 담긴 '경상남도 학교급식 지원 조례 일부개정조례안'을 표결로 의결할 때도 민주당은 당론으로 처리했다. 물론 당시 민주당 의원으로는 유일하게 장규석(진주1) 의원이 반대표를 던지면서 당내가 다소 술렁이기도 했다.

지난 1월 민주당 경남도당 윤리심판원은 지난해 전반기 창원·진주시의회 원 구성 과정에서 당론(의장후보 지지 등)을 위배해 당에 해를 끼친 혐의로 두 시의회 의원 1명씩을 징계했다. 이처럼 '당론'이라는 카드는 확실한 의결 방법인 동시에 어그러지면 부담을 고스란히 당이 떠안아야 하기 때문에 '양날의 검'이다.

그렇다면 민주당 의원들이 '뜨거운 감자'인 학생인권조례안을 '당론 처리'하지 않으려는 이유는 뭘까.

민주당 의원들은 표면적으론 학생인권조례안이 박종훈 교육감 주도로 교육청이 제출한 데다, 교육과 관련된 사항은 당 대 당 대결로 '무 자르듯' 처리하기 어렵다는 점을 내세우고 있다.

내부적으로 의원 간 토론은 물론 도의회가 찬반 양측 의견을 제대로 수렴하지 못한 상황이므로 처리 시기를 미뤄야 한다는 기류도 감지된다.

또 다른 측면은 '내분을 경계'하기 때문으로 보인다. 34명의 민주당 도의원 모두 이른바 '진보 성향'으로 분류할 수 없는 만큼 학생인권조례안이 애초보다 후퇴했다고 여기는 의원도 있고, 보수적인 의원은 조례 제정에 반대 뜻을 밝히는 상황에서 자칫 당론 채택이 내부 분란을 일으킬 소지도 있기 때문이다.

의원들 개인적으로도 찬성 또는 반대를 요구하는 민원과 압박이 많아 벌써 부담과 피로감을 호소하고 있다. 또 이번 표결의 영향으로 지지세 이탈과 향후 자신의 선거에 영향을 미치지 않을까 우려하는 지점도 있다.

하지만, 무엇보다 내년 총선(2020년 4월 15일)을 앞두고 당론 처리 때 안게 될 '정치적 부담감'을 덜어내려는 것 아니냐는 해석에 무게가 실린다.

학생인권조례안이 당론으로 통과되면 반대쪽의 정치적 공세는 말할 것도 없고, 부결되더라도 범민주당 지지층인 찬성 쪽 대거 이탈도 우려되는 탓이다. 한마디로 '빼박(빼도 박도 못하는)'으로 가는 상황만큼은 피해보겠다는 전술 채택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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