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녀 사생활 침해 부모는 괜찮은가요
청소년 유해정보차단 앱…CCTV 달고 사는 수준

2015년 4월 16일 이후 '전기통신사업법시행령' 일부 개정령에 따라 이동통신사 대리점은 청소년에게 판매하는 스마트폰에 유해매체물을 차단할 수 있는 앱을 반드시 설치해야 한다. 스마트폰을 활용한 범죄나 피해를 막고 음란물 유통을 막기 위해 의무적으로 유해정보차단앱을 설치해야 하는 것이다. 대상은 SKT, KT, LG U+ 및 알뜰폰 가입자 모두 포함된다. 앱은 반드시 1종 이상 깔아야하며 탈옥 및 루팅, 어떠한 방법으로도 앱을 삭제하면 15일 후 부모에게 자동으로 통보된다.

새 학년 시작과 함께 초·중·고등학생들 사이 스마트폰을 통한 교류가 활발해지면서 부모의 스마트폰 통제를 둘러싸고 갈등이 늘고 있다. 특히 이용시간 제한, 앱 사용 현황 확인, 문자·통화·검색기록 실시간 모니터링이 가능한 '자녀 스마트폰 통제 앱'에 대한 청소년들의 반발이 거세다. 청소년이 음란물에 무방비하게 노출되는 것을 막고, 따돌림과 자살 등을 예방하기 위한 명목으로 만들어진 이 법은 여러 가지 문제점을 가지고 있다.

우선 청소년 유해물 차단 앱은 기본적으로 청소년들의 사생활을 침해한다. 이 앱은 해로운 사이트의 차단이 전부가 아니다. 사이버폭력으로 의심되는 문자들을 감지해 부모에게 연락을 주기도 하고, 부모가 스마트폰 사용시간을 조절하게 할 수도 있다. 뿐만 아니라 자녀의 위치정보조회까지 할 수 있게 되어있다. 이쯤 되면 청소년들은 단순한 스마트폰이 아니라 그냥 CCTV를 달고 다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청소년들은 부모의 관리 대상이 아니며, 이것은 명백한 사생활 침해이자 개인정보 자기 결정권 침해라고 할 수 있다.

다음으로는 심의(차단)제도의 논란이다. 어디까지가 유해한 사이트고, 해로운 단어인지 그 판단성이 모호한 경우에 대한 대비부족이다. 친구에게 연필을 빌려달라는 문자에 갈취가 의심된다며 친구 부모님께 연락이 간 사례만 봐도 황당한 차단의 경우가 얼마든지 있을 수 있다는 걸 알 수 있다. 반면에 욕설이 심하게 담긴 한 유튜브가 차단 없이 재생되는 것도 심의 기준에 대해 의문을 가지게 한다.

청소년 유해물 차단 앱. 청소년의 왕성한 호기심과 자제력이 부족하다는 게 이유라면 이런 통제 시스템보다는 책임에 대해 적극적으로 가르쳐 주는 것이 더 효율적일 것이다. 방통위는 이런 앱을 동반한 건전한 '청소년 휴대폰'이라는 말을 앞세웠지만 사실상 '감시 휴대폰'이나 다름없다. 청소년을 위한다는 말로 그들을 통제하게끔 되어 있는 이 법이 과연 진짜 누구를 위하는 것인지 다시 한 번 살펴볼 필요가 있다.

이러한 제재가 과연 효과가 있을지도 의문이다. 청소년들도 개인의 사생활이라는 것이 있는데 자유를 뺏는다는 생각도 들 것이고 내 폰을 감시하고 있다는 느낌도 들 것이다. 이제는 모두의 일상이 된 스마트폰, 과연 언제까지 유해물 차단앱이라는 물리적인 통제가 정답이라고 우길 수 있을지 정말 의문이다.

※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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