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제와 관리 대상 아닌 '우리가 주인공'
"교실 안팎 변화 신호…시대 동떨어진 늪 탈출 과제"

경남학생인권조례를 두고 아직까지 반대의 목소리가 크다. 보수단체나 기독교단체들이 가장 앞장서고 학교현장에서 교권이 더욱 약화되고 침해될 것을 걱정하는 사람들이 공감하고 있는 듯하다.

학생인권조례가 그렇게 극단적으로 반대로 맞서서 싸울 일인지, 또한 그 조례 하나가 생겨남으로 해서 과연 실제 학생들에게 미치는 영향은 또 무엇일지 궁금해진다.

지금의 우리 학교는 어떠한가? 학생과 교사들은 목표와 열정이 없고 교실에선 엎드려 잠자는 학생들이 부지기수다. 학생이 교사를 폭행하는 뉴스가 주기적으로 흘러나오고 학교폭력으로 입시부담으로 자살하는 학생들이 끊이질 않는다. 한편에선 교사들의 교내 성폭력 사건이 터지고 학생들 사이에선 스쿨미투 운동도 일파만파 번지고 있다. 교육제도는 갈팡질팡 언제나 헛발질이고 학생들은 여전히 야간자율학습과 입시학원으로 떠밀린다. 공부 때문이든 휴대폰 때문이든 학생들은 잠 못들고 세계 최고 수면부족 청소년들로 넘쳐 난다.

진정 바라봐야 할 것은 이런 기막힌 우리의 학교 현실이다. 학생인권조례 하나 만든다고 학생들의 삶이 달라지고 변화될 리 있을까? 학생인권조례가 필요하다는 말도 맞고 그것이 현실과 배치되어 부작용만 확대되는 빛 좋은 개살구란 지적도 당연히 일리가 있다. 그러나 진짜 문제는 어쩌면 학생인권조례 그 너머에 있을지 모른다.

한 가지 확실한 건 있다. '학생들이 대체 무슨 잘못인가?'이다. 지금의 뜨거운 감자를 삼킨 듯 답답한 학교 현실은 학생들이 만든 것이 아니다. 우리 사회가 그런 학교를 원했고 그런 교육을 받고 나온 국민들을 원했을 뿐이다.

▲ 학생인권모임 '지금'이 지난해 11월 3일 학생의 날에 '우리가 원하는 학교'라는 주제로 학생인권수다회를 열고 피켓 퍼포먼스를 진행한 모습. /경남도민일보 DB

우리 사회는 엄청난 속도로 변화했지만 학교는 여전히 획일적인 입시교육과 학생들을 통제와 관리의 대상으로만 보던 과거 속에서 벗어나지 못한 것이 현실이다.

어쩌면 이것이 대한민국에 학생인권조례라는 결과를 만들었는지 모른다. 맞다. 분명히 학생들의 인권이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것은 엄연한 사실이고 우리 사회의 미래인 청소년들의 인권의식 수준도 중요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러나 그런 당위가 또한 현실을 무시해서도 곤란하다. 지금의 학생인권조례를 완벽한 바이블처럼 만들려고 노력한다면 그것 또한 무모한 아집일 수 있다.

학생인권조례를 보며 다 같이 고민해야 할 명확한 지점은 '진정 학생들을 위한 것이 무엇인가?'이다. 학교현장에서 부딪히는 부분이 있더라도 그것이 학생들을 위한 것이라면 받아 들여야 한다. 역으로 학생인권조례가 오히려 교육적 가치를 훼손하고 학생들의 권리를 일그러지게 할 소지가 있다면 그 역시 수정하고 보완해야 한다. 그것 역시 오로지 학생들을 위해서이다.

학생인권조례가 생긴다고 과연 무엇이 그리 바뀌겠는가? 몇몇 학교 현장에서 잡음이 있고 뉴스거리가 만들어지겠지만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닐 것이다. 부디 학생인권조례가 지금의 일그러진 대한민국 교육을 바르게 변화시켜 나가는 그 방향과 같이하길 바랄 뿐이다.

학생인권조례 찬반에 보이는 관심과 행동들이 반드시 향해야 할 곳이 있다. 그것은 시대와 동떨어져 과거의 늪에서 허우적대는 우리 학교와 그 속에서 힘겨워 하는 우리 학생들의 현실이다. 학생인권조례 제정이 그 끝일 수 없다.

※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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