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공부품기업에는 '시간이 돈', 2015년부터 준비해 올해 구축
소모품 소진시기 자동알림체계, 즉각 대응으로 업무효율 높여

경남지역은 현재 500여 제조 중소기업이 스마트공장 전환에 발 들이고 있다. <경남도민일보>는 이들 중소기업이 스마트화 과정에서 어떤 어려움을 겪었는지, 스마트화 이후 구체적으로 어떤 효과를 얻고 있는지, 그리고 이 같은 경험을 토대로 개선해나가야 할 점은 무엇인지 등을 생생한 기업 현장 사례를 통해 살펴보고자 한다.

㈜율곡(대표이사 위호철)은 한국항공우주산업(KAI) 협력회사로 항공기 부품 가공 및 조립을 전문으로 한다. 1990년 설립 이후 현재 창원·사천·산청공장을 두고 있다. 매출액은 지난해 880억 원이었고, 2020년 2000억 원을 목표로 하고 있다. 전체 직원은 현재 500명을 넘는다.

율곡은 지난해부터 올해에 걸쳐 창원·사천공장에 '대·중소 상생형 스마트공장'을 구축했다. 우선 장비모니터링시스템을 도입한 것인데, 온라인네트워크를 통해 '공정별 가동률' '실시간 생산량' 자동집계를 할 수 있게 됐다. 율곡은 도입 과정에서 치밀한 계획을 세웠다. 뚜렷한 목적-철저한 준비-정부 지원 활용이다.

율곡이 스마트공장에 관심을 둔 건 2015년이다. 이동환 설비보전팀 부장은 그 이유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경기가 전 세계적으로 어려운 상황이었습니다. 가만히 있으면 도태될 것 같다는 위기감이 컸습니다. 전 사원이 우리 스스로 헤쳐나가자는 데 공감대를 이뤘습니다. 그 방법이 뭘까를 고민하다 스마트공장에 눈 돌리게 됐습니다. 우리 회사 같은 경우 특히 장비·설비가 멈추지 않고 계속 돌아가는 게 중요한데, 그러한 부분에서도 스마트공장 도입이 꼭 필요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뚜렷한 목적의식이 있었지만, 섣불리 덤벼들지 않았다. 율곡은 스마트시스템 구축 업체인 와프(대표 김민구)와 긴 시간을 두고 머리를 맞댔다. 그리고 2017년 시범 장비 실습을 거치면서 스마트공장 도입에 대한 확신을 얻었다. 율곡은 다음 단계로 정부 지원 활용을 위해 경남지방중소벤처기업청 등과 긴밀한 협의를 진행했다. 율곡은 창원·사천공장 스마트시스템 도입에 3억 원가량을 들였다. 국비 60%, 도비 10% 지원으로 기업 자부담은 30% 수준이었다.

마침내 지난 3월 창원·사천공장에 '장비모니터링시스템'을 동시 도입했다. 모든 장비의 소모품 정보 하나하나를 전산으로 입력했다. 이에 소모품 소진 시기가 되면, 자동 알림 메시지가 뜬다. 사장을 비롯해 전 직원은 현장 모니터 및 개인 PC를 통해 정보를 확인할 수 있다. 특히 회사 설비보전팀 직원들은 휴대전화로 실시간 알림을 받는다. 1분 1초가 아까운 현장에서 즉각적인 대응에 나설 수 있는 것이다. 과거에는 소모품 하나 때문에 전 공정이 멈추고, 그 원인을 찾는 데 하루를 허비하기도 했는데, 이젠 그럴 일이 없게 됐다. 데이터가 축적되면 사전 예방 조치도 가능하다.

▲ 율곡은 올해 창원·사천공장에 '대·중소 상생형 스마트공장'을 도입, 장비모니터링시스템을 구축했다. 이동환 부장이 사천공장 생산 현장에 설치된 장비 모니터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남석형 기자

이곳 시스템 구축을 도운 김민구 와프 대표는 이렇게 말했다.

"장비 고장 후 다시 작동하기까지의 시간을 크게 단축했습니다. 율곡이 특히 강조했던 부분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과거에는 담당자가 장비 정보를 엑셀로 하나하나 입력해 보고서를 만드는 식이었습니다. 이젠 그러한 시간을 다른 곳에 활용할 수 있습니다. 특정 시간대 부하량, 장비 문제에 대해 심도 있는 분석으로 효율적인 공정을 이어갈 수 있죠."

율곡은 스마트시스템 도입 전후 수치를 이렇게 설정해 놓고 있다. 설비 고장 건수가 기존 510여 건에서 이제 410여 건으로 20%가량 감소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설비 보수 비용도 연 4억 8000만 원에서 4억 1000만 원으로 15% 줄어들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 감소 비용만 해도 지금까지 스마트공장 도입에 들어간 자부담과 맞먹는 수준이다. 납기 준수율은 85%에서 95%까지 끌어올릴 수 있다고 자신한다.

율곡은 현재 기초-중간1-중간2-고도화 단계 가운데 중간1에 해당한다. 궁극적으로 고도화 단계까지 이르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를 위해 정부 지원 프로그램을 계속 활용하고 있다. 계획 중인 사업비는 6억 원가량으로 5월에 지원 여부 결과를 받는다.

이 부장은 스마트공장 도입에 흡족함을 나타냈다.

"스마트시스템은 사원 전체 공감대가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왜 필요한가에 대한 부분이죠. 스마트공장이란 무인화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닙니다. 업무를 더 효율화하는 데 목적을 두고 있습니다. 한 달 혹은 1년 내내 모으고 작성해야 하는 정보·보고서를 클릭 한 번으로 가능케 합니다. 그동안 가욋일 때문에 지쳤던 에너지를 본연 업무에 집중할 수 있게끔 하는 것이죠. 이런 구조가 정착되면 생산성 향상으로 이어지고, 결국 물량 증가에 따른 고용 확대도 기대할 수 있을 것입니다."   

기사제보
저작권자 © 경남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