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부, 특별사법경찰 본사·창원·부평공장 투입
비정규직지회 "노조파괴 정황도 함께 밝혀내야"

고용노동부가 한국지엠 압수수색에 나섰다. 그동안 지지부진하던 한국지엠 불법파견 수사가 속도를 내는 모양새다.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이번 수사를 통해 한국지엠의 파견법 위반이 명백히 밝혀지길 기대했다.

창원노동지청은 30일 오전 8시 30분부터 불법파견 혐의에 대해 한국지엠 창원공장에 특별사법경찰관(근로감독관) 25명을 투입해 압수수색을 벌였다. 이날 같은 시각 인천북부노동지청도 부평공장과 본사를 압수수색했다.

◇"불법파견 밝혀내야" = 창원노동지청은 이날 압수수색을 통해 관련 문서 등을 확보했고, 디지털 포렌식 등 전문적인 조사를 하고자 부산고용노동청에 의뢰하기로 했다.

최대술 창원노동지청장은 "수사 진행 중인 사항이라 자세한 언급은 할 수 없다"며 "수집한 내용은 분석해봐야 증거 여부 등을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금속노조 한국지엠 창원·부평·군산 비정규직지회는 지난해 1월 대검찰청에 카허 카젬 한국지엠 사장을 파견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고소했었다. 대검찰청은 창원지검 등 각 지검으로 사건을 넘겼고, 지검은 노동지청을 지휘하며 수사를 하고 있다.

창원노동지청은 지난해 5월 한국지엠에 창원공장 비정규직 노동자 774명을 불법파견으로 보고 직접 고용하라는 시정명령을 내렸다. 인천북부노동지청도 그해 9월 부평공장 비정규직 888명도 불법파견이라고 결론 내린 바 있다. 그러나 한국지엠은 여태껏 직접 고용명령을 이행하지 않고 있다.

전국금속노동조합 한국지엠 창원비정규직지회는 이번 압수수색으로 불법파견 등이 드러날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창원비정규직지회 관계자는 "시간이 많이 지나서 증거를 없앴을 가능성도 있긴 하지만, 지금이라도 압수수색을 하는 것이 다행스럽다"며 "지난해 2월 부당노동행위 고소 건도 있었는데, 검찰은 증거가 없다고 했었다. 이번 압수수색으로 노조 파괴 정황도 함께 밝혀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법원 "정규직 맞다" = 한국지엠 비정규직 노동자에 대해 '한국지엠의 노동자(정규직)'라는 법원 판결은 이미 나와 있다.

지난 2월 인천지법 민사11부는 한국지엠 창원공장 비정규직 노동자 38명이 사측을 상대로 정규직으로 인정해달라고 낸 '근로자지위확인소송'에서 "원청과 하청 관계, 공정 등을 살펴본 결과 도급 관계라고 볼 수 없으며 파견 관계가 인정된다"고 했다. 부평·군산공장 비정규직 노동자 45명은 지난해 2월 같은 판결을 받았다.

창원지법 민사5부도 지난 2월 창원공장 비정규직 노동자 111명에 대해 "2007년 라인 재배치 이후에도 방식과 정도가 바뀌었을 뿐 여전히 한국지엠이 사내협력업체 노동자에 대해 지휘·감독을 하고 있다"며 "한국지엠의 노동자임을 확인한다. 사측은 고용 의사를 표시하라"고 했다. 특히 창원지법 재판부는 비정규직 노동자가 정규직이었다면 받았을 임금 차액분도 지급하라고 했다.

금속노조 경남지부는 "잇따른 소송이 모두 같은 내용이다. 사측은 시간 끌기만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한국지엠은 최근 창원과 인천에서 패소한 소송에 대해 항소했다.

한국지엠 불법파견과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 건은 14년째 끌어온 문제다. 2005년 노동부는 한국지엠 창원공장 6개 업체 843명에 대해 불법파견을 인정했다. 대법원은 이 사건과 관련해 2013년 한국지엠 사장에게 벌금 700만 원을 확정했으나 정규직 전환 후속조치는 없었다. 이에 창원공장 하청노동자들은 2013년 '근로자 지위확인소송'을 제기해 2016년 대법원으로부터 원청 지시를 받고 일했기에 불법파견임을 인정받았다. 한국지엠은 지금까지 이들 5명만 정규직으로 전환했다.

기사제보
저작권자 © 경남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