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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에게 드리는 편지] 당신은 무엇으로 출퇴근하시나요?

김주완 기자 wan@idomin.com 입력 : 2019-04-30 14:04:55 화     노출 : 2019-05-01 00:00:00 수

저는 요즘 출퇴근을 시내버스로 하고 있습니다. 두어 달 되었는데요. 여러 가지로 좋은 점이 많더군요.

그럼 예전에는 뭘 타고 다녔느냐고요? 택시였습니다. 물론 시외 출장 때는 시외버스나 고속버스, KTX를 이용하지요.

저는 원래 승용차도, 운전면허도 없습니다. 가끔 주변 사람들이 “신문기자가 차도 없이 불편하지 않으냐”고 물으면 “도로에서 손만 들면 기사 딸린 자가용이 내 앞에 와서 서는데 뭘”이라고 호기롭게 말할 때도 있었습니다. 스마트폰 택시 앱이 나온 후에는 “손만 들면”이란 표현이 “폰으로 터치만 하면”으로 바뀌었지만요.

제가 언제부터 택시만 타고 다녔는지는 기억도 가물가물한데요. 아마도 지금 살고 있는 아파트 쪽 해안도로에는 시내버스가 다니지 않는 데다, 이전에 살던 아파트는 회사와 거리가 어중간하게 가까워서 주로 걷거나 택시를 탔던 것 같습니다. 그러고 보니 약 20년 세월 동안 시내버스를 타지 않았군요.

때문에 택시비도 꽤 들었습니다. 하루에 출퇴근만 하는 게 아닌 데다 휴일에도 움직일 땐 어김없이 택시를 탔고, 시외 출장 때도 그 지역 안에서는 무조건 택시를 탔으니 적어도 월 30만~50만 원 정도는 택시비로 나갔을 겁니다. 실제 ‘뱅크샐러드’(금융기관, 카드사 등과 연동해 자동으로 가계부를 작성해주는 스마트폰 앱)에서 보니 지난 2월 한 달 교통비는 43만 원이더군요.

그러던 3월 어느 날이었습니다. 제가 쓰고 있는 만보기 앱 ‘캐시슬라이드스탭업’을 보니 하루에 1만 보는커녕 2000~3000보 정도에 불과했습니다. 따로 하는 운동도 없는데 걷기조차 이 정도라니….

그래서 생각한 것이 시내버스 타기였습니다. 우선 집에서 가장 가까운 버스 정류소를 찾아봤습니다. 마산어시장, KT서마산지점, 마산합포구청, 이마트(마산점) 등 정류소가 있더군요. 거기까지 걷는 시간과 노선을 몰라 헤매는 시간까지 감안, 평소보다 30분 일찍 집에서 나서기로 했습니다. 물론 ‘창원버스’ 앱도 깔았습니다.

이렇게 하여 버스를 탄 지 두 달이 다 되어 갑니다. 우선 아침이 달라졌습니다. 예전에는 잠에서 깨면 세수도 안 한 상태에서 컴퓨터를 열고 밤사이에 올라온 각종 SNS 글을 확인하고 뉴스를 보며 미적미적 시간을 보냈습니다. 그러다 출근시간이 가까워지면 그제서야 후다닥 씻고 나서느라 늘 바빴죠. 그래서 이왕 바꾸는 김에 그런 습관도 바꾸기로 했습니다. 일어나면 곧바로 씻은 후 다음 행동을 하기로 말입니다.

그랬더니 아침시간이 한결 여유로워지더군요. 언제든 나갈 준비가 된 상태이다 보니 남은 시간이 오롯이 하루를 구상하는 시간이 되었습니다. 단지 순서만 바꿨을 뿐인데 같은 시간이 이렇게 달라지더군요. 스마트폰 앱을 열고 오늘 일정을 확인하고, 추가로 해야 할 일을 입력합니다. 그리고 그 일을 어떻게 할지 구상하고요.

집을 나서 정류소까지 걸으면 그동안 눈에 들어오지 않았던 풍경과 사람들이 보입니다. 버스에 앉으면 ‘캐시슬라이드스탭업’을 열어 쌓인 캐시를 터치해 적립합니다. 그리고 창밖으로 눈을 돌려 거리를 봅니다. 버스는 택시보다 높아서인지 그동안 못 봤던 건물과 간판이 보입니다.

“어! 저기 기원이 있었네. 마산에도 고시원이 있군. 원룸형에 개인 욕실까지 갖췄다고? 그러고 보니 새마을금고도 곳곳에 있네. 목돈이 생기면 저기서 비과세 출자금 통장이라도 하나 만들어볼까?”

버스 안 사람들을 구경하는 재미도 쏠쏠합니다. 한 번은 어시장 정류소에서 할머니 10여 명이 한꺼번에 탔는데, 맨 뒷자리에서 보니 헤어스타일이 모두 똑같은 겁니다. 빙그레 쓴웃음이 나오더군요.

처음엔 버스에서 내릴 때 교통카드를 대는 사람들을 보고 “어? 내릴 때도 저래야 하나?”하고 의아해하기도 했습니다. 가만 보니 30분 이내에 환승할 사람들만 그러는 것이었습니다. 예전에 제가 버스 타고 다닐 때는 환승제도라는 게 없었거든요. 환승을 하면 버스요금이 공짜라는 것도 신기했습니다.

과거엔 다른 도시에 가면 지리를 모른다는 핑계로 택시를 탔는데, 최근 진주 혁신도시에서 강의가 있었습니다. 시외버스에서 내려 강의 장소까지 버스 타기에 도전했습니다. 물론 성공했고요. 그럴 때마다 작은 성취감도 느낍니다.

무엇보다 좋은 것은 제 삶이 한층 느긋해졌다는 겁니다. 그래서 더 즐거워졌습니다. 덤으로 여윳돈도 생겼습니다. 한 달 내내 버스를 타도 10만 원이 넘지 않습니다. 월 30만~40만 원이 남는다는 말입니다.

혹시 자가용으로 출퇴근하시는 분들도 한 번 시도해보십시오. 출근 후 퇴근까지 종일 주차해놓기만 하는 자가용, 너무 비효율적이지 않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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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주완 기자

    • 김주완 기자
  • 편집국장을 거쳐 현재 이사/출판미디어국장을 맡고 있습니다. 월간 <피플파워> 간행과 각종 출판사업, 그리고 인터넷을 비롯한 뉴미디어 업무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