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사 출신 정치인
“도민 건강지킴이 되겠다”

윤성미(자유한국당·비례·59) 의원 어릴 적 꿈은 화학자였다. ‘롤모델’도 있었다. 남편과 함께 방사능을 연구해 최초로 방사성 원소 폴로늄과 라듐을 발견한 퀴리부인. 하지만, 어머니 권유로 약대에 입학했고, 30년 넘게 지역에서 약국을 운영했다. 윤 의원은 지난해 6·13 지방선거를 통해 ‘동네 약사’에서 도의원 후보로 변신해 제11대 경남도의회에 입성했다.

윤 의원은 경영하던 약국을 정리하고 부족한 공부를 더 해보고자 대학원에 등록해 임상약학부분 석사를 따고 사회봉사의 길로 첫발을 내디뎠다. 지금까지 누려왔던 윤택한 삶을 조금이나마 사회에 환원하고자 하는 마음이었다고 했다. 그렇게 10년 세월이 지나가는 순간, 정치인 윤성미의 ‘터닝포인트’는 참 우연하게 찾아왔다.

정치에 발을 들이게 된 계기는 ‘마약사범’ 때문이었다. 경남마약퇴치운동본부장을 맡으며 마약으로 고통받는 이들을 수없이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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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성미 의원이 경남사회서비스원 설립 공청회에서 발언하고 있는 모습. /경남도의회

“도의원이 되기 전엔 치료와 재활교육을 위해 수시로 교도소에 있는 마약사범을 만났어요. 겹겹이 쌓인 철문을 세 개나 지나고 나서야 교도소 마당에 들어서 교정공무원과 악수를 한 후 신분증을 다시 받아서 정문을 나설 때 비로소 ‘오늘 마약사범들의 치료와 재활교육 강의를 마치게 되는구나’ 싶었습니다. 돌이켜보면, 마약퇴치운동본부장으로서 교도소 교육을 비롯해 초·중·고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약물 오·남용방지 교육, 노인대학에서의 건강강의에 이르기까지 참 분주하고 바빴던 세월이었습니다. 교도소 교육 갔을 때 한 장면이 떠오릅니다. 대부분 ‘한 인간을 송두리째 파괴하는 마약이라는 약물을 진작부터 알았다면 쉽게 손을 대지 않았을 텐데…’라며 눈물을 흘리며 후회하던 장면이 잊히지 않습니다. 마약으로 말미암은 폐해와 정신적 고통은 한 개인에게 국한된 문제가 아닌 사회적 문제를 넘어선 글로벌한 문제가 되고 있었습니다. 이미 대한민국은 ‘마약청정국가’라는 이름을 잃은 지 오래되었습니다. 정치인 중에 마약 문제 심각성을 제대로 아는 전문가가 없었습니다. 조금이나마 제가 갖춘 능력과 지식으로 도민들에게 보탬이 됐으면 하는 마음으로 정치에 입문하게 됐습니다.”

윤 의원은 지난해 제357회 정례회 제4차 본회의 때는 ‘상호 등에 사용되는 마약 용어 확산 금지 촉구’ 5분 자유발언을 하기도 했다. 언젠가부터 슬그머니 청소년들이 주로 먹는 떡볶이, 김밥, 피자 등에 마약이란 낱말이 붙는 게 영 마뜩잖았기 때문이다. 임기 동안 기호식품에 마약이란 용어를 사용할 수 없도록 하는 조례도 추진할 계획이다.

윤 의원은 최근 세상을 떠들썩하게 한 ‘버닝썬 사건’과 관련해서도 마약, 성매매, 조세회피, 불법 촬영물 공유혐의 등 수사가 진행될수록 진원지를 알 수 없을 정도로 거대한 범죄의 실상에 몸서리친다고 했다.

“이번 버닝썬 사건을 계기로 청소년 시기부터 약물 오·남용과 알콜, 흡연, 마약류 폐해와 중독 등 위해성과 관련된 강도 높은 교육을 시행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면서도 ‘내가 정치에 입문하게 된 계기가 바로 이러한 범죄를 미리 예방하고자 함이 아니었던가?’라는 점도 되새긴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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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남도의회 의원연구단체인 보건정책연구회가 지난해 10월 29일 통영시 사량면 돈지마을을 찾아 주민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경남도의회

윤 의원은 외딴 섬에 사는 노인들을 주로 치료하는 ‘병원선’에도 관심이 많다. 경남도가 병원선을 한 척 더 늘려 거동이 불편한 어르신들을 더 잘 챙겼으면 한다고 했다. 실제 남해 낙도 병원선을 직접 타면서 병원선 운영과 관련한 애로사항을 청취해 부족한 부분을 예산에 반영하기도 했다.

그뿐만 아니라 윤 의원은 후진국 전염병이라고 알려진 ‘결핵’이 학교와 요양기관 등에서 감염이 생겨 확산하자, 경남 전체 전수조사를 하자고 제안하기도 했다.

지난해 정부와 경남도공직자윤리위원회가 ‘6·13 지방선거 선출직 공직자 재산등록사항(2018년 7월 1일 기준)’을 공개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도내 1위는 118억 2835만 원을 신고한 고정이(자유한국당·비례) 거제시의원, 2위는 61억 9470만 원을 신고한 강병주(더불어민주당·가선거구) 거제시의원, 3위는 윤 의원이 52억 3325만 원을 신고하면서 도내 정가를 뜨겁게 달구기도 했다. 윤 의원은 “제 재산도 아닌데요. 뭐. 모두 사업하는 우리 남편 것이랍니다”며 말했다.

이 밖에 뜻을 같이하는 의원들과 정책연구와 대안 제시 등을 위한 연구단체인 ‘보건정책연구회’도 꾸리는 등 의욕적인 활동을 펼치고 있다. 작년 마산의료원 현지 의정활동에선 반드시 필요한 의료장비가 부족하다는 이야기를 듣고 동행한 의원들과 함께 집행부에 건의하기도 했다.

이러한 열정적인 의정활동은 ‘2018 자랑스러운 도의원상 수상’으로 이어졌다. 윤 의원은 “더 열심히 일하고, 더 부지런히 살피고, 더 정확하게 도정업무에 매진하라고 주시는 귀한 상으로 여기고 있다”며 웃었다. 경남도의정회(회장 이춘옥)는 지난 2015년부터 ‘도민을 위해 고민하고 노력하는 도의회가 되기를 바라’며 한 해 동안 애쓴 도의원에게 자랑스러운 도의원상을 시상해 오고 있다.

윤 의원은 도의회 내 더불어민주당과의 협치에 대해서도 생각이 깊었다. 윤 의원은 이 대목에서 인도 민족운동 지도자 마하트마 간디를 소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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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성미 의원. /경남도의회

“인도가 영국 식민지였던 시절, 온건 정치인과 급진주의자, 테러리스트, 의회정치주의자 등 사이에서 갈등을 조정하고 화해시킨 분이잖아요. 도의회에도 엄연히 여당과 야당이라는 게 있지만, 생각의 밑바탕엔 늘 도민의 안녕과 살림살이가 먼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상대 입장을 생각하고, 충분한 이유와 설득력으로 협치할 생각입니다.”

요즘 펼쳤던 책은 이국종 교수가 쓴 <골든아워>다. 생명이 위급한 상황에서 ‘골든타임’을 지키고자 응급의료시스템을 최대한 가동하기 위한 권역별 외상센터 구축에 대해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정치인으로서 ‘골든타임’이런 무엇일까, 라는 고민과 함께.

그러면서 닮고 싶은 정치인의 본보기로 얼마 전 뇌종양으로 타계한 미국 상원의원 존 매케인을 언급했다. 그가 임종 전 메시지로 남긴 “내게 고통스러웠던 날이나 행복했던 날이나 그 어느 날도 다른 이의 위대한 날과 결코 바꾸지 않겠다”는 점을 소개했다. 윤 의원은 지금도 ‘무엇이 매케인으로 하여금 그런 마지막 말을 하도록 했을까?’ 생각하며 그처럼 희생과 봉사로 위대한 삶을 살다간 정치인으로 시민들에게 기억되기를 희망한다.

끝으로 ‘도민 건강 지킴이’를 강조했다.

“깊은 밤, 불덩이처럼 열이 오른 아이를 둘러업고 제가 운영하던 약국 옆 살림집 문을 급하게 두드렸던 아이 엄마 얼굴이 생각납니다. 그때 해열제를 지어주며 아이 건강을 기도했었거든요. 그때 그 마음으로 청년부터 어르신에 이르기까지 도민들이 급하게 문을 두드리는 소리에 언제나 귀 기울이고 달려가겠습니다. 도민들의 아픈 곳을 만져주고 약을 발라주는 윤성미가 되겠습니다. 임기가 마칠 때쯤 저는 도민들에게 어떠한 모습으로 기억될까요? ‘영원히 살 것처럼 꿈을 꾸고 오늘 죽을 것처럼 살아라.’ 요즘 제가 가슴속에 새기는 문구입니다.”


윤성미 의원 프로필

- 부산혜화여고 졸업

- 부산대 약대 약학과 졸업

- 서울대 임상약학대학원 수료

- 경상대 식의약품대학원 졸업

- 전 경남도 여약사회장

- 전 창원지방검찰청 마산지청 형사조정위원

- 전 한국마약퇴치운동본부 경남지부장

- 현 경남도 건강생활실천협의회 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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