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정한 약속은 갚지 않은 부채입니다”

팔 남매 중 막내로 태어났다. 어릴 적 꿈은 농부였다. 고등학교를 갓 졸업한 스무 살 청년. 대학 진학을 뒤로 한 채 본격적으로 농사일에 뛰어들었다. 한때는 고향 땅 일구며 땀 흘리는 걸 천직으로 여겼다. 학업과 농사, 사업 등을 병행하며 10여 년을 보냈다. 분주한 시기였다. 남보다 1년 늦게 간 대학에선 학구열을 불태웠고, 졸업을 앞두고 창원에 취업해서는 직장 생활에 몰두했다. 틈틈이 집에 내려와 농사도 지었다. 새로운 분야에 대한 목마름으로 사업에도 뛰어드는 등 여러 일을 두루 경험했다. 일터와 고향을 오가는 바쁜 나날이 하루 같이 흘렀다. 그즈음 아버지가 돌아가셨다. 한창 피 끓는 나이 서른셋. 인생의 전환점을 맞았다. 객지 생활을 접고 고향으로 돌아왔다. 건설업, 관광업, 유통업 등 웬만한 사업은 죄다 거쳤다. 농사짓던 소년은 어엿한 사업가로 성장했다. “공무원 빼곤 다해본 것 같다”는 거제도 ‘하고재비’. 지난 3월 13일 치러진 제2회 전국동시조합장선거에서 전국 116개 축산농협 가운데 최연소로 뽑힌 박종우(50) 거제축협 조합장이다.


거제 토박이, 농사·학업 등 병행하며 꿈 키워

Q. 거제 토박이로 알고 있습니다. 태어난 곳 등 간략한 자기소개를 부탁드립니다.

“거제시 연초면 오비리가 고향입니다. 호적에는 1971년 2월생으로 되어 있는데, 실제로는 1970년 9월에 태어났습니다. 올해 50살입니다. 초등학교(오비초), 중학교(연초중), 고등학교(거제고), 대학(거제대학교)까지 다 거제에서 나왔습니다. 말하자면 오리지널 거제인 셈이죠.”

Q. 어릴 적 꿈은 어땠나요? 지금처럼 조합장이었습니까?

“어릴 적 꿈은 조합장이 아니었습니다. 농사를 지을 작정이었습니다. 8남매 중 막내인 데다 집에서 농사지을 사람이라곤 저뿐이었습니다. 2000년대 초 31살 때까지 직접 농사를 지었습니다. 농사와 학업을 병행하고, 거제와 창원을 오가며 직장 생활을 하는 등 분주한 시기였습니다. 고등학교 졸업 후 대학에 가지 않고 농사를 짓다가 그 이듬해 거제대학이 생겨 진학하게 됐습니다. 부친이 작고한 이후 농사를 그만뒀습니다.”

Q. 농사를 그만둔 뒤엔 무얼 하셨나요?

“고향에 내려와 여러 가지 사업을 했습니다. 본격적으로 사업을 진행하며 경영인의 발판을 다진 시기로 바쁜 나날의 연속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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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종우 거제축산농협 조합장. /박일호 기자

농협 이사였던 선친 영향으로 익숙했던 협동조합

Q. 고향으로 돌아오신 건 언제인가요?

“한일월드컵이 개최된 해인 2002년에 내려왔습니다. 고향에서 안 해본 일이 없을 정도로 여러 사업을 거쳤습니다. 제 이력이 좀 특이한데 건설업을 비롯해 유람선 사업도 했고, 유통업과 언론사도 경영한 적이 있습니다. 아마 공무원 빼고는 다 해봤을 겁니다.(웃음)”

Q. 분야가 다른 협동조합에 관심을 두게 된 계기가 있습니까?

“선친이 농협 이사와 감사를 20여 년간 역임하셨습니다. 어릴 적부터 자연스럽게 협동조합을 접하면서 많은 관심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또한 협동조합이 어떠한 일을 하는 곳인지 학구열을 가지고 협동조합법을 많이 공부했습니다. 물론 개인 사업과 협동조합은 분야가 다르지만, 제가 가진 경험과 경영 마인드를 협동조합에 적용해 탄탄한 조합으로 성장시키기 위한 자신감으로 출마하게 되었습니다.”

Q. 취임 초기라 무척 바쁘실 듯합니다. 요즘 하루를 어떻게 보내십니까?

“‘이미 정한 약속은 갚지 않은 부채이다’. 바로 제 좌우명입니다. 조합원들께 후보자 박종우로서 드린 여러 가지 실천 공약이 있습니다. 지금은 거제축산농협 조합장으로서 공약을 꼭 이행하기 위해 조합 안팎으로 분주하게 살피며 준비하고 있습니다. 조합 내부 현황 파악은 물론, 중앙회 각종 회의에 참석하고 인근 축협을 방문하고 있습니다. 하루빨리 조합원들과 거제축산농협 임직원 가족들에게 필히 부채를 갚도록 하겠습니다.”

Q. 조합장 선거 첫 도전에 당선하신 터라 소감이 남다를 것 같습니다?

“우선 저를 믿고 지지해주신 조합원들께 감사드립니다. 현재 거제 지역 경기는 몹시 어렵습니다. 앞서 말씀드린 제 좌우명과 젊음의 패기를 앞세워 공약 이행은 물론 강한 거제축협, 탄탄한 거제축협으로 가는 길에 제가 먼저 앞장서도록 하겠습니다.”

Q. 조합원에서 조합장으로 달라지셨는데, 취임 전후로 느끼신 바는 어떤가요?

“과거에는 조합원으로서 거제축산농협 현실을 직접 체감해왔고, 현재는 조합장으로서 더욱 막중한 책임감으로 조합원을 대하며 미래의 거제축산농협을 바꾸고자 솔선수범하고 하고 있습니다. 경영자로 거제축산농협에 취임하고 보니 조합의 사업 규모가 다양한 것을 느낍니다. 사실 그동안 거제축협에 대한 부정적인 부분이 적지 않았습니다. 조합원 탈퇴나 민원 등으로 인정을 못 받는 부분이 있어 안타까웠습니다. 앞으로 이런 부분을 제대로 살려볼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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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종우 거제축산농협 조합장. /박일호 기자

조합원이 주인인 조합 만들 것

Q. 힘든 시기에 거제축협을 맡으셨는데, 경영 정상화 방안 등 임기 중 각오와 계획을 듣고 싶습니다.

“거제축협은 사상 유례없는 위기에 봉착해 있습니다. 저는 이 위기를 맞아 책임지고 내실을 다지겠습니다. 점점 도시화되는 1차 산업에 발맞춰 많은 조합원을 구성하기보다 내실 있는 강한 조합을 만드는 것이 제 목표입니다. 조합장은 농업인이 해야 한다는 고정관념이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하지만, 조합장의 진짜 역할은 경영인입니다. 조합을 제대로 이끌어가려면 경영 노하우가 뒷받침돼야 합니다.”

Q. 선거를 앞두고 조합원 수가 많이 줄었습니다. 이유가 있나요?

“조합원 탈퇴는 지난 2014년 양돈사업단 단체가 별도 단체를 만들어 조합원 합법화를 하는 과정이 발단이 됐습니다. 이번 동시조합장선거를 앞두고 무자격자 탈퇴 권고사항이 있었습니다. 태생 자체가 불법이다 보니 조합 말만 듣고 가입한 것이 문제가 된 겁니다. 탈퇴 후 재가입하는 것으로 추진하고 있습니다. 거제축협 조합원이 한때는 1700명이었던 적도 있습니다. 축산업계에는 양돈과 양계, 양봉협회가 있지만, 축협에 가입된 사람은 50명이 안 됩니다. 이런 분들을 대상으로 조합원 가입을 유도할 생각입니다. 적정 조합원 규모는 1000명 정도로 봅니다. 건전한 진성 조합원을 구성해 조합에서 직접 관리할 계획입니다.”

Q. 앞으로 거제축협을 어떻게 이끌어갈 생각이십니까?

“그동안은 조합장이 조합 주인이었습니다. 이제는 조합원이 주인인 조합을 만들 각오입니다. 선거에 출마한 이유도 여기서 비롯됐습니다. 축협은 축협다워야 하는데, 그런 역할을 전혀 못 했습니다. 금융 사업이나 하나로 마트 등이 아니라 축협은 육가공 사업이 주된 목적입니다. 축협 본연의 사업을 펼치는 자세가 중요하다고 봅니다. 저는 주인(조합원)을 잘 섬기는 엑스트라 역할에 충실할 겁니다. 전국 축협이 116개인데, 그중에 최연소로 당선했습니다. 조합원들이 거는 기대가 엄청난 걸 느낍니다. 변화에 대한 갈망에 부응하도록 온 힘을 쏟아부을 작정입니다.”

Q. 거제지역 여러 조합 가운데 거제축협만의 장점이나 강점은 어떤 게 있습니까?

“거제 관내에 농협은 많지만, 축협은 거제축산농협 하나밖에 없습니다. 이러한 거제축산농협이라는 간판으로 거제농수산물종합유통센터라는 큰 건물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금융은 물론 예식 및 뷔페 사업과 같은 다양한 사업에도 앞장서는 것은 물론이며 대시민 환원 사업에도 주력하고 있습니다.”

Q. 사실 농협과 비교해 축협이 일반 시민들에게는 조금 낯설 것도 같은데, 어떤 곳인지 설명 좀 해주십시오.

“거제축협의 현재 조합원은 400여 명이며 금융업, 소매업, 뷔페 및 웨딩 사업 등 여러 사업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거제시와 직접적으로 연계해 환원 사업을 통해 지역 발전에 이바지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또한 다른 농협과는 달리 저희 축협은 축산인을 대상으로 집중적인 지도 사업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거제라는 청정지역에서 각종 가축전염병을 사전에 차단하고 농가의 효율적인 양축 환경 조성에 노력해 조합원의, 조합원을 위한, 조합원에 대 한 거제축산농협이 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Q. 점포 현황이나 재무 상태는 어떻습니까?

“거제축협은 금융사업본부와 고현동·중앙로·중곡로·상동·옥포동 지점 등 ‘1본부 5지점’을 갖추고 있습니다. 재무 현황은 현재 총자산 7726억 원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순자본 비율은 9.28%로 농협중앙회 1등급, 단순자기자본 비율도 7.71%로 농협중앙회 1등급입니다. 총자본 비율도 11.01%로 농협중앙회 1등급을 인정받고 있어 농협중앙회 공인경영실태평가 자본적정성 부분에서 1등급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재정이 튼튼하고 건전한 상태라고 자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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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종우 거제축산농협 조합장. /박일호 기자

거제 축산물 시장의 선두주자

Q. 조선업 침체로 지역 경제가 어렵습니다. 거제축협도 나름의 역할이 필요할 듯한데요?

“거제시와 직접 연계해 다양한 사업을 추진하겠습니다. 이에 따른 고용 창출 효과는 물론 지역의 물가 안정에도 기여하기 위해 노력할 생각입니다. 조합원을 넘어 거제시민에게도 일등인 조합으로 자리매김하겠습니다.”

Q. 내실을 다지는 것도 중요해 보입니다. 조합원을 위한 혜택 등 거제축협의 중점 사업은 어떤 것이 있습니까?

“축협은 말 그대로 축협이어야 합니다. 축협은 거제 관내에서 가장 값싸고 질이 좋은 축산물 시장의 선두 주자가 되어야 합니다. 또한 조합원들의 양축 환경 조성을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고, 금융업은 물론 하나로마트, 뷔페 및 웨딩사업을 통해 거제시민에게도 늘 가까운 거제축산농협이 되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Q. 조합장으로서 최종 목표는 무엇입니까?

“거제에서 1등이 아니라 대한민국 1등 하는 축협으로 만들고 싶습니다. 이제는 조합원이 진정한 주인이 되는 조합으로 거듭나야 합니다. 무엇보다 조합원 혜택이 최우선입니다. 경영도 굉장히 투명해야 합니다. 조합은 사회적 기업이기에 지역민과 상생할 수 있는 조합, 지역 사회 환원에도 힘쓰는 조합이 되고 싶습니다.”

Q. 조합원과 거제시민에게 전할 말씀이 있다면?

“협동조합은 조합원을 넘어 지역 주민에게도 환원 사업을 통해 다 함께 상생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이제 거제축산농협은 조합원들에게도, 거제시민들에게도 최고의 조합으로 거듭나겠습니다. 위기를 넘어 도약하는 우리 거제축산농협의 여정을 지켜봐 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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