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식·밥·지역명물로 자리 잡은 팔'빵'미인
바쁜 현대인에게는 아침밥
새참·디저트로도 인기 만점
SNS 타고 동네빵집 주목
빵집거리·지도도 만들어

▲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무화과 캄파뉴, 구운 부추 고로케, 토마토와 올리브를 넣은 빵. /김민지 기자

'빵지순례'가 유행이다. 빵지순례는 성지순례를 하듯 전국 유명한 빵집을 찾아다니는 신조어다. 맛집 탐방에 이어 빵집순례가 인기를 끌면서 하나의 여행코스로 떠올랐고 유명 빵집은 지역의 핫플레이스가 되기도 한다. 이번 주제는 빵이다. 서양에서는 빵이 주식이지만 우리나라에서는 간식으로 태어났고, 이젠 주식을 위협할 정도로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이날은 당일생산·당일판매 원칙으로 1인 제빵사가 운영하는 빵집에서 이야기를 나누었다.

점심으로 밥 대신 빵을 먹기로 했다. 밥 먹고 빵을 먹기에는 시간적 여유도 없었고 배도 부를 것 같았다. 그래서 이날은 주식으로 빵을 선택했다. 점심시간 무렵 찾아간 빵집에선 이제 막 빵들이 손님을 맞이할 채비를 하고 있었다. 사랑스러운 향기를 내뿜고 말이다. 거부할 수 없는 향이었다. '어떤 빵을 고를까.' 기자 세 명의 레이더망에 걸린 빵들은 가지런히 접시 위에 올랐다. 구운 부추 고로케(크로켓)와 무화과 캄파뉴, 토마토와 올리브가 올라간 빵이었다.

김민지: 빵을 즐겨 먹는 편인가.

이서후: 난 주식으로 빵을 먹는다. 아침에 식빵을 구워 잼과 계란, 채소를 넣고 샌드위치를 만들어 먹는다. 간단하니까. 요즘에는 열량이 너무 많은 것 같아 잼만 발라 먹는다. 주로 프랜차이즈 빵집에서 식빵을 사거나 아니면 이곳에서 산다. 좋은(?) 곳에서 빵을 사면 오랫동안 보관해도 되더라.

이미지: (이야기 도중 빵을 한 입 먹더니) 아~ 맛있다. (다들 웃음)

김민지: 빵을 간식으로 주로 먹는다. 한국인은 밥심 아닌가. 빵을 주식으로 먹으면 배가 금세 고프다. 열량도 적지 않은데 허기가 빨리 찾아오고 든든하지도 않아서. 어렸을 때부터 고로케를 좋아했다. 초등학교 때 친구집에 놀러가서 빵을 먹게 됐는데 너무 맛있어서 '이거 무슨 빵이에요?'라고 물었던 기억이 있다. 그게 고로케였다. 양배추와 계란, 당근이 가득 든 고로케였다. (지금 먹고 있는) 이 고로케는 구워서 그런지 기름기가 적어 담백한 거 같다.

이미지: 외국에서 주식으로 먹는 빵은 소금간밖에 안 되어 있다. 그래서 계속 먹어도 질리지 않지만 우리나라 빵은 너무 달다.

이서후: 외국을 여행하면서 빵을 밥처럼 먹었는데 맨밥을 먹는 느낌이었다. 바게트 등 하드계열의 빵인데 갓 구워 나오면 진짜 맛있다. 고소하면서도 뭔가 곡기가 느껴지는? 우리나라 빵은 달지만 서양빵은 담백하고 거칠다. 그래서 밥처럼 계속 먹을 수 있다.

이미지: 요즘 시골에 가면 어른들 새참도 빵이다. 모내기철 외가에 가면 어른들이 고구마 같은 거 안 먹고 구멍가게서 사 온 빵과 우유로 새참을 먹더라. 그게 간단하니까.

2000년대 이후 파리바게뜨와 뚜레쥬르 등 프랜차이즈 빵집이 활성화되면서 동네빵집은 고전을 면치 못했다. 프랜차이즈 빵집은 빵맛을 보편화했고 어디를 가든 맛볼 수 있는 빵을 만들어냈다.

하지만 SNS가 인기를 끌면서 개성 넘치는 사진을 찍고 싶어하는 젊은 층이 동네빵집으로 눈길을 돌리기 시작했고, 동네빵집이 다시 인기를 끌기 시작했다. 빵마니아들이 그 지역에 가면 꼭 가봐야 할 빵집을 지도로 만들었고 빵지순례가 탄생했다.

이미지: 소규모 빵집이나 1인 제빵사가 운영하는 빵집이 인기다. 유명한 빵집이 젊은이들 사이에서 인기를 끌면서 트렌드를 선도하기도 한다. 부산 남천동 빵집거리는 빵천동이라고 불리는데 20여 개 빵집이 몰려있어 사람들이 많이 찾는다고 들었다.

김민지: 지역마다 유명한 동네빵집이 있다. 군산에 놀러 갔을 때 이성당은 꼭 가봐야 한다고 해서 몇십 분 줄을 서서 빵을 샀다.(웃음) 엄마·아빠 생각에 단팥빵과 야채빵을 한가득 샀는데 맛있긴 하더라. 대구 갔을 때도 마약 옥수수빵이 유명한 삼송빵집에 가서 줄을 섰었다. 몇 년 뒤 체인점화되면서 창원에서도 그 빵을 맛볼 수 있게 됐지만. 부추빵과 튀김소보로가 유명한 대전 성심당 빵은 한국언론재단 기자수습교육 때 대전지역 기자들이 사와서 먹어봤다. 다들 좋아했던 기억이….

이서후: 난 줄을 서면서까지 빵을 먹고 싶지는 않다.(웃음) 가족끼리 가면 억지로 서야겠지만.

▲ 창원시 마산합포구 창동예술촌에 있는 역사 오랜 빵집 고려당. /이서후 기자

김민지: 경남지역 빵지순례 지도를 보면 마산 고려당, 진해 아크베이커리, 창원 그린하우스 등이 있더라.

이미지: 맞다. 마산 창동에 가면 항상 고려당을 가는데 항상 사람이 많았던 기억이 있다. 빵집도 하나의 관광상품이 될 수 있을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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