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 일 충실한 가로등지기 친구 되려해
바쁜 가운데서 시간 알차게 설계한다면

<어린왕자> 책에서 어린왕자는 여러 별을 다니던 중 다섯 번째 별에서 가로등을 켜는 사람을 만났다. 그는 매 분마다 가로등을 켜는 일을 하는 시간에 갇혀 사는 사람이었다. 어린왕자는 그동안 만난 여러 별에서 왕, 허영심 많은 사람, 술꾼, 사업가 등을 만났다. 어린왕자는 그들과는 친구가 되고 싶지 않았지만, 가로등 켜는 사람과는 친구가 되길 원했다. 그 이유는 가로등지기가 바빴지만 자신의 일에 충실하게 전념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우리는 일상에서 시간에 갇혀 사는 사람들을 많이 본다. 대부분 현대인은 바쁘게 생활하는 것 같다. 나 역시 바빠서 때로는 이렇게 살아도 될까 하는 의문을 가지면서도 어쩔 수 없이 바쁘게 살아간다.

직장을 가진 사람이든 직장을 가지지 않은 사람이든 상관없이 시간에 쫓겨 살아가는 것을 자주 본다. 나이가 들면 시간의 여유가 있으리라고 생각했지만, 나이가 들더라도 사람들을 살펴보면 나름의 생활을 하느라 여유 없이 살아가는 모습을 본다.

직장, 취미, 종교, 이웃과 친지 관계를 나름대로 유지하려면 자신의 시간과 정성을 들여야 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생활해야 하는 현대인들의 모습이다.

중국 고전 <회남자>에는 '시간이 없어서 공부하지 못한다는 사람은 시간이 있어도 못한다' 라는 글이 나온다. 실제로 우리는 공부뿐 아니라 다른 일들도 시간이 없어서 못 한다는 핑계를 자주 댄다. 그래서 자신에게 가장 중요한 일과 하지 않으면 안될 일은 무엇인가 생각하며 시간을 설계하려고 애를 쓴다. 시간에 쫓겨 살아가지 않으려고 무척 애를 쓰지만 어쩔 수 없이 시간에 쫓긴다.

하루하루를 바쁘게 지내고 있는 나에게 찰스 램의 이야기는 위안이 되었다.

수필가인 찰스 램은 인도의 한 회사에서 오랫동안 근무한 적이 있었다. 그는 매일 아침 아홉 시에 출근해서 다섯 시까지 줄곧 일해야 했기에 마음대로 글을 쓸 수가 없었다고 한다. 그래서 그는 늘 자유롭게 시간을 가질 수 있기를 희망했다.

시간이 많이 지나 그가 정년퇴직하는 날이 되었을 때 그는 자유롭게 글을 쓸 수 있게 되었다고 무척 기뻐했다. 그러나 3년 후 찰스 램은 자기의 정년퇴직을 축하해 주던 여직원에게 편지를 보냈다고 한다.

"사람이 하는 일 없이 한가한 것이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것보다 얼마나 못 견딜 노릇인지를 이제야 분명히 알게 되었다오. 바빠서 글 쓸 새가 없다는 사람은 시간이 있어도 글을 쓰지 못하는군요."

언젠가 우리에게 한가한 시간은 찾아올 것이다. 바쁘게 일을 하고 싶어도 할 수 없는 상황도 올 것이다. 그런 상황이 올 때까지 시간의 흐름에 따라 몸을 맡기는 것이 자연의 순리가 아닐까. 시간은 우리를 기다려주지 않을 것이니까. 단지 시간의 감옥은 너무나 견고해서 탈출할 수 없을 것 같지만 그래도 한 번쯤 여유를 가지고 시간의 흐름에 몸을 맡기는 것도 좋은 것 같다. 가장 달콤한 시간은 열심히 일한 뒤에 갖는 휴식시간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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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모든 것을 버려두고 일상을 떠나는 것은 자신을 더욱 견고하게 해 줄 것이다. 열심히 일을 하고 난 후 자신을 비워냄으로써 다시 자신에게 충실함으로써 행복해질 수 있을 것이다. 바쁜 가운데서 시간을 알차게 설계하며 해야 할 일과 꼭 하지 않아도 될 일을 분간해서 생활한다면 시간은 우리 편이 되리라 믿는다. 4월 마지막 날 우리의 어린왕자는 어느 별에 머무르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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