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스트트랙 대치 장기화
지방자치법 개정 등 지연
경찰법은 상정조차 못해

선거제도 개편과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 설치, 검경수사권 조정을 둘러싼 여야의 극한 갈등에 지방자치법 전부개정안 등 자치분권 관련 입법안이 덩달아 표류하고 있다.

현재와 같은 이른바 '신속처리안건 지정 절차'(패스트트랙) 대치 국면이 장기화되는 것도 문제지만, 이른 시일 내 절차가 완료된다 해도 전망이 불투명한 건 마찬가지다. 여야 4당의 패스트트랙 추진에 총력 저항하고 있는 자유한국당이 더욱더 강경한 태도로 국회 일정 전면 거부와 장외투쟁에 나설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문재인 정부 주도로 발의됐으나 지체 중인 자치분권 법안은 지방자치법 전부개정안과 지방이양일괄법 제정안, 자치경찰제 도입안(경찰법 개정안)이 대표적이다.

이 중 소관 상임위원회에 가장 오래 계류 중인 법안은 중앙행정기관의 571개 권한과 사무를 지방에 이양하는 내용의 지방이양일괄법으로 지난해 11월 국회 운영위에 상정됐지만 지금까지 딱 한 차례 전체회의에서 논의됐을 뿐 별 진전이 없는 상태다.

지방이양일괄법 제정 지연이 오로지 국회 파행 탓만은 아니다. 중앙 사무 이양을 위해선 총 66개 법률을 일괄 개정해야 하는데 일부 관련 상임위에서 업무 이양 때 비효율성 증대, 타 법안과 충돌 여지 등을 들어 난색을 보이고 있다.

▲ 29일 오후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사법개혁특위가 열릴 것으로 예상되는 국회 본청 특위회의실 앞에서 공수처 법안 패스트트랙 지정 저지 농성을 이어가고 있다. /연합뉴스

국토교통위가 대표적으로, 위원들은 지방이양일괄법안에 포함된 도로교통법 개정안 내용이 정부가 추진 중인 자치경찰제와 연동해 있다며 자치경찰제 논의의 선행을 요구하고 있다

여권이 정부안을 토대로 지난달 11일 발의한 경찰법 개정안은 그러나 소관 상임위인 사법개혁특별위(이하 사개특위)와 법제사법위, 행정안전위에 상정조차 되지 못했다.

특히 사개특위는 현 패스트트랙 대치 정국의 최대 전장으로, 핵심 쟁점인 공수처 설치와 검경수사권 조정 문제가 마무리돼야 자치경찰 도입안이 겨우 회의 테이블에 올라올 수 있는 상황이다.

정치권과 경찰 일각에서는 그래서 이미 자치경찰제가 시범 시행 중인 서울·세종·제주를 제외한, 올해 안에 시범지역 두 곳을 추가 지정하려는 계획이 무산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팽배하다.

경찰 관계자는 "법안 통과 후 6개월은 지나야 시범 운영이 가능하다"며 "결국 오는 6월까지 의결돼야 연말에나 가능한데 사개특위에서 불발되면 일정이 불투명할 수 있다"고 했다.

지난달 26일 국무회의에서 의결된 지방자치법 전부개정안도 자치경찰제와 비슷한 처지다. 소관 상임위인 행안위에 1일 접수됐지만 아직 회의 한 번 열지 못했다.

전부개정안은 △주민조례발안제 도입 및 주민소환·주민투표 요건 완화 △기존 법정 부단체장 외에 특정 업무를 수행하는 시·도 부단체장 1~2명 선임 자율화 △지방의회 정책지원 전문인력 확충 △지방자치정보 공개 강화 및 지방의회 윤리특별위원회 설치 의무화 △대통령-시도지사 간담회 제도화를 위한 '중앙-지방협력회의' 설치 △단체장직 인수위원회 제도화 △창원 등 인구 100만 이상 대도시에 별도의 행정적 명칭(특례시) 및 권한 부여 등 광범위한 내용을 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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