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여 전 양산서 카페 문 연
클래식 음악평론가 조희창 씨
남다른 철학·사연으로 책 저술

▲ 음악평론가 조희창(왼쪽) 씨 모습. 그는 현재 양산 통도사 아래서 카페 '베토벤의 커피'를 운영하고 있다. /책 〈베토벤의 커피〉 발췌

양산천은 영취산에서 발원해 통도사 앞을 흐른다. 물줄기가 통도사 앞 주택가를 지날 때면 제법 넓고 시원한 하천이 된다. 이 하천 옆에 외관이 도시적인 3층 건물이 하나 있는데, 이 건물 1층이 '베토벤의 커피'란 카페다. 통도사 주변으로 카페만 수십 곳. 개중에서도 이 카페는 주인이 내려주는 오늘의 추천 커피와 정성들여 골라 들려주는 음악이 매력적이다.

'베토벤의 커피'는 음악평론가 조희창이 아내와 함께 2015년부터 운영하는 곳이다. 조희창은 소니뮤직에서 클래식 담당, KBS <클래식오디세이> 메인작가, 종합 예술잡지 월간 <객석> 기자, 클래식 음악 잡지 <그라모폰 코리아> 창간편집장 같은 일을 하며 음악계에서는 제법 알려진 클래식 음악 해설가다. 그는 또 경력 30년이 넘는 커피로스터이기도 하다. 음악과 커피의 고수가 운영하는 카페라니 이 정도면 말 다한 거 아닌가.

그가 서울 생활을 접고 통도사 아래에 정착한 사연, 커피에 대한 철학, 커피와 함께 듣는 음악 이야기가 카페 이름과 같은 그의 책 <베토벤의 커피>(살림, 2018년 12월)에 담겨 있다.

"'여긴 자연이 주는 선물이 있어.' 스님이 된 친구의 말에 이끌려 33년간의 서울생활을 마감하고 시골로 내려오게 되었다. 그리고 베토벤의 커피라는 이름의 카페로 이곳 양산 통도사 강변길에 자리 잡은 지도 벌써 3년이 지났다. 아침에는 새소리에 잠이 깨고 해가 기울면 초저녁부터 인적 없이 고즈넉하다. 누군가 아내와 나에게 시골에 와서 가장 좋은 점이 뭐냐고 묻는다면 이렇게 대답하고 싶다. '여긴 햇볕에 빨래 말리기 좋아요.'" (17쪽)

책은 커피와 음악을 연결한 24개 이야기로 구성됐다. 어찌 보면 부부가 카페를 열면서 오늘의 추천 커피를 결정하거나 이 커피에 걸맞게 그날 하루의 음악을 정하는 과정을 엿볼 수 있는 셈이다.

무엇보다 그가 커피와 음악을 연결하는 방식이 궁금했다. 예컨대 아이스 커피를 설명하고 나서 음악 부분에서는 이렇게 시작하는 것이다.

"무더위를 식혀줄 아이스 커피와 아주 잘 어울리는 오늘의 추천 음악은 드보르자크의 <현악 4중주 12번 작품번호 96 '아메리칸'>이다. 1악장 시작 부분에서 싱싱하게 튀어 오르는 멜로디를 들으면, 머릿속으로 시원한 바람이 지나가고 나른했던 몸은 생기를 되찾는다." (213쪽)

또, 인도네시아의 만델링 커피와 바흐의 '골드베르그 변주곡'은 이렇게 연결된다.

"인도네시아의 만델링과 라수나를 마시면서 커피 세계가 얼마나 넓고 다양한지 생각한다. 넓고도 다양한 변화! 바흐는 똑같은 생각을 음악에서 했다. 바흐는 평생 '푸가'라는 음악 기법을 연구했는데, 말하자면 하나의 선율을 가지고 어떻게 하면 수많은 색깔로 나타낼 수 있을까에 대한 연구였다. 그 결과물로 나온 것이 '골드베르크 변주곡'이나 '푸가의 기법' 같은 곡이었다." (160쪽)

책을 읽다 보면 커피에 대한 그만의 고집 같은 게 읽힌다. 그가 어떤 마음으로 직접 원두를 볶고 커피를 내리는지 알 수 있다.

"나는 내 카페에서만큼은 종이컵을 사용하지 않으려 한다. 그러나 차에서 마시고 싶다거나 누군가에게 커피를 사다 주고 싶다는 손님을 위해선 달리 방법이 없다. (중략) 그래서 커피 맛을 망치지 않을 만한 조건을 갖춘 종이컵을 찾느라 까다롭게 컵을 골랐다." (55쪽)

"이런 질문도 들어온다. 분명히 똑같은 원두를 사서 갔는데 왜 집에 가서 커피를 내리면 이 맛이 안 나는지 몰라요. 그러면 나는 다른 게 당연하죠. 그 맛이 똑같으면 커피전문점 망하게요? 라고 답하며 웃는다. (중략) 내가 직접 볶은 원두이기 때문에 어느 정도로 내리는 게 좋은지 내가 가장 잘 안다. 원두를 분쇄하는 그라인더도 다르고, 원두의 굵기에도 많은 신경을 쓴다. 거기에 물 온도, 추출 시간, 잔의 종류와 잔 온도까지 신경 쓰면서 커피를 내리는 게 몸에 배 있다. 그러니 맛이 다른 게 당연하다."

커피와 음악 이야기가 하나 끝날 때마다 '놓칠 수 없는 음반, 유튜브에서 보고 듣기'를 통해 음반을 소개하고 유튜브 주소를 적어 놓아 독자들이 집에서도 커피와 함께 음악을 들을 수 있도록 했다.

실제 카페 베토벤의 커피에 가고 싶다면 화·수요일이 휴일이니 참고하자. 그리고 주인이 강연을 가거나 하면 문을 열지 않으니 미리 전화를 하고 가는 것이 좋겠다.

살림. 260쪽. 1만 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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