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주 경남문화예술회관 '빈센트 반 고흐 레플리카'전
복제 그림 70여 점 전시
사진 찍고 만져보기도
명작 감동에 친근감 더해

▲ 경남문화예술회관에서 열리는 '빈센트 반 고흐 레플리카'전 모습. 어린이 관객이 작품을 직접 만져보고 있다. /이미지 기자

네덜란드 출신 인상주의 화가로 널리 알려진 빈센트 반 고흐(1853~1890)의 작품 70여 점을 만날 수 있는 전시가 진주 경남문화예술회관에서 열리고 있다. 세계적으로 널리 알려진 명화를 한자리에서 볼 기회는 흔치 않다. 경남문화예술회관은 원본이 아닌 '레플리카'라는 형식을 빌려 고흐의 작품을 내걸었다. 관객들은 '원화'가 아니라도 충분히 감동적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레플리카(replica)란 실물을 모방하여 만든 복제품을 말한다. 보통 예술 분야에서 많이 쓰는데, 원작자가 자신의 작품을 같은 재료·방법·기술을 이용해 똑같은 모양과 크기로 재현한 것을 말한다. 원작자가 직접 만들지 않고 엄격한 감독하에 제작하기도 한다. 넓은 의미에서는 어떤 작품을 모방해 디자인이 같도록 만든 것을 일컫기도 한다. 이외에도 자동차, 비행기 등을 실제 디자인과 같게 축소하여 만든 제품도 레플리카다.

▲ 경남문화예술회관에서 열리는 '빈센트 반 고흐 레플리카'전에서 볼 수 있는 작품'해바라기'. /이미지 기자

◇"원작의 감동을 대신 전합니다"

27일 오후 1시, 경남문화예술회관 제2전시실 입구가 북적인다. '빈센트 반 고흐 레플리카'전을 보러온 시민들이 전시장이 잠시 문을 닫는 점심때를 기다렸다, 발권을 시작하자마자 몰려들었다.

중년 부부와 어린아이 손을 잡은 엄마, 대학생 등 다양한 연령대가 크지 않은 전시장을 돌며 고흐의 작품을 가만히 들여다보았다.

경남문화예술회관은 이번 전시에 대해 오는 5월 가정의 달을 맞아 전 연령대가 공감할 수 있는 작품과 체험프로그램을 기획했다고 밝혔다.

전시는 △초기 네덜란드 농민화가 시절(1881~1885) △파리에서의 수련기간(1885~1888) △색채의 폭발, 남부의 유혹(1888) △삶 자체인 그림, 생 레미 병원 요양 시절(1889) △오베르 쉬즈 우아르에서(1890) △체험프로그램(내 손으로 만든 고흐의 방, 손으로 만져보는 유화작품 등) 등 6개 주제로 구성됐다. 이를 통해 누구나 그림을 쉽게 보도록 한 것이다.

실제로 전시장을 찾은 관객들은 '감자 먹는 사람들', '아를의 별이 빛나는 밤', '아를의 고흐의 방', '탕기 영감의 초상' 등 내로라하는 그림을 한자리에서 감상하며 작품에 감탄했다. 저마다 작품 앞에서 이야기를 풀어놓았다. 작품이 탄생한 비화와 유화 기법 등 자신이 아는 만큼 편하게 말하며 전시장을 둘러보았다. 시민들은 다른 미술관처럼 관람선이 그어져 있어 작품과 일정한 거리를 두고 감상하지 않아도 되기에 만족해했다. 아주 가까이 다가가 작품을 보고, 그림마다 사진을 찍었다.

손명희(47·진주) 씨는 "크지 않은 전시장인데 다 둘러보니 1시간이 훌쩍 지났다. 고흐의 일대기에 맞춘 큐레이팅 덕에 접근하기 좋았다. 친근하게 느껴졌다"고 말했다.

또 고흐의 원작을 본 적 있다는 강은숙(36·진주) 씨는 "프랑스 오르세미술관에서 고흐를 만난 적 있다. 그때와 비슷한 감흥을 받았다. 또 유명 미술관의 소장품뿐만 아니라 개인소장품을 볼 수 있어 반가웠다. 특별전이 아니고선 만나기 어려운 작품 아니겠느냐"고 했다.

아이들도 즐기는 전시였다. 스티커로 고흐의 방을 색칠하고 직접 손으로 유화작품을 만져보며 딱딱하고 엄숙하게만 느껴지던 전시를 부담없이 관람했다.

이에 대해 박민정 경남문화예술회관 주무관은 "올해 상반기 기획전은 전시기획사 CCOC와 손을 잡고 고흐의 명화와 근접하게 제작한 레플리카를 내걸었다. 고흐가 남긴 원작의 색감과 특징을 그대로 살리기 위해 20년간 명화제작을 진행해 온 전문 미술작가가 직접 작품을 재현했다. 또 명화전용 프린터를 사용한 최첨단 복원 기술의 프린팅과 매우 섬세한 붓칠로 제작됐다. 원작의 감동을 재현하려고 애썼다"고 설명했다.

▲ 경남문화예술회관에서 열리는 '빈센트 반 고흐 레플리카'전에서 볼 수 있는 작품 '귀에 붕대를 한 자화상'. /이미지 기자

◇"짝퉁과 구분하세요"

실제 레플리카는 예술 분야 외에도 폭넓게 쓰이고 있다.

최근 이강인 축구선수의 소속팀 스페인 발렌시아 메스타야, 손흥민 축구선수의 활약으로 잉글랜드 토트넘 홋스퍼 FC의 레플리카 유니폼을 찾는 이가 많다는 소식을 심심찮게 들을 수 있다. 또 레플리카를 입고 경기장에서 응원을 하는 팬을 쉽게 볼 수 있다.

물론 유통업계에서는 레플리카가 불법이 될 수 있다. 이른바 짝퉁을 대신하는 말로 쓰이고 있기 때문이다.

올해 초 대형 온라인 쇼핑몰에서 가짜 명품을 '레플리카'라는 이름으로 판매해 소비자가 피해를 본 일이 있었다. 현재 SNS에서 '#레플리카'를 검색하면 가짜 상품 관련 게시물이 쏟아져 나온다. 품질이 우수하다는 광고와 함께 누구나 쉽게 팔고 살 수 있다.

유통업계는 개인의 레플리카 제작·판매를 불법으로 규정한다. 예컨대 유명 브랜드 상표를 함부로 붙이면 상표법 위반이다. 유니폼이나 공인구 같은 것도 마찬가지다.

특허청 관계자는 "원작자의 제품을 허가 없이 복제하는 행위와 문화예술계에서 하는 '레플리카'는 구분해야 한다"고 전했다.

경남문예회관의 고흐 전시는 6월 2일까지 이어진다. 매일 오전 11시·오후 2·4시에 도슨트 설명을 들을 수 있다. 월요일 휴관. 정오부터 오후 1시까지 입장 중단. 입장료 성인 5000원. 문의 1544-6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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