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적 요구 따르는 광역단체 늘어나
경남교육청의 승부수, 도의회 선택은?

도교육청이 성안한 경남학생인권조례안이 마침내 도의회로 넘어갔다. 박종훈 교육감이 제정 계획을 밝힌 지 17개월 만이다. 예상보다 많이 늦어진 데는 반대 논란이 너무 커 힘겨운 진통이 뒤따랐기 때문이다. 말썽을 재우느라 공청회를 열고 여론을 수렴하는 작업이 진행됐는가 하면 핵심 논제를 들추어 내용을 고치거나 삭제하는 일련의 반추과정이 연이어졌다.

덕택으로 자유와 평등과 참여 그리고 교육복지 확대 등 학생들의 인권을 신장하기 위한 선진화된 절충안이 만들어졌다는 공감대 형성에는 기여했지만, 여전히 기존의 교권과 마찰을 빚는 부작용은 배제할 수 없다. 이를테면 머리 모양이나 복장 자율화를 통해 학생 개개인의 의사 결정권을 존중해주면 반대로 학교나 교사들의 입지는 크게 좁아질 것이라는 우려는 불식시키지 못한다. 여러 논란거리 중 하나의 작은 예에 불과하지만, 종교계나 사학재단을 비롯한 보수적 교육단체들을 중심으로 들불처럼 번진 반대운동이 왜 수그러들지 않는지를 설명하는 자료로서는 부족함이 없다고 할 것이다.

그런 우여곡절 끝에 도교육청이 어렵사리 법제화의 시동을 거는 데는 일단 성공한 셈이다. 관건은 통과 여부다. 만일 조례안이 의회 문턱을 넘는다면 반대 진영은 전과 같이 법정소송도 불사할 것임을 숨기지 않아 여진은 계속될 기세다.

사정이 그러니 1차 관문인 담당 상임위의 의원별 개인성향이 자연스럽게 관전 포인트로 떠오른다. 전체 9명 중 대체로 우호적 세력으로 분류되는 더불어민주당이 5명이고 대치점에 선 자유한국당이 3명, 나머지 한 명은 무소속이다. 당적 구성에만 의존해서 판단하자면 과반 통과가 유력시된다는 것을 눈치챌 수 있다.

그러나 실제 셈법은 그리 간단치 않다. 정보는 불확실하지만 반대 측의 계산은 상당히 유동적인 것으로 전해진다. 무소속 한 명을 동조세력으로 편입하는 것은 그렇다 치고 민주당 위원 중 일부 온건파의 이탈을 유인함으로써 표 대결을 역전시킨다는 가당찮은 구도에 희망을 거는 것으로 알려져 승부는 지금부터라는 것을 알게 해준다. 그러함에도 그 배경이 무엇인지는 확실히 드러나지 않았다.

학생 인권을 조례로 정해 보호하려는 노력은 이제 보편적 추세다. 서울과 광주시 경기 전북도 교육청은 이미 자체 조례가 있으며 나머지 광역단체들의 합류도 다만 시간문제라는 것이 대체적 시각이다. 다시 말해 시대적 요구와 궤를 같이하고 있으며 이는 거스를 수 없는 대세다.

교육적 차원의 대응법이 필요하다. 우선은 도교육청이나 지역 교육청이 학교와 교사들의 애로를 낱낱이 발굴하여 조금이라도 학교 교육에 차질이 생기거나 교권이 침해받지 않게 선처해야 하고 학교 측은 달라질 수밖에 없는 교육환경에 맞춰 되도록 빠르게 그리고 무리 없이 적응할 능력을 배양하는 것이 급선무일 것이다.

윤석년.jpg
도교육청의 승부수가 관철될지, 아니면 반대 측의 기류가 호응을 얻을지는 오로지 도의회의 선택에 달렸다.

기사제보
저작권자 © 경남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