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영국제음악제 둘째 날, 설마 했던 일이 일어났다. 이날은 윤이상의 마지막 유작 '화염 속의 천사'와 브람스의 '독일 레퀴엠'이 연주되는 날. 두 곡 다 죽은 이의 넋을 기리는 진혼곡으로 연주는 엄숙한 분위기 속에서 진행됐다.

관객과 연주자가 한창 곡에 몰입돼 고요해진 순간, 그 집중된 적막을 깨는 것이 불쑥 튀어나왔다. 휴대전화 벨소리였다. 관객의 시선은 일제히 벨소리가 나는 곳으로 쏠렸다. 곡의 흐름이 완전히 무너지는 순간이었다.

사실 통영국제음악제에서 이 같은 순간을 자주 목격했다. 공연 전 안내원이 관객에게 휴대전화 전원을 꺼달라고 요청하고, 사진 촬영을 금한다는 안내방송이 나가지만 제대로 지켜지지 않았다. 연주자가 공연장에 들어오는 막간까지 휴대전화를 계속 들여다보거나, 공연 도중 사진을 찍거나, 동영상도 촬영하는 사람도 있다. 심지어 플래시까지 터뜨린다. 안내원이 제지해도 막무가내다. 더 놀랐던 건 공연장에서 신발을 벗고 음악회를 감상하는 사람도 있었다.

한편, 눈을 찌푸리게 하는 연주자도 있었다.

'스위스 명문 악단' 루체른 심포니 오케스트라로 이들은 개막일과 둘째 날 연주회를 했다. 공연 도중 소곤소곤 이야기하는 연주자, 팔짱을 끼고 다리를 꼬고 앉아 있는 연주자…. 자신이 연주하지 않는 순간도 공연의 일부인데 혹시 그걸 망각한 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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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회는 연주자와 관객의 교감이다. 교감을 더 빛나게 하는 건 서로에 대한 배려일 테다. 아무리 유명한 연주자가 연주를 해도, 아무리 많은 관객이 와도, 이런 배려가 없다면 그 음악회는 공허한 울림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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