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에어로스페이스 관계자 3명의 부당노동행위 혐의가 노조 측의 고소고발 취하에도 1심(오규성 창원지방법원 형사1단독 부장판사)에서 유죄 판결이 나온 것은, 비록 하급심이긴 하지만 만연한 부당노동행위에 제동을 건 것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 그러나 피고들에게 집행유예나 벌금형이 선고됨으로써 솜방망이 처벌 관행을 여전히 벗어나지 못했다.

해당 피고인들은 2015년 삼성테크윈의 한화테크윈(현재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매각을 반대하던 노조를 파괴하려고 공작을 벌인 혐의가 인정되었다. 이들은 직장·반장급 조합원의 노조 탈퇴 공작, 금속노조 분열 기도, 조합원 잔업특근 배제 등 노조를 망가뜨리기 위해서라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았다. 이들의 범죄 행각이 문서를 통해 고스란히 남은 덕분에 변호인들조차 무죄라고 변호하지 못할 정도였다. 그러나 법원이 노동3권을 보장한 헌법을 유린하는 행위라고 인정하면서도, 회사 매각을 노조가 방해했다고 판단하거나 사측의 경영상 위기가 발생한 점 등을 들어 피고들을 가볍게 처벌한 것은, 사측의 헌법 파괴 행위에 대한 문제의식이 빈약함을 드러낸다. 자주적이고 민주적이어야 할 노조 활동을 방해하는 부당노동행위는 산업평화를 근원에서 유린하는 범법 행위임에도 노동조합법 양형 기준은 2년 이하 징역이나 2000만 원 이하 벌금 처분에 불과하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대선 당시 결사의 자유 및 단결권·단체교섭권 보호에 관한 제87호 및 제98호, 강제노동에 관한 제29호 및 제105호 협약 등 국제노동기구(ILO)의 핵심협약을 비준하겠다고 공약한 바 있다. 그러나 집권 이후 경제사회노동위원회에 과제를 넘겼고, 경사노위 사용자 측은 부당노동행위 처벌조항 폐지 등을 핵심협약 비준을 위한 전제조건으로 내세우면서 합의가 무산된 상태다. 'ILO긴급공동행동'에 따르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국 중 87호와 98호를 비준하지 않은 나라는 한국과 미국이 유일하다고 한다. 기업이나 경영자 단체가 부당노동행위를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는 현실에서 갈 길이 멀다. 경사노위의 논의와 무관하게 정부는 공약대로 ILO 핵심협약을 조속히 비준하고 노동법원 설립도 추진해야 한다. 그래야 반헌법적 범법 행위를 발본색원하는 토대가 마련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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