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성 조현병 증상인 환각·망상
모두가 범죄 행동 보이는 건 아냐

최근 진주 방화·살해사건으로 조현병이라는 말이 사람들 입에 오르내리고 있다. 원래는 정신분열병이라고 불렸는데 비호감이 있어 조현병으로 바꾸었고, 조현병이라는 용어는 악기를 조율하듯이 마음이 조율되는 과정 중에 있는 병이라는 뜻이 있다. 조율되는 과정 중에 망상적 사고도 있고 환각도 일어난다고 보는 것이다.

진주시 가좌동 한 아파트에서 방화·살인을 저지른 안인득 씨는 과거 5년간 68차례 조현병 진료를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그가 보인 증상들이 어떤 것인지는 직접 진료를 보지 않아서 알 수 없는데 보도된 그의 범죄 행동에서 보인 행태를 고려하여 증상을 짐작한다면 그는 아마도 편집성 조현병이라고 진단할 수 있을 것 같다.

자기 집에다 불을 지르고 2층에서 사람들 나올 때까지 기다려 대피하는 주민들에게 흉기를 휘둘렀는데, 희생자 중에는 이전부터 범인에게 괴롭힘을 당하던 시각장애 소녀 최 양이 포함된다.

범인 안 씨가 소녀 집 바로 아래층에 살았는데 "윗집에서 벌레를 던진다, 시끄럽다" 등의 이유로 윗집에 올라와 괴롭혔다고 한다. 막상 경비실에서 올라가 보면 최 양 집이 비어 있어, 이런 점으로 볼 때 본인의 환각이고 망상이었던 것으로 보이며 편집성 조현병에서 자주 나타나는 증상이다.

이런 망상, 환각 그리고 충동적 행동 등으로 68차례 정신과 진료를 받았던 것이 아닌지 추측해보며, 그 과정 중에 입원도 했다고 들었다. 사실 범행이 일어나기 얼마 전 범인의 동생이 병원에 입원을 의뢰했었다고 하는데, 본인의 동의가 없어 거절되었다고 하는 보도를 접했었다. 환자의 인권 그리고 치료를 위한 보다 합리적인 조치를 위한 제도 마련이 시급하다.

범죄 자체는 수사에서 드러나고, 범인은 법률에 의해 재판받을 것이다. 그는 흉기 두 자루를 2~3개월 전에 미리 구입했다고 하며 계획적이었던 것으로 이야기되는데, 그가 어떤 망상과 환각을 가지고 있든 그의 범죄 행동은 정신과적 증상 즉 망상이나 환각에 의해서만 결정되는 것이 아니다. '일반인'도 공격적인 사람이 있고 그렇지 않은 사람이 있듯이 환자도 마찬가지이고 다양할 것이다.

의사에게는 정신과 환자에게서 나타나는 다양한 증상 중에 환각이나 망상보다는 충동적 행동이 더 위험하며 치료하기에 더 어렵게 느껴지는 경우가 많다. 일반인에게는 환각이 현실 판단이 잘못되어 있으니 더 위험하게 보일 수 있겠지만, 마음의 입장에서 보면 착각이든 아니든, 그 대상에 대하여 얼마나 감정을 조절할 수 있는가가 더 중요한 문제이다.

우리가 착각하고 있다는 것을 알아차리면 문제가 없다. 예컨대 환청이 있는 환자가 그것을 인정하고 약을 복용하면서 일을 한다면 문제가 없는 것이고 그런 분들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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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상 초기에 나타나는 환각, 망상, 충동적 행동 등이 약물치료 등으로 호전되면 혹 폭력적 행동이 있다 해도 좋아질 것이며, 그런데도 계속 폭력적이라면 성격장애가 동반되어 있나 감별해야 한다. 그래서 일반적으로 조현병이 공격성을 자제하는 것이 어렵고 다른 사람들에 대한 현실 판단 등에 문제가 있기도 하지만, 조현병 증상이 있는 환자가 모두 공격 충동을 조절하지 못하는 잠재적 가해자로 여길 만큼 위험한 것이라고 할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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