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 이주여성 아내를 숨지게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남편이 1심에서 징역 15년을 선고받았다.

26일 울산지방법원 제2형사부(부장판사 김관구)는 살인 혐의로 검찰이 징역 20년을 구형한 ㄱ(60) 씨에게 구형보다 낮은 징역 15년을 선고했다. 이번 사건은 지난해 12월 양산시에 살던 ㄱ 씨가 7년 전 결혼한 필리핀 출신 아내를 흉기 등으로 살해한 것이다. 사건 이후 결혼이주여성의 불안전한 삶과 부조리한 국제결혼 제도 등에 대한 해결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면서 피해자 장례와 시신 인도를 위한 지역사회 온정이 쏟아지며 세상의 관심이 쏠렸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범행 후 자수하고 재판 과정에서 반성의 뜻을 밝혔지만 생명의 존엄한 가치를 짓밟았다는 사실은 어떤 경우라도 용서받을 수 없다"며 "더구나 우리 사회에 이주여성에 대한 배려가 부족한 상황에서 피해자는 이국에서 피고인만을 의지해 살아왔다는 점에서 살해 동기가 불분명하고 도저히 납득할 수 없다"고 말했다.

덧붙여 "피고자가 이주여성에 대한 편견과 멸시로 범죄를 저지른 점, 범행 방법이 배우자를 상대로 했다고 보기에 가혹했다는 점, 유족이 엄벌을 탄원하며 치유할 수 없는 상처를 호소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해 징역 15년에 처한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한편, 이날 법정에는 사건 이후 양산지역 이주여성 사망 사건 대응 공동대책위원회를 구성해 유족 지원과 제도 개선 등으로 요구해온 회원들이 가슴에 보라색 리본을 달고 피해자를 추모하며 재판 결과를 지켜봤다.

이들은 검찰 구형보다 낮은 선고에 아쉬움을 드러내며 유족에게 재판 결과를 전달하고, 유족 뜻을 우선해 공식 입장을 정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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