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시카고대 석학 2명 저술
노년의 삶 맞이하는 자세 탐구
"회고적 감정, 자기 변화에 유용"

보도자료가 대부분인 메일함에 눈에 띄는 제목의 메일이 들어왔다. '젊지만 어리지 않은 40대들이 자연스럽게 나이 들기 책 모임 신청접수 중.' 메일 내용은 이랬다. '나이가 든다는 것, 어른이 된다는 것, 늙는다는 것. 지금 우리는 어디쯤 있을까요?' 함께 읽을 책이 소개돼 있었고, 그중 한 권을 읽고 싶었다.

<지혜롭게 나이 든다는 것>. 시카고대 석좌교수 마사 누스바움과 로스쿨 전 학장 솔 레브모어가 쓴 책이다. 그들은 현명하고 우아하게 나이 들고자 개인은 무엇을 준비해야하고, 국가와 사회는 무엇을 제공해야 하는가에 대한 이야기를 했다.

솔직히 공감 가는 부분도 있었지만 아닌 부분도 있었다. (아직 나이듦이 파도처럼 밀려오지 않아서 그럴 수도 있겠다)

미사 누스바움은 말한다. "친구 사이에서 의견이 일치하지 않는다는 것은 우리의 시야가 넓어질 수 있다는 뜻입니다. 우정은 우리로 하여금 새로운 문제를 이해하도록 하고 세상을 바라보는 새로운 시각을 접하도록 합니다. 나이가 들면서 우정 자체가 깊어지는 것과 함께 세상에 대한 이해도 깊어진다는 것. 이것은 매우 귀중하며 다른 경로로는 쉽게 얻지 못하는 혜택입니다."

20년 지기인 친구와 삶의 태도에 관한 이야기를 하다가 의견이 엇갈린 적이 있다. 난 그에게 '노력하는 삶을 살고 싶다, 노력 없인 발전이 없다'는 취지로 말했고 그는 '흐르듯이 살아, 느슨하게 살아야 인생을 즐길 수 있다'고 했다. 한동안 설전이 오가다 결론 없이 마무리했다. 그 다음 날 그는 그게 신경이 쓰였는지 전화를 해서 편치 않은 마음을 전했고 난 '새로운 시각을 선물해줬다'고 했다. 그는 웃었다. 이게 나이듦인가. 다양한 물음과, 생각을 던져주는 친구들의 우정이 더 오래간다는 것을 알게 된다는 것 말이다.

▲ 영화 〈인턴〉 속 70세 노인 벤은 30세 CEO 밑에서 인턴 직원으로 일하며 혈기왕성한 젊은 직원들이 풀지 못하는 일을 지혜롭게 해결한다. 영화는 이를 통해 성숙한 노년의 삶을 조명한다. /스틸컷

핸드폰에 저장된 20대 사진을 본 적이 있다. 지금은 없는, 얼굴에 싱그러움이 묻어났다. 화장을 두껍게 해도 유채색 옷을 입어도 생기지 않는 생기가 있었다. 나이가 들어도 자신에게, 남들에게 예뻐 보이고 싶은 마음은 여전하다. 인정하고 싶지 않지만 나도 늙어가고 있다는 생각이 거울을 볼 때마다 든다. 그런 나에게 책은 물음을 던진다. 왜 나이듦은 아름답지 않다고 생각하는가, 왜 노인은 '못생기고 냄새도 나는' 고정관념을 내면화하고 있는가.

솔 레브모어는 말한다. "솔직히 말해서 나는 때때로 그들의 주름살이 매력적이라고 느낀다. 일정한 연령에 이른 사람들은 쭈글쭈글하고 주름진 얼굴이 매끈하고 깨끗한 피부보다 아름답게 보인다. 주름살이 있으면 그 피부 뒤에 감춰진 인격이 더 흥미롭게 느껴진다. 그리고 눈동자가 반짝인다면 나는 대화 중에 그 사람에게 집중하게 된다. 그 사람의 옷과 장신구와 몸매에 눈길이 가는 것이 아니라."

텔레비전을 보다가 (명확한 내용은 기억이 나지 않는다) 내가 엄마에게 "과거는 지나갔는데 왜 이야기하지?"라고 말하자 엄마는 "과거를 돌이켜봐야 현재를 잘 산다"고 했다. 떠나간 애인도, 선택의 후회와 미련도 생각하지 않으려 한다. 현재에 집중하자고 되새겼다. 물론 과오, 실수에 대한 되새김은 필요하다.

"회고적 감정들은 내가 어떤 사람인지, 내가 과거에 어떤 행동을 했는지, 내가 무엇에 책임을 져야 하는지를 알려주면서 다음과 같은 질문을 던진다. 내 행동이 옳았다고 생각하는가, 아닌가? 그것은 자기 변화를 위해 유용한 질문이다." (158쪽) "일반적으로 자아성찰은 가치 있는 일이며 완전한 사람이 되는 과정 일부다. 우리가 과거에 했던 행동들을 솔직히 인정하고 이해하려고 애쓰는 일은 현재에 우리가 완전한 사람이 되는 데 필요한 과정이다."(170쪽)

책을 덮으며 생각했다. 현명하고 우아하게 나이 들고자 '애쓰지' 말자. 이런 사람, 저런 사람 이야기를 들으며 나답게 나이 들어야겠구나 하고.

어크로스, 470쪽, 1만 7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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