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는 비정규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공공부문 비정규직 전환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정부의 해결 의지와는 달리 일부 자치단체에서는 겉으로는 정부 정책을 따르는 것처럼 하면서도 내용은 달리해 노동계의 반발을 사고 있다. 정부가 비정규직 문제를 해소하려는 본뜻을 제대로 파악했는지 의심을 지울 수 없다.

진주시 등 일부 자치단체는 기간제에서 무기계약직으로 전환한 노동자들의 임금을 결정하면서 직무급제를 도입하였다. 직무급제를 도입하면 현재보다 훨씬 떨어진 임금을 받게 된다. 고용이 안정된다고 해도 쉽사리 받아들이기 어려운 것이며 노동계 반발은 당연하다. 노동계에서는 정규직과의 차별에 더해 무기계약직과 무기계약직 전환자 간 차별까지 이중 차별을 만드는 임금체계이며 20년을 넘게 일해도 최저임금 수준을 벗어날 수 없다고 주장한다. 진주시가 제시한 대로라면 노동계 주장이 맞고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조건이다. 4등급으로 직무등급을 나누고 한 단계를 오르는 데 15년 넘게 일해야 하고 그러함에도 임금 차이가 20%라면 희망없이 살라는 것과 다름없다. 직무급제를 도입하려는 수원시의 경우에도 노동자 반발을 사고 있는 까닭을 진주시는 잘 살펴봐야 한다.

노동자들은 직무급제 대신 호봉제를 원하고 있다. 전국 지자체 87개 가운데 호봉제 45개, 직무급제 10개, 기타 혼재 32개로 나타났다. 유독 진주시 등 일부 자치단체가 직무급제를 고집할 이유가 있어 보이지도 않는다. 최저임금에서 시작하여 20년 뒤에도 최저임금이라면 차별을 넘는 착취에 불과한 것이다.

정부는 자치단체에 선택권을 줄 것이 아니라 동일 노동의 경우 같은 처우를 받을 수 있도록 정책을 손봐야 한다. 공공부문 민간위탁 노동자들에 대한 정규직 전환 대책이 제시되지 않은 것도 또 다른 정책 혼선을 낳게 될 것이다. 지자체별로 사정이 다를 수 있지만, 그것이 새로운 차별을 낳을 만큼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정규직 전환 정책은 사회적 차별을 막기 위한 정책의 시작이다. 시작부터 삐걱거리면 될 일도 안 되는 것이다. 어떤 정책이든 무늬만 멋있어서는 제대로 안착이 되지 않을뿐더러 효과도 적어진다. 정부가 노동자 반발을 새겨듣고 대책을 내놓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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