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신부 탄 차량에 접촉사고 발생
괜찮냐 묻지 않는 상대·보험사

지난 일요일, 가족 모임에 참석하기 위해 남편과 나는 친정으로 향했다. 가족들과 오붓하고 행복한 외식을 위해 가던 길이었기에 나는 콧노래를 부르며 기분은 최고조였다. 친정집 아파트 단지에 들어섰고 부모님을 만나 출발하려던 찰나 쿵하는 소리와 함께 차가 흔들렸다. 접촉사고가 난 것이었다. 나는 많이 놀랄 수밖에 없었다. 내가 타고 있던 조수석 바로 앞으로 사고가 난 것이 첫 번째였고 나는 임신부라는 것이 두 번째였다.

나는 제일 먼저 배에 손을 가져다 대었다. 뱃속 아기가 괜찮은지가 가장 먼저 떠오르는 생각이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남편 역시 나의 몸이 괜찮은지부터 물었다. 처음에는 너무 놀라 아무런 느낌이 없었기에 괜찮다고 답했고 남편과 나, 그리고 부모님은 차에서 내려 상태를 확인하기 시작했다.

남편이 제일 먼저 달려가 상대편 차주와 동승자에게 다치신 곳은 없는지, 괜찮은지부터 물었다. 다행히도 큰 사고는 아니었기에 다친 사람은 없어 보이는 듯했다. 하지만 나는 그때부터 기분이 나빠지기 시작했다. 상대편의 몸 상태를 먼저 물었던 남편과는 달리 상대편에서는 우리의 몸 상태를 궁금해하지 않는 눈치였다. 차에 대문짝만하게 '임산부 차량'이라는 나라에서 발급한 스티커가 붙어있고 나의 볼록한 배를 보면 단번에 알 수 있는 임신부가 탑승하고 있다는 사실을 방관한 채 오로지 자신들의 차 상태와 구입한 지 6개월밖에 되지 않는 차의 안위만을 걱정하고 있을 뿐이었다. 큰 사고가 아닐지라도 먼저 사람의 안위부터 챙기는 것이 우선이라고 생각하는 우리와는 정반대의 태도였다. 그리고 친정엄마가 계속해서 뱃속 아기를 걱정하고 있는 와중 나의 배가 아파왔다. 나는 덜컥 겁이 났다. 혹시나 아기가 잘못되었을까 봐 걱정되어 흥분되는 마음을 주체할 수 없었다. 하지만 배가 아프다는 나의 말에도 상대측은 미동도 없었다. 그저 자신의 차를 바라보며 보험사를 기다릴 뿐, 일말의 걱정도 없었다. 우리 가족만 난리가 났다. 병원부터 가자는 엄마와 산부인과 응급실에 전화를 거는 남편까지, 하지만 나는 다음날인 월요일까지 기다려보고자 했고 차 안에 누워 휴식을 취했다. 그 난리 속에서도 상대측은 '괜찮으신가요?' 이 한마디가 없었다.

그러던 와중 상대측과 우리의 보험사가 당도하였고 사고처리는 마무리되어가는 듯했다. 그런데 거기서 또 한 번 놀란 점은, 상대측과 우리의 보험사 역시 몸이 괜찮은지의 여부는 물어보지 않았다. 가벼운 접촉사고라고 생각한 것인지, 그저 몇 대 몇이 나올 거 같다. 우리가 병원에 가면 저쪽도 병원에 갈 것이다. 그냥 계단에서 넘어졌다고 하고 병원에 가라 등등. 충격적이지 않을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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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저 손익만 따지는 듯한 사람들의 태도, 나는 슬픔을 감추지 못했다. 그리고 사건이 일단락되어 상대측도 보험사도 전부 갈 길을 가는 그 순간까지 사람보다는 차가 더 중요했다. 우리가 살아가는 데 돈과 재산은 중요하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을 잊고 사는 것 같다. 자신의 돈이나 재산에 손실이 생겼다고 해도 먼저 사람을 돌아보는 세상을 만들어야 하지 않을까. 우리는 지금 눈앞의 물질욕에 사로잡혀 함께 살아가는 인간을 배제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이대로 가다간 돈이, 재산이 사람을 잡아 먹어버리는 세상이 오고 말 것이다. 나는 그런 세상을 보고 싶지 않다. 아마도 이 글을 읽는 독자들도 같은 생각일 것이라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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