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 생각 남에게 강요하는 짓
나이가 아닌 '생각'이 낡은 것

누구나 늙는다. 그러나 자신의 늙음과 병듦을 인정하기는 쉽지 않다. 자신이 오랜 기간에 걸쳐 쌓아온 가치관이기 때문일까? 자기 시대의 가치관이 현 시대에선 통하지 않는다는 상대적 박탈감 때문일까?

생각보다 꼰대가 되는 것은 자연스럽게 진행된다. 청춘의 고난과 그 치열한 결핍이 만들어낸 위대한 성취, 그 찬란한 업적이 권력이 되고, 권위가 되면서 집착과 욕망의 관성은 자신을 꼰대로 만들어간다.

꼰대의 사전적 의미는 자기 연령대 또는 자신의 행동이나 가치관에 기초하여, 권위의식을 내세우며 자기보다 나이가 어린 사람을 계도·훈계·강요하려 하는 사람을 의미한다고 적고 있다. 그래서 자신의 경험을 일반화해서 남에게 일방적으로 강요하는 것, 이런 걸 속된 말로 '꼰대질'이라고 하는데, 꼰대의 육하원칙이 Who(내가 누군 줄 알아?), What(네가 뭘 안다고?), Where(어딜 감히?), When(나 때는 말야), How(어떻게 그걸 나한테?), Why(내가 그걸 왜?)라고 한다.

그런데 우리는 왜 꼰대가 되는가?

타인의 생각을 무시하고, 자신의 잣대로 세상을 재단하고 판단하려는 자, 그 판단을 남들에게 강요하는 자가 꼰대라면 결국은 '권력'이 문제이다. 남에게 자기 생각을 '강요'하려면 상대의 의지를 누를 '권력'이 있어야 하기 때문에 그 '권력'의 오남용이야말로 꼰대 짓의 원천인 것이다.

꼰대들에게 옳고 그름의 또 다른 기준은 서열이다. 이 서열이라는 것은 대개 나이, 경력의 길이, 직급의 높고 낮음, 상사와 부하, 선배와 후배, 정규직-비정규직 등의 기준으로 정해진다. 서열이 높은 사람과 낮은 사람이 서로 간에 예의를 지킨다면 꼰대가 설 자리가 없다. 꼰대들에게 예절은 서열이 낮은 사람들에게만 요구되는 일방적인 규칙이다.

권력욕과 권위의 부조화로 인해, 폭력을 휘두르고 다른 사람을 괴롭혀서라도 굴종하는 모습을 강요하는, 변화하는 시대에 맞지 않는 논리와 사상, 가치관을 옹호하고 편견이나 고정관념, 그리고 차별로 가득 찬 권력 구조가 꼰대를 만드는 것이다.

물론 권한이 증가했다고 해서 다 꼰대가 되는 것은 아니다. 다른 사람과 소통하고 새로운 지식을 습득해서 자신의 생각이나 관점을 열어둔다면 그것만으로도 꼰대 소리를 들을 확률이 낮아질 것이다.

한 세대의 특징을 다른 세대가 싫어하면서 간섭하고 지배하려고 하면서 충돌은 일어난다. 결국 세대차이는 각 세대가 태어나 자라고 접한 환경이 다르기에 일어나는 것인데, 이러한 세대차이를 극복하는 상식적인 방법은 각 세대끼리 서로 존중하고 이해하는 상호이해가 필요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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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을 도덕적으로 재단한다는 것이 얼마나 위험하고 폭력적인 것인가! 그럼에도 자신의 편협한 도덕적 잣대로 남들의 복장, 외모, 취미 등을 간섭하려 한다면, 그리고 시대와 세대를 달리하면서 생기는 간극을 외면한다면 사유는 점차로 무뎌지고, 세월의 공허를 대신하는 것은 권력과 집착, 그리고 욕망의 관성뿐일 것이다. 결국, 자신의 경험을 일반화해서 남에게 일방적으로 강요하는 것은 나이보다는 생각의 낡음을 지적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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