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문 부수고 집 앞 욕설 낙서도
유족 "경찰 신고…훈계 그쳐"

창원 한 아파트에서 조현병을 앓는 10대에 의해 살해된 피해자(여·74)가 지난해 6월까지 피의자로부터 시달려왔다는 주장이 나왔다.

경찰과 유족에 따르면 ㄱ(18) 군 가족은 지난 2017년 5월 2일 이 아파트에 전입신고했다. 피해자 걸음걸이 등에 따른 층간소음 문제로 ㄱ 군은 그해 8월 18일 위층에 올라가 소리를 지르고 창문을 깨트렸다. 이후 욕설이 적힌 포스트잇을 현관문에 붙이기도 했다.

피해자 조카 ㄴ(35) 씨는 이 사실을 8월 30일 뒤늦게 알고 경찰에 신고했는데, 출동한 경찰은 현장에서 종결 처리했다. ㄴ 씨는 "경찰이 왔을 때 딱히 해준 건 없다. ㄱ 군 집에 찾아가 '미성년자인데 그렇게 하면 안 된다. 할머니 혼자 사는데', '다음에는 그렇게 하지 마라' 같은 말만 하고 돌아갔다"고 말했다.

ㄴ 씨는 이후에도 ㄱ 군이 현관문·창문에 테이프를 붙이거나 창문 창살에 휴지를 감아놓는 등 피해자를 괴롭혔다고 주장했다. 현재도 초인종에 낙서가 남아 있다.

피해자는 방 벽지에 자세하지는 않지만 날짜와 함께 괴롭힌 내용을 적어놓기도 했다. '2018년 5월 18일 물, 욕설 메모지', '5월 25일 대문 물 8시', '2018년 6월 3일 11시', '절대 문 안 열어주기 맹세' 등이다.

▲ 창원 한 아파트에서 조현병을 앓는 10대가 위층에 살던 74살 할머니를 살해한 가운데 유족은 10대 피의자가 지난해 6월까지 피해자를 괴롭혔다고 주장했다. 사진은 유족이 촬영한 피해자 방 벽지 모습. /유족

ㄴ 씨는 "경찰을 부를 때 큰일이 나는 상황인 줄 아셨다. '아이고 앤데, 굳이 경찰을 불러가지고 신세 망치는 거 아니겠냐' 그런 말씀이셨다"며 "보복이 두렵고 경찰을 부르면 일이 커질 거 같아 저나 경찰에게도 말하지 않고 혹시나 잊을까 기록해두셨다"며 "지금 와서 후회되는 게 (경찰을) 더 불렀어야 하는데"라고 했다.

2018년 6월 3일 이후 기록은 없다. 지난해 중반부터 사건 발생 전까지 잠잠했다.

ㄱ 씨는 "이모와 함께 살던 어머니를 만날 때마다 (ㄱ 군이) 요즘 괜찮으냐고 물으면 '괜찮은 거 같다. 잘 보이지도 않고 오지도 않는다'고 해서 괜찮구나 생각했다"고 했다.

ㄴ 씨는 "본인 동의가 없으면 병원 입원이나 보건소 등록이 안 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ㄱ 군 같은 사람은 사건 징후가 있기에 별도로 입원 조치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 창원 한 아파트에서 조현병을 앓는 10대가 위층에 살던 74살 할머니를 살해한 가운데 유족은 10대 피의자가 지난해 6월까지 피해자를 괴롭혔다고 주장했다. 사진은 피의자가 휴지를 감아놓은 피해자 집 창문 쇠창살 모습. /유족

마산중부경찰서는 지난 24일 오전 9시 5분께 창원시 마산합포구 한 아파트에서 위층에 살던 70대를 흉기로 숨지게 한 혐의(살인)로 ㄱ 군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경찰 관계자는 "'사고 장애로 체계적으로 범행을 계획한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단지 (피해자를) 죽여야 내가 살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하는 것으로 봐 죽여야 한다는 생각과 환청에 의해 우발적으로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보인다'는 프로파일러 면담 결과가 나왔다"며 "최근 뉴스를 봤느냐는 질문에 ㄱ 군은 '나는 관심이 없어서 뉴스 본 적이 없다'고 답했다. 그래서 더 이상 진주사건에 대한 질문을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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