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27 판문점선언 1년'창원 용지초교 통일교육 공개수업 현장
교실 가른 휴전선 테이프에 답답해하며 분단현실 체감
판문점선언 영상 보고 한반도여행놀이로 통일 꿈 키워

25일 오전 창원 용지초등학교 2학년 1반 교실. 학생 14명은 4·27판문점선언 1주년을 맞아 진행한 통일교육 공개수업을 시작하자마자, '그런 날이 온다면' 노래를 불렀다.

"남과 북이 하나 되는 그런 날이 정말 온다면, 보고 싶은 북녘친구 만나 뛰놀고 싶네. … 우릴 가로막는 녹슨 철조망은 하나 둘씩 걷어버리고 비무장지대를 마음껏 달리며 축구 한 판 하면 좋겠네. 우리 민족 하나 되는 그런 날이 정말 온다면 백두산에 올라서서 어깨춤을 춰야지."

신나게 노래를 부른 학생들은 담임교사가 "한반도가 뭐예요?"라고 묻자, 오른쪽 벽에 붙은 우리나라 지도를 가리키며 "여기 지도에 있는 거요. 남한과 북한을 합한 거요"라고 했다.

임선경 담임교사는 통일교육 수업에 앞서 지난 22일 교실 절반을 뚝 잘라 붉은 색 테이프를 붙여뒀다. 학생들은 다음날 교실의 선을 보고 눈이 휘둥그레졌다. 교사가 선을 넘지 못하게 하자, 답답함을 토로했다. 어떤 학생은 "선을 넘어오면 싸우겠다"는 태세를 갖추기도 했다. 그러자 임 교사는 곧바로 휴전선 사이에 대화의 창구로 '판문점' 책상을 만들어뒀다.

교사가 "휴전선을 없애는 통일을 하면, 어떨 것 같아요?"라고 하자, 학생들은 '평화', '자유'가 생길 것 같다고 답했다. 또, 휴전선을 넘나들면 이야기도 마음껏 할 수 있을 것 같다고도 했다.

▲ 25일 오전 창원용지초등학교 2학년 1반에서 통일 교육 공개수업이 열렸다. 이날 공개수업에 참여한 학생들이 "한반도가 뭐예요?"라는 선생님의 질문에 우리나라 지도를 가리키고 있다. /박일호 기자 iris15@idomin.com

학생들은 지난해 4·27 판문점선언 당시 문재인 대통령,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목소리가 나오는 영상을 틀자 몰입해서 지켜봤다. 교사는 판문점선언에 대해 쉽게 풀이해서 설명했다. "앞으로 서로 얘기하면서 사이좋게 지내고, 남·북한을 자유롭게 넘나들 수 있게 하자"라는 취지를 설명했다.

한반도 여행을 떠날 수 있는 남북한 지명이 적힌 주사위 판을 펼치자, 아이들은 조별로 놀이를 했다. 놀이는 한라산에서 출발해 백두산에 도착하는 방식이다. 천선우 학생은 "선생님, 저 백두산에 1등으로 도착했어요"라며 큰소리를 쳤다.

40분 수업이 훌쩍 지났다. 수업 소감을 적으라고 하자 학생들 대다수는 '진짜 백두산에 가보고 싶다'고 썼다. 학생들은 "백두산에 가고 싶어요. 가면 재미있을 것 같아요"라는 글을 개성있는 필체로 썼다.

임 교사는 이번 공개수업을 위해 경남평화통일교육연구회, 전교조 경남지부 통일위원회가 지난 20·21일 김해 봉하마을에서 개최한 '교사 통일 캠프'에도 참가했다. 임 교사는 "아이들에게 쉽게 우리에게 통일이 무엇인지 설명하려고 했다. 오늘 수업을 마친 후 학생들과 함께 휴전선 테이프를 떼 내는 작업을 했다"고 말했다.

경남도교원단체총연합회, 전국교직원노동조합 경남지부, 한국교원노동조합 경남본부가 참여한 경남교원단체 통일교육협의회가 지난 22일 출범했다. 협의회는 내달 3일까지 평화·번영·통일교육주간을 운영하며, 학교에서 다양한 통일교육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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