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이 되고픈 중산층 여성 리사
다섯살 천재 소년이 쓴 시 도용
질투 뒤섞인 내면 담은 스릴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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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애나는 아름답다/ 나에게는 충분히 아름답다/ 태양이 그녀의 노란색 집을 두드린다/ 마치 신이 보낸 신호처럼.

유치원 교사 리사(배우 매기 질렌할)는 어느 날 다섯 살 유치원생 지미(배우 파커 세박)가 즉흥적으로 읊는문장을 듣고서 전율을 느낀다. 곧바로 수첩에 받아적고는 스스로 중얼거려 본다. 애나는 아름답다… . 

특별할 것 없는 일상이다. 리사는 매일 아침 아무도 오지 않은 교실 문을 열고 창문 블라인드를 올린다. 책상과 의자를 정리하고 아이들과 함께키우는 화분에 물을 준다. 잠시 더위를 식히려고 켠 선풍기만이 웅 소리를 내며 적적함을 깬다.

리사는 단조로운 일상에서 시를 쓰며 즐거움과 괴로움을 느낀다. 평생교육원에서 문학 수업을 받지만 자신의 시에 대한 부정적인 평가로 기분이 좋지 않다. 시인이 되고 싶지만 현실은 냉혹하다. 

자신의 습작 시에 호응을 해주는 이는 남편 그랜트(배우 마이클 체너스)뿐이다.

그러다 리사는 지미의 시를 문학 수업에서 읊는다. 강사 사이먼(배우 가엘 가르시아 베르날)은 감탄한다. 상투적이라고 말했던 동료들도 놀라워한다.

이때부터 리사는 지미, 지미 를 내내 부른다. 낮잠 자는 지미를 깨워 밖으로 불러내고 지미의 보모를 자처하며 미술관에 데리고 다닌다. 그의 잠

재된 재능을 일깨우려는 것인데, 그렇게 탄생한 시는 리사의 것처럼 보인다. 여전히 그녀는 문학 수업에서 지미의 시를 발표하기 때문이다.

리사가 지미에게 보이는 행동은 평범한 선생님처럼 보이지 않는다. 동경과 질투가 뒤섞여 있고 지미가 재능을 발휘할 수 있도록 뒷받침해야 한다는 강박을 보인다.

사이먼이 제안한 시 발표회가 있는 날이다. 사이먼은 리사에게 문학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모이는 자리에서 시를 낭독하라고 제안했다. 누구보다 갈 자격이 있다고 말이다.

리사는 지미와 함께 무대에 오른다. 그리고 지미는 마이크 앞에 서서 말한다. 

애나는 아름답다… .

리사는 지미의 시를 세상에 알렸다. 청중은 감탄하고 사이먼은 멍하다. 시로써 리사를 흠모했던 사이먼은 그녀에게 예술가는 못된다고 비난한다.

이 일이 있은 후 지미는 유치원을 옮긴다. 그리고 리사는 짐을 챙겨 차에 오른다. 그녀의 집착은 지미를 찾아내고 둘은 바다로 떠난다. 둘은 수영을 하며 즐거워 보이는 하루를 보내는 듯하다. 리사는 시가 떠올랐어요 라고 말하는 지미의 순간순간을 놓치지 않는다. 

잠시 쉬려고 숙소를 옮긴 둘은 창 너머 숲을 본다. 지미는 옷을 갈아입고 리사도 샤워를 하러 욕실로 들어간다. 납치를 당했어요. 그 사이 욕실 밖으로 지미의 목소리가 들린다. 리사는 911로 전화하라며 알려주고 정확한 주소를 불러준다. 그리고 울먹이며 말한다. 세상이 널 지워버리려 해. 너 같은 사람들 말이야.

리사와 지미는 손을 잡고 경찰을 기다린다. 지미는 경찰차에 타고 경찰관은 아이스크림을 사주겠다고 말하고선 잠시 차를 떠난다.

그리고 지미는 말한다.

시가 떠올랐어요. 하지만 어린 소년의 외침을 듣는 이는 이제 없다.

2014년에 만들어진 <시인 요아브> (감독 나다브 라피드>를 원작으로 <나의 작은 시인에게>를 연출한 사라 코랑겔로 감독은 이 영화는 시인이 되고 싶은 충족되지 않은 열망을 가진 한 여성에 관한 심리 스릴러다 고 말했다.

영화는 리사로 모든 것을 말한다.

중산층 중년 여성의 권태로운 일상과 예술적 성취에 대한 욕망을 내밀히 들여다보는 영화는 배우 매기 질렌할의 연기로 최고조에 이른다. 일상을 사는 나른한 얼굴, 지미를 발견하고 스쳐간

경이로운 표정, 사이먼을 유혹하던 멍한 눈빛까지. 시를 갈망한 중년 여성이 보일 수 있는 심경 변화를 탁월하게 보여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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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치원 교사이자 시인을 꿈꾸는 리사는 다섯 살 소년인 지미의 천재적인 시 창작 능력을 포착한다. /스틸컷

황소가 뒤뜰에 홀로 서 있다/ 캄캄

한 어둠 속에/ 문을 열고 한 걸음 다가

갔다/ 바람은 나뭇가지를 스쳐가고/

소는 푸른 눈을 들어 나를 봤다/ 살기

위해 몰아쉬듯 계속 숨을 뱉었다/ 그

런 소는 필요없다 난 어린 소년이니/

그렇다고 말해 줘/ 어서 그렇다고 말

해 주렴.


이처럼 우리는 지미의 시를 다시 들을 수 있을까?

영화는 창원 씨네아트 리좀 등에서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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