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재 항거 김병곤 열사 일생에 '울컥'
현실감 더한 무대효과 돋보여
깊어진 주인공 열연도 인상적

공연이 끝나고 박수가 우렁찼다. 배우들을 향해 진심을 담은 격려 같았다.

22일, 23일 오후 7시 30분 김해 진영한빛도서관 공연장 무대에 올려진 김해 극단 이루마의 연극 <괴물이라 불리던 사나이>(김세한 작, 이정유 연출). 지난해 9월 초연 때보다 훨씬 매끄럽게 다듬어졌다. 군더더기 없이 깔끔한 느낌이다. 극적인 효과도 크고 관객도 더욱 몰입할 수 있었다. 원래도 무대 장치를 십분 활용한 연출이 돋보이던 작품이다. 이번 공연에는 처음보다 무대가 더욱 현실적으로 꾸며졌다.

김해 출신 민주운동가 고 김병곤(1953~1990)의 일대기를 그린 작품이다.

"아무것도 한 일이 없는 저에게 이렇게 사형이라는 영광스러운 구형을 주시니 정말 감사합니다. 사실 저는 유신 치하에서 생명을 잃고 삶의 길을 빼앗긴 이 민생들에 줄 것이 아무것도 없어 걱정하던 차였습니다. 그런데 이 젊은 목숨을 기꺼이 바칠 기회를 주시니, 고마운 마음 이를 데 없습니다. 감사합니다." (극중 김병곤의 대사 중)

▲ 올해 경남연극제 신인 배우상을 받은 손상호 배우가 김병곤 역으로 열연하고 있다. /이서후 기자

1974년 민청학련 사건으로 사형을 선고받은 후 한 최후 발언을 그대로 대사에 담았다. 평생을 옳다고 생각한 일에 타협 없이 모든 것을 바친, 그래서 독재정권에게는 괴물일 수밖에 없는 그였다.

지난해 초연 이후 얼마나 대본을 다듬었을까, 배우들 또 얼마나 연습을 많이 했을까 싶다. 특히 지난 3월 제37회 경남연극제에서 신인 연기상을 받은 손상호 배우(주인공 김병곤 역)의 연기를 다시 보게 됐다. 초연 때도 풍성한 성량과 선명한 이목구비, 열정적인 연기가 인상적이었는데, 그때보다 훨씬 더 다듬어지고 안정된 모습이었다.

보고 나니 지난해보다 훨씬 가슴이 먹먹했다. 울컥한 뭔가가 계속 남는다. 연극이 끝나고 일어서는 관객 중에도 눈물을 흘리는 이가 많았다.

많은 생각을 안겨주는 작품이었다. 이런 게 좋은 연극 아니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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