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20일까지 기획전 열려
모금부터 건립공사까지
문인들 기록·사진으로 정리

▲ 2001년 경남문학관 개관 모습. 장승을 많이 세웠던 것을 확인할 수 있다. /경남문학관

경남문학관 상반기 기획전 '나와 경남문학관'이 지난 20일부터 9월 20일까지 창원시 진해구의 문학관 1층 전시실에서 열리고 있다.

2001년 3월 개관, 올해로 18주년을 맞은 경남문학관. '한국 최초 문학관'이라는 수식어뿐 아니라 400권이 넘는 문예지 창간호, 해방시기 발행한 희귀도서 등 4만 권의 소장도서자료만 보더라도 전국 여느 문학관에 뒤지지 않는다.

이번 기획전에서는 이런 경남문학관 개관과 관련된 다양한 비화를 확인할 수 있다. 여러 문인이 경남문학관과 관련한 기억들을 사진과 글로 풀어놓았다.

무엇보다 개관 당시 경남문학관 건립을 추진한 전문수 초대 경남문학관 관장의 '지금 생각하면 참으로 무모한 생각'이란 이야기가 재밌다. 당시 그는 창원대 교수이자 경남문인협회 회장을 맡고 있었다.

"1998년 1월 경남문인협장의 취임소감에서 나는 그만 경남문협 총회에서 회원들에게 경남문학관 건립사업 추진을 해내겠다고 공약하고 말았다. 그 당시의 여러 환경 조건에서 전국 최초의 참 가당찮은 돈키호테 같은 회장 공약이었다. 언감생심 허언이라고 면전에서 비아냥거리는 문우들도 있었을 정도로 나는 겁 없는 약속을 했었다."

이후 구체적인 추진 상황은 당시 경남문협 사무국장이던 김복근 시조시인과 후임 사무국장이던 조현술 아동문학가의 글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그러나 어찌하랴. 회장님의 말씀을 예사로이 할 수 없는 게 당시 사무국장의 숙명적인 역할이었다. 전년도 결산에 의한 수입금을 정리하고, 문학관 건립 기금 모금에 들어갔다. 5만 원 10만 원에서 30만 원, 50만 원, 100만 원의 제법 큰 단위까지 모금 작업이 진행됐다. 개미허리보다 가녀린 행사비를 절약하고, 모금을 통하여 무려 5000여만 원의 기금을 마련했다. 아마 문인들이 이런 거금을 마련한 것은 전무후무한 일이 아닌가 싶다." (김복근)

"첫째 작업이 부지선정이었습니다. 전문수 박사님은 창원 인근의 자치단체장의 문학관 참여 인식을 심기 위해 다음 4곳에 공문을 보낼 것을 지시했습니다. 함안군수, 마산시장, 창원시장, 진해시장 등에 공문을 발송하고 난 후, 총무과에 전화를 했습니다. 공문 발송 후, 관계자들에게 의사 타진을 위해 전화를 했지만 관심을 가져주는 지자체가 없었습니다. 다행히 진해시장(당시 김병로 시장)이 경남문학관 건립 부지를 제공하겠다고 했습니다. 제공 조건은 기부채납이었습니다." (조현술)

5000만 원으로는 어림도 없는 금액이었다. 하지만, 문학관 건립에 대한 문인들의 열망을 확인한 협회는 당시 김혁규 경남도지사에게 도움을 요청했고, 결국 도비 5억 원을 지원받게 됐다.

"마산역 근처 찻집에서 차를 마시던 전문수 박사가 도의회에서 경남문학관 예산이 통과되었으니, 빨리 경남도의회로 나와서 구체적 안을 설명하라는 말을 들었습니다. 전문수 박사는 그 말이 꿈만 같아서 차를 몰고 경남도의회로 직행했다고 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꿈만 같은 현실 앞에 너무 좋아서 승용차 사이드 브레이크를 풀지도 않고 운행했다는 것입니다. 차를 산 지 1개월도 안 된 새 차였는데 브레이크 타는 냄새가 지독하게 났는데도 몰랐다고 회상했습니다." (조현술)

▲ 2001년 경남문학관 개관식에 참가한 문인 방명록./이서후 기자

문인들의 글과 함께 전시된 사진첩에서는 경남문학관 지을 당시 사진을 볼 수 있다. 당시에 주변에 장승을 많이 만들어 세웠던 것 같은데 지금은 하나도 남은 게 없다.

전시와 관련해 자세한 내용은 경남문학관(055-547-8277)으로 전화해 물어보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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