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의지 빈자리 메운 두산 박세혁
롯데 살림꾼 신본기 등 진가 입증

나이 서른에 마침내 꽃을 피운 선수들이 2019년 프로야구 KBO리그 시즌 초반 팬들의 시선을 끈다.

공수에서 양의지(NC 다이노스)의 빈자리를 완벽하게 메운 두산 베어스 주전 포수 박세혁(29), 박세혁과 호흡을 맞춰 두산 허리진에 안정감을 높인 우완 투수 윤명준(30), 타격 3위를 질주하는 롯데 자이언츠 살림꾼 신본기(30), 10개 구단 최강의 5선발로 자리매김한 우완 투수 문승원(30·SK 와이번스) 등이 주인공이다.

이들에겐 2012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대졸 선수로 프로 구단의 지명을 받았다는 공통점이 있다.

나이 스물셋에 KBO리그에 입성해 기량을 꽃피우기까지 햇수로는 7년, 시즌으로는 8시즌이 걸렸다.

2012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지명돼 처음부터 발군의 실력을 뽐낸 이로는 나성범(30·NC)이 있다.

SK의 거포로 입지를 굳힌 한동민(30)과 2017년 SK에서 KIA 타이거즈로 트레이드된 뒤 한국시리즈 우승의 기쁨을 누린 포수 김민식(30), 한화 이글스 외야수 양성우(30)도 올해 입단 동기들보다 먼저 이름을 알린 2012년 대졸 지명 선수들이다.

상무와 경찰야구단에서 군 복무를 마친 대졸 선수들은 경력으로나 나이로나 선수 인생의 절정기를 향해 막 첫발을 내디뎠다.

박세혁은 김태형 두산 감독의 칭찬을 한 몸에 받는다. 타율 0.303에 타점 15개를 올린 준수한 타격도 좋고 투수들과 팀 평균자책점 2위(2.97)를 합작한 수비 실력은 더욱 좋다.

작년까진 양의지의 백업이었지만, 언젠가 주전 안방마님으로 도약하고자 준비를 게을리하지 않았고 그 진가를 올해 제대로 입증하고 있다.

▲ 지난 5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프로야구 경기 도중 두산에서 이적한 NC 양의지(오른쪽)가 2회초 타석에 들어서며 두산 포수 박세혁을 보며 웃음을 참고 있다. /연합뉴스

고려대에서 박세혁과 배터리를 이룬 윤명준과 문승원도 소속팀의 보배로 성장했다.

윤명준은 23일 현재 13경기에 등판해 1승 4홀드, 평균자책점 1.50의 성적을 냈다.

지난해 선발투수로 한 단계 올라선 문승원은 올해엔 4경기에서 1승 1패, 평균자책점 2.77로 다른 팀 1∼2선발에 버금가는 결과를 수확했다. 이닝당출루허용률(WHIP·0.85), 피안타율(0.183) 모두 양호하다.

화려하진 않지만 없어서는 안 될 롯데의 내야수 신본기는 타율 0.365를 쳐 각종 타격 지표에서 커리어 하이에 도전한다.

올 시즌엔 유격수로 고정 출전해 수비에서도 안정을 찾았다. 넉넉하지 않은 연봉에도 오랫동안 기부를 실천해 온 만큼 마음은 더욱 따스하다.

신인 드래프트에서 대졸 선수의 찬밥 신세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머리 굵은 대졸 선수보다 어린 고졸 유망주를 일찍 프로에 데려와 키우는 게 낫다는 인식 탓이다.

프로 지명을 못 받은 선수들이 뛰는 대학 야구는 실력 저하로 어려움을 겪고, 결국 졸업을 앞두고 선수들은 프로 드래프트에서도 외면당하는 악순환을 겪는다.

KBO 사무국에 따르면, 2010년 이래 신인 드래프트에서 30∼40명 선이던 대졸 선수 수는 2014년 51명으로 정점을 찍은 뒤 하강 곡선을 그려 지난해엔 21명으로 줄었다.

아예 대졸 선수를 한 명도 안 뽑은 구단도 나왔다.

대학 야구가 고사할 위기라는 여론을 반영해 KBO는 이사회에서 올해 신인 지명부터 대학 졸업 예정 선수를 1명 이상 의무지명하도록 의결했다. 프로 구단의 한 관계자는 "구단은 나이 어린 고졸 선수들에겐 제법 오랜 기간 기회를 주지만, 대졸 선수들에겐 3∼4년을 줄 뿐"이라며 "이런 점을 대졸 선수들도 잘 알기에 적은 기회를 살리려고 노력하는 모습이 보인다"고 전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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