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활절은 예수가 십자가에서 숨을 거둔 뒤 사흘 만에 부활하여 영원한 생명을 얻은 날을 기념하는 기독교 최대의 축일이다. 기독교인들은 사랑과 의로움을 다짐하는 예배를 한다. 그런데 양산시기독교총연합회가 주관한 이번 부활절 연합예배 중에 한 목사가 난데없이 경남학생인권조례에 대하여 비난하는 주장을 펼치는 바람에 교계와 지역 교육계에 파문이 번지고 있다. 그리스도 부활의 의미를 기리는 기도와 찬양, 설교가 이어지던 중에 김모 목사는 학생인권조례가 성 문란과 동성애를 조장하고 있고 전교조 교사들이 부추기고 있다며 정치인들과 팻말을 나눠 들고 구호를 외쳐 예배장을 순식간에 규탄대회장으로 바꿔놓았다.

김 목사가 평소 양산지역에서 학생운동조례에 반대하는 시민단체 대표를 맡아 적극적으로 활동한 일이야 개인적 신념의 소산이라지만 부활절 연합예배 와중에 본래의 취지와는 동떨어진 정치적 선동을 한 데 대해서 신도는 물론 목회자들 사이에서도 달갑지 않은 분위기다. 특히 기도시간을 빌려 인권조례가 생기면 동성애가 만연하고 초등학생까지 성을 강요하는 세상이 될 것이란 근거 없는 거짓뉴스까지 퍼트린 데 대해서 진위에 따라 엄중히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어떤 종교든 세속의 사안에 대하여 동떨어지거나 무관심할 수는 없을 것이다. 민주주의나 보편적 인권의 문제라 하더라도 역사적 상황과 제도에 따라 달리 나타날 수밖에 없으니 종교적 신앙과 율법에 따라서는 얼마든지 다른 의견을 개진할 수 있다. 하지만 현실 문제에 대한 특정 신념이 종교적 권위로서 인정받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객관적인 증거와 사실에 기반해야 한다. 입증된 사실도 아니고 근거도 없는 억지를 종교적 진리라는 이름 아래 강요하려 든다면 정당성의 기반은 물론 믿음의 근간까지 흔들릴 수밖에 없다. 종교적 신앙의 자유만큼 현실 문제에 대한 정치적 차이도 존중되어야 한다. 신앙의 차이에도 불구하고 온 세상이 예수의 부활을 축복하며 은총에 감사하는 날을 굳이 정치적 시비로 분탕을 칠 이유가 있었는지 다시 묻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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