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영 맡은 주지 입적 후 방치
입주자모임, 정상화 촉구
시, 관계자 재산분쟁에 '난색'

양산시 매곡동에서 한 사찰이 운영해온 노인주거시설이 내부 재산권 문제가 얽히면서 승강이를 벌이는 동안 애꿎은 입주 노인들만 피해를 호소하고 있다.

24일 부모은중선원 실버타운 입주자모임(대표 박채석)은 양산시청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2013년 관리를 맡은 주지가 입적한 후 6년여 동안 제대로 관리가 이뤄지지 않아 1개월씩 배식이 되지 않았고 보일러 등 잦은 시설 고장으로 나이가 많은 거주자가 불편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현재까지도 사찰에서 손을 놓아 비참한 운영을 지속하고 있는 실정"이라며 "사찰이 실버타운 관리권을 상실해 제대로 된 관리는 고사하고 숨지더라도 봉안당에 모시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주장했다.

문제가 된 실버타운은 노인을 대상으로 여생을 보낼 수 있도록 사찰 터에 주거시설을 마련하고 사후 봉안당에 모신다는 조건으로 입주자당 3000만∼8000만 원까지 돈을 받아 1980년대 후반 운영을 시작해 현재 60여 명이 살고 있다. 하지만, 사회복지시설(노인시설)로 별도 인가를 거치지 않고 사찰에서 운영하는 '선방' 개념으로 운영해왔다. 이후 별 다른 문제 없이 운영되던 실버타운은 관리를 맡은 주지가 사망하면서 꼬이기 시작했다. 사실상 운영주체가 모호해진 상태에서 사찰과 봉안당, 주거시설 건물·토지 소유관계까지 복잡해지면서 불똥은 실버타운으로 옮아갔다.

현재 사찰과 봉안당·주거시설 일부는 소유자가 다르다. 봉안당은 2000년 허가 당시 토지소유자였던 주지가 관리인을 맡고 나서 주식회사를 설립해 2002년 소유권을 넘긴 후 사찰을 관리하는 재단과 봉안당을 소유하는 주식회사가 재산을 나눠 가진 상황이 됐다. 사망한 주지가 재단과 주식회사를 공동대표하며 권리를 행사하는 동안 문제가 없었던 실버타운 관리에도 문제가 생긴 배경이다.

▲ 24일 양산시 한 사찰에서 운영하는 실버타운 입주 노인들이 관리 부실로 말미암은 고통을 호소하며 대책 마련을 촉구하고 있다. /이현희 기자

이날 입주자모임은 양산시에 새로 임명한 주지를 봉안당 관리자로 변경해 실버타운 운영을 정상화해달라고 요구했지만 봉안당 관리자와 실버타운 운영은 별개라는 것이 시 입장이다.

민원이 발생하자 시는 입주자 안전을 위해 낡은 시설을 점검하고, 미신고 시설 양성화를 검토하는 등 임시대책을 마련했지만, 사찰과 봉안당 토지소유자 간 재산권 문제에 시가 개입할 수 없어 난색을 보이고 있다. 처음부터 실버타운을 사회복지시설로 인가를 받지 않고 운영한 데다 이후 신고제로 변경한 후에도 후속조치를 취하지 않아 시가 관리·감독할 수 있는 여지가 없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봉안당 운영을 둘러싸고 현재 토지소유자가 시와 '봉안당 설치허가 무효확인' 소송을 진행하는 가운데 법적 근거도 없이 입주자 요구대로 관리인을 변경하면 손해배상 소송도 제기할 가능성이 커 법적·행정적 해결책을 찾기 더욱 어려운 상황이다.

시 관계자는 "봉안당과 실버타운 운영을 정상화하려면 우선 내부 재산권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며 "양측을 상대로 대화를 통한 해결책을 찾고 있지만 입장 차가 커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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