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현병 10대, 윗집 할머니 살해
자퇴 후 입원 거부한 채 생활
정신건강복지센터 등록 안 돼

진주 방화·살인사건 일주일 만에 창원에서도 조현병 환자에 의한 살인사건이 발생했다.

ㄱ(18) 군이 24일 오전 9시 5분께 창원시 마산합포구 한 아파트에서 위층에 살던 노인(여·74)을 흉기로 찔러 숨지게 한 혐의(살인)로 경찰에 붙잡혔다. ㄱ 군은 아버지와 목격자 등 신고로 출동한 경찰에 의해 자신의 집에서 체포됐다. 병원으로 옮겨진 노인은 숨졌다.

경찰에 따르면 ㄱ 군은 흉기를 들고 위층으로 올라가 노인 집 현관문을 두드렸고, 돌아가라는 말에 복도에서 30분 넘게 기다렸다 외출을 하려고 집 밖으로 나온 노인에게 흉기를 휘둘렀다.

ㄱ 군은 조현병 진단을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평소 말수가 적고 수업 시간에 소리를 지르는 등 이상 증세를 보였던 ㄱ 군은 2017년 2학기 학교를 그만뒀다. 그해 11월 정신병원을 다니기 시작했고, 진주 경상대병원에서 조현병 진단을 받아 올해 2월까지 약을 처방받았다.

◇자퇴 후 대부분 홀로 생활 = 경찰에 따르면 ㄱ 군은 학교를 그만둔 후 대부분 집에서 혼자 게임하거나 유튜브 방송을 보면서 생활했다. 소리에 민감하게 반응했다는 ㄱ 군은 숨진 노인과 갈등을 일으키기도 했다. 또 폭력 문제를 일으켰던 것으로 확인됐다.

이현순 경남경찰청 강력계장은 "ㄱ 군이 중학교 때부터 애니메이션을 많이 봐왔는데, 사람의 뇌와 뇌가 연결돼 조종당한다는 내용이 있었다"며 "ㄱ 군은 '숨진 노인이 자신의 머릿속에 들어와 움직일 때마다 뼈가 부서지는 고통을 느껴 노인을 죽여야만 내가 살 수 있다'고 진술했다. 그래서 노인이 스스로 죽기를 바라다가 23일 밤부터 죽여야겠다고 마음을 먹은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이어 "ㄱ 군이 범행을 저지른 후 '애니메이션 때문에 내가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라고 후회하는 진술을 하고 있다"고 했다.

숨진 노인과 같은 층에 사는 한 주민(여·79)은 "약 1년 전에 층간소음 문제로 ㄱ 군이 소리를 지르고 숨진 노인의 집 창문을 깨트려버린 적이 있다"고 했다. ㄱ 군 아버지도 "평소 시끄러운 것을 싫어하는데, 위층 발걸음 소리 등에 예민하게 반응했다"고 경찰에 진술했다.

2017년 12월에는 자퇴한 학교 담을 넘어 들어갔다가 말리던 경비원을 때려 기소유예 처분을 받았다. 지난해 8월에는 학교 정문을 서성이다 경비원 신고로 출동한 경찰이 집으로 돌려보내기도 했다.

▲ 24일 오전 창원 한 아파트에서 10대가 휘두른 흉기에 70대 노인이 숨지는 사건이 발생했다. 사진은 사건 현장 모습. /김구연 기자 sajin@idomin.com

◇관리시스템 개선 필요 = ㄱ 군은 조현병 진단으로 한 차례 입원을 권유받았지만 본인이 거부했다.

ㄱ 군의 병력은 보건소나 정신건강복지센터에도 등록돼 있지 않았다. 마산보건소 관계자는 "1차적으로 환자가 동의하고 신고해야만 사례관리를 할 수 있다. 동의하지 않거나 신고를 하지 않으면 방법이 없다"고 했다.

이는 진주 방화·살인사건과 유사하다. 피의자 안인득(42)도 2010년 폭력사건 재판 과정에서 조현병 진단을 받고 2011년부터 2016년 7월까지 치료를 하다 중단했다. 이후 관계기관에 연계되지 않았다.

진주 방화·살인사건을 계기로 폭력 문제를 일으킨 정신질환자 병력을 사법·수사당국·행정이 공유해야 한다는 여론이 일고 있다. 전문가들도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했다.

문석호 정신건강의학 전문의는 "경찰이 정신병원에 의뢰하면 전문의 진단 등 절차를 거쳐 응급입원을 시킬 수 있는 제도가 있다. 정신질환 의심자를 현장에서 병원으로 데려갈 수 있는 것은 경찰뿐"이라며 "사실 인권침해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 그러나 타인에게 해를 끼칠 가능성이 크다고 보이면 예방이 더 중요하다고 보기 때문에 기술적으로 제도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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