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노동자 지원단, 백서 발간
국민조사위 자료 부실 등 지적
중대재해 기업 처벌 강화 촉구

삼성중공업 거제조선소 크레인사고 노동자 지원단이 지난 2년 동안 활동한 내용을 담은 백서를 발간한다.

백서는 삼성중 크레인 사고 2주기를 앞두고 피해자 지원 한계, 국민참여조사위원회 부실한 조사 의혹, 진상규명 한계 등을 담은 것이다. 노동자 지원단은 노동자 안전 도모와 산업재해 줄이기, 피해 회복을 위해 활동을 해왔으나 현실적 한계도 많았다고 소회를 밝혔다.

창원시 성산구 사파동 법무법인 믿음 사무실에서 지난 17일 만난 지원단 소속 법률전문가 4명은 지난 2017년 11월부터 진상조사 과정에서 어려움이 많았다고 토로했다. 2017년 5월 1일 노동절 삼성중 거제조선소 해양플랫폼 작업장에서 800t급 골리앗 크레인과 충돌한 32t급 타워크레인 붐대(지지대)가 넘어지면서 노동자 6명이 숨지고 25명이 다쳤다.

김태형 믿음 변호사는 "백서를 만들고자 자료를 수소문했지만 접근성이 매우 떨어졌다. 국민참여조사위 보고서는 소위 말하는 무늬만 보고서였다. 정보공개청구를 해서 얻어낸 자료도 대부분 무의미했다"며 "조사위가 조사를 진행한 내용을 보면 노동부나 그 산하 단체로 볼 수 있었음에도 조사위는 노동부와 별 관계가 없다. 보관하는 자료도 없고, 자료 위치도 모른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이는 조사위 수행 과정이 보여주기식으로밖에 비칠 수 없는 부분"이라고 지적했다.

▲ 17일 경남도민일보와 인터뷰 중인 삼성중공업 크레인사고 피해 노동자 지원단 (왼쪽부터)금속노조 법률원 경남사무소 이환춘 변호사, 법무법인 믿음의 김종하 사무장, 김태형 변호사, 김형일 변호사. /김구연 기자 sajin@idomin.com

이환춘 금속노동조합 법률원 경남사무소 변호사는 "산업재해에 따른 트라우마와 같은 부분은 그간 판례가 없다. 지원단은 별도로 소송을 하는 입장이었는데 없는 길을 만들어야 하는 점이 어려웠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국민참여조사위가 조사한 내용은 확인할 때마다 자료가 없거나 수치가 변경되는 등 오류가 많았다"면서 "삼성크레인 사고는 단순한 산재가 아닌 시스템을 바꿔야 하는 부분이었지만 단발성 이슈에 지나지 않았다. 피해자 지원에 대한 부분도 그때 관심을 가지는 데 그치는 등 개인의 문제가 아닌 전체의 문제로 바라봐야 했음에도 그러지 못했던 것이 안타까웠다"고 했다.

김종하 믿음 사무장은 "트라우마 피해자들에게 어느 정도 손해배상 청구액을 설정해야 하는지도 어려운 부분이다. 새로운 전형을 만들어야 하는 데 있어 재판부는 소극적일 수밖에 없다. 국내법에는 징벌적 손해배상도 없으니 더 힘든 부분이 있었다"고 말했다.

김형일 믿음 변호사는 지원단 활동을 하면서 노동조합의 필요성을 절감했다고 밝혔다.

그는 "개개인 노동자마다 원하는 바가 다른데 하청물량팀을 두고 있으니 노동자 개인이 모이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했다. 또 초반에 판결 또는 가시적 성과를 냈어야 했지만 사람을 모으는 데 어려움을 겪으며 난관에 봉착했었다"고 말했다.

이어 "노동자들이 본인의 의사 결정을 강하게 결집할 수 있는 노동조합이라는 조직구조가 필요한 이유였다. 노조가 없으니 개인별로 사측과 대응을 할 수밖에 없는 구조였다. 더욱이 사내 구조대가 있었음에도 구조가 지연됐던 부분은 사고를 은폐하려는 것으로 보였다. 확인 가능한 증거가 줄어들면서 삼성크레인 사고 지원단과 법률단은 한계가 분명했다"고 했다.

산재 사고 책임자 처벌이 어려운 부분도 지적했다. 김태형 변호사는 "피의자로 기소된 이들을 보면 최고책임자인 대표이사는 빠져 있다. 산재 책임구조는 현장관리자만의 책임이 아닌 안전관리를 못한 최고책임자에게 있지만 이들에게 법적 처벌을 묻는 것은 벌금에 그친다. 5월 7일 선고가 나더라도 무거운 처벌은 안 나올 것 같다"고 말했다. 김 변호사는 "영국을 보면 산업재해 사망사고가 발생하면 강력한 처벌을 준다. 우리도 중대재해 기업 처벌에 관한 특별법 제정까지 나아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노동자 지원단은 29일 오후 6시 30분 민주노총 경남본부 4층 강당에서 열리는 <나, 조선소 노동자> 북콘서트에 참석한 뒤 각자의 본업으로 돌아간다. 산재가 줄어들고 피해 회복과 함께 산재가 사라지는 것을 목표로 이들은 꾸준히 활동을 이어갈 계획이다. 책은 삼성중 크레인 사고 2주기를 앞두고 당시 참상을 목격하고 산재 트라우마를 겪는 노동자 9명 목소리를 담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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