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 농성 등 본격화
바른미래당 일부 반발에 내홍
여론은 신속처리 추진에 무게

23일 여야 4당이 최종 합의한 선거제도 개편 및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 설치 관련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지정절차) 추진의 후폭풍이 거세다.

자유한국당은 "민주주의를 유린하는 좌파독재 장기집권 플랜"이라며 국회 농성과 장외투쟁을 본격화하기 시작했고 의원총회를 통해 가까스로 4당 잠정합의안을 통과시켰던 바른미래당은 일부 의원의 반발이 이어지며 내분이 증폭되는 모습이다.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는 23일 청와대 앞 규탄집회에서 "연동형 비례대표제는 제왕적 대통령제 하에서 의회를 갈가리 찢어 대통령이 하고 싶은 것 마음대로 하겠다는 제도고 공수처 역시 검찰과 경찰, 법원을 정권 마음대로 하겠다는 좌파독재의 마지막 완성 퍼즐"이라며 "문재인 대통령은 다시 국회가 어려운 민생과 경제를 챙길 수 있는 그런 국회로 돌아가도록 이 같은 음모를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 문희상(가운데) 국회의장이 24일 오전 여야 4당의 선거제·개혁법안 패스트트랙 문제로 국회의장실을 항의 방문한 자유한국당 의원들을 피해 이동하다 김명연 의원 등에게 막히고 있다. /연합뉴스

상황은 그러나 한국당에 유리하지 않다. 나머지 4당과 현실적 타협점부터가 문제다. 한국당이 주장하는 '패스트트랙 전면 철회' 관철이 불가능한 현실에서 지금과 같은 강도 높은 투쟁이 과연 얼마나 이어질지 회의적 시선이 팽배하다.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4일 확대간부회의에서 "우리도 많이 해본 일이라 아는데 한국당의 강경투쟁은 오래 못 간다"며 "한국당은 자제하고 국회에 들어와야 한다. 여러 입법안과 민생 관련 추가경정예산안을 통과시키는 게 매우 중요하다"고 자신 있어 한 배경도 그것이다.

국민 여론 또한 부담이다. 큰 격차는 아니지만 민심(정당 지지율)을 최대한 반영하는 연동형 비례대표제와 공수처에 대한 국민 반응은 대체로 긍정적이었다. 이번 패스트트랙 합의 역시 마찬가지다. 오마이뉴스·리얼미터가 23일 전국 성인 남녀 504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여론조사(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에 따르면, 패스트트랙 합의에 대해 '잘했다'(50.9%)는 응답이 '잘못했다'(33.6%)보다 더 많았다.

한국당에 위안이 있다면 경남 등 영남권과 보수층 결집 움직임이다. 위 조사에서 경남·부산·울산(45.5% 〉 36.5%), 대구·경북(39.8% 〉35.1%) 지역과 보수층(61.3% 〉 23.3%)은 전국 평균과 달리 부정평가에 더 많은 지지를 보냈다.

한국당의 가장 큰 고민은 패스트트랙을 저지할 뚜렷한 방법의 부재다. 민주당과 바른미래·민주평화·정의 야 3당 총 의석수가 177석에 달하는 상황에서 길게는 330일, 짧게는 180일이 소요될 신속처리안건의 국회 본회의 상정 때 한국당이 물리적으로나 제도적으로 이를 막을 수단은 없다.

공수처법 등을 심의하는 국회 사법개혁특별위원회 바른미래당 간사인 오신환 의원이 패스트트랙에 반대하고 있지만 바른미래당 지도부는 오 의원을 교체해서라도 의결을 마칠 태세다.

한국당으로선 당분간 고강도 및 저강도 투쟁을 이어가다 지역구 축소(253석→225석)로 피해를 입을 여야 의원들이 본회의 등에서 '반란표'를 던지길 기대하는 수밖에 없어 보인다.

홍영표 민주당 원내대표는 "한국당이 철야농성과 장외투쟁을 하는 건 다른 정치적 이유가 있지 않나 싶다"며 "패스트트랙 상정은 법안을 확정하는 게 아니라 처리를 위한 논의를 시작하자는 것이다. 앞으로 충분히 협상할 여지가 있는데 반대하는 이유를 모르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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