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적 같은 봄소식 가장 먼저 전해주오

'봄까치꽃'은 산과 들에서 이른 봄에 가장 먼저 피어 봄을 알려 준다고 해요. 그 꽃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예수님의 얼굴이 보인다고 해요. 그 꽃을 찾아가 보기로 해요.

예수님이 십자가를 어깨에 지고 그 험한 골고다 언덕을 오르고 있었어요. 그 뒤로는 예수님을 따르는 사람들, 특히 여인들이 울먹이는 소리로 예수님을 부르고 분함을 참지 못했어요. 이를 제지하려는 관리들이 눈을 부릅뜨고, 따르는 여인들을 향해 무서운 채찍을 휘두르며 고함을 질러대었어요. 그러나 수많은 사람들이 이를 겁내지 않고 울부짖으며 에수님의 십자가 뒤를 따라갔어요.

그 군중들 중에 베로니카라는 여인이 예수님을 가까이 따르며 예수님의 고통을 쳐다보며 거친 숨을 쉬었어요. 예수님의 고통을 자신의 고통으로 대신해 주고 싶은 마음이었어요. 베로니카는 채찍을 든 관리들도 두려워하지 않았어요.

베로니카 여인은 온 몸을 부들부들 떨며 예수님 가까이에서 따라갔어요. 베로니카의 마음속에는 오로지 예수님밖에 없었어요.

예수님은 베로니카에게 특별한 분이었어요. 자기의 몸을 낫게 해준 예수님의 은혜를 잊을 수 없어 베로니카가 혼잣말처럼 중얼거렸어요.

'내가 불치의 병 혈루증을 앓고 있을 때, 예수님이 가까이 오셔서, 내가 그 분의 옷자락을 잡고 매달리자 내 혈루증이 씻은 듯이 나았어. 그런 예수님을 내가 어떻게…….'

▲ 봄까치꽃의 꽃말은 '기쁜 소식'이다. /경남도민일보 DB

◇고통

베로니카 여인은 할 수만 있다면 예수님의 그 힘든 고통을 대신해 주고 싶었어요. 무거운 십자가를 지고 험한 바위 산 골고다 언덕을 오르다 쓰러져, 온 몸에 피가 흐르는 고통을 보며 베로니카 여인은 숨이 멎을 듯했어요.

예수님이 쓰러지면 베로니카도 먼 발치에서 바라보고 함께 쓰러지면서 고통을 함께했어요. 그러다 관리들의 채찍에 무섭게 혼이 나기도 했지만 베로니카는 예수님의 뒤를 따라가며 예수님의 아픔을 자기 아픔처럼 여기며 신음 소리를 내었어요.

멀찍이 뒤에서 따라오는 군중들도 시간이 지날수록 그 소리가 거칠어져 갔어요. 예수님을 따르는 군중들이 아우성을 지르자, 채찍을 든 관리들이 채찍을 휘두르며 눈을 부릅뜨고 군중들을 노려보았어요. 군중들은 아무도 그것을 겁내지 않았어요.

그때였어요.

예수님이 골고다 언덕을 오르다가 무거운 십자가를 어깨에 진 채 넘어졌어요. 이를 본 관리들이 무서운 채찍을 하늘 높이 쳐들었다가 예수님 등을 향해 힘차게 때렸어요. 예수님이 앞으로 쓰러지며 어깨와 몸에 핏자국이 낭자하게 나고 피가 흘렀어요. 군중들이 우- 함성을 질렀으나 워낙 무서운 관리들이 경계를 서서 군중들도 울부짖기만 했어요.

예수님은 고통을 참느라고 숨을 거칠게 쉬고 몸을 몇 번 뒤척이다가 앞으로 쓰러졌어요.

바로 그 순간이었어요. 멀찍이서 이를 지켜보던 베로니카 여인이 나는 한 마리 비둘기처럼 빠르게 예수님 앞으로 달려갔어요. 베로니카는 가슴속에 소중하게 간직한 하얀 손수건을 하나 내어 피와 땀이 흐르는 예수님의 얼굴을 닦았어요. 너무도 순간적이어서 관리들이 어쩔 수 없었지만 관리들도 그 여인의 행동에 감동을 했는지 그것을 제지하려고 하지 않았어요.

베로니카가 울먹이면서 자기가 품속에 간직한 하얀 손수건으로 예수님의 얼굴을 떨리는 손으로 닦아내자, 예수님은 모든 것을 베로니카에게 맡긴 채 편안하게 숨을 쉬었어요.

◇손수건

예수님은 고개를 들고 눈을 떠 베로니키를 보더니, 무언가를 기억하는지 그의 얼굴에 평화가 잠시 흘렀어요.

그때였어요.

하얀 손수건으로 예수님의 얼굴을 닦던 베로니카가 깜짝 놀랐어요. 자기가 정성을 다하여 예수님의 얼굴을 닦은 그 하얀 손수건에 예수님의 얼굴이 선명하게 나타났어요. 베로니카는 손을 바르르 떨며 그 기적의 손수건을 두 손으로 소중하게 받쳐들었어요. 그 순간 또 다른 기적이 나타났어요. 예수님이 그려진 그 손수건에서 별빛처럼 수천 수만의 빛이 반짝이더니, 그 빛이 민들레 꽃씨처럼 골고다 양쪽 언덕 풀밭으로 날아갔어요.

베로니카는 그 순간이 너무도 감동되어 숨을 멎고 가슴에 수없는 십자가를 그었어요.

그 무서운 관리들도 그 순간은 어쩌지 못했어요.

잠시 후, 예수님은 관리들에게 이끌려 그 무거운 십자가를 메고 험한 바윗길을 힘겹게 올라갔어요.

이듬해 봄이 되었어요.

베로니카 여인은 차가운 겨울이 지나자, 예수님이 쓰러진 그 골고다 언덕에 가보고 싶었어요. 그 쓰러진 자리에 꿇어 앉아 기도를 드리고 싶었어요. 그리고 민들레 꽃씨처럼 흩어진 그 빛의 씨앗들이 어떻게 되었는지 궁금했어요.

아직은 골고다 언덕에 차가운 겨울바람이 바위틈에 도사리고 있어요. 그러나 봄 햇살이 살그머니 산, 들의 풀잎을 도닥거리며 깨우고 있었어요.

베로니카 여인은 숨을 할딱거리며 비탈진 골고다 언덕을 천천히 올라갔어요. 예수님이 쓰러진 바로 그곳까지 와서 베로니카는 눈을 감고 십자가를 그었어요. 그리고 밝은 봄햇살을 보았어요.

그러다 베로니카 여인은 길가의 보라색 풀꽃을 보았어요. 아직은 봄이 오기 이른 때인데 작은 보라색 실눈을 뜬 풀꽃들이 수없이 피어 있었어요.

"아하, 이 꽃이 바로 그날 예수님의 얼굴을 닦은 손수건에서 나온 그 빛의 씨앗이 민들레꽃씨처럼 흩어져 들꽃으로 피어난 거야."

◇보라색 꽃

베로니카가 그 봄햇살이 곱게 비추는 실눈 같은 보라색 꽃을 자세히 보았어요. 그 꽃에 가벼운 뽀뽀라도 할 마음으로 가까이 들여다보았어요.

그 순간, 베로니카는 그만 깜짝 놀라서 그 꽃 앞에 무릎을 꿇고 말았어요. 그리고 가슴에 수없이 십자가를 그으며 울먹이었어요.

봄햇살이 실눈 같은 보라색꽃을 살며시 비추자, 그곳에 예수님의 얼굴이 기적처럼 웃고 있었어요.

"예수님, 이 골고다 언덕에 핀 수많은 꽃송이마다 예수님이 웃고 계시겠네요."

베로니카가 천천히 일어서서 골고다 길 양쪽을 보자 수없는 보라색꽃들이 하늘의 별처럼 반짝이고 있었어요. 그 꽃송이마다 예수님이 웃고 계실 것이라고 생각하니 베로니카의 가슴은 한없이 더워 왔어요.

골고다에 내리는 봄햇살이 그런 베로니카를 예수님의 손길처럼 곱게 쓰다듬었어요.

사람들은 이꽃을 '봄까치꽃'이라고 불러요. 다른 꽃보다 가장 먼저 피어 봄을 일찍 알려준다는 의미인 것 같아요.

베로니카 여인의 이름을 따서 '베로니카꽃'이라고도 한다네요. 우리나라 야생화 사전에는 '개부랄꽃'이라고 한답니다. 우리 선조들이 꽃 이름을 특이하게 붙인 이유는 아주 귀한 것에는 천한 이름을 붙인다고 하는군요. 귀한 집 외동아들의 이름을 '개똥이', '소똥이'라고 하듯이 말이에요.

봄까치꽃의 이야기에는 기적이 몇 번 일어났나요?

봄까치꽃의 꽃말은 '기쁜 소식'이라고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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