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부터 이어진 거창국제연극제의 파행이 해소될 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다. 거창군이 연극제를 정상화하기 위해 거창국제연극제 집행위원회로부터 연극제 상표권을 사들여 거창문화재단으로 주최를 일원화하기로 한 것이 사태를 더욱 키우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지난해 말에 거창군과 집행위가 상표권 매입에 관한 계약을 체결하면서 문제가 풀리는 듯했지만, 매입 가격에서 큰 이견을 보이면서 갈등이 또 불거졌다. 시민단체들은 졸속추진이라며 그 배경을 정확히 공개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상표권 매입 가격 논란에서 드러난 거창국제연극제의 파행은 연극제의 정상화가 대단히 어려운 일이며 자치단체가 민간단체로부터 상표권을 매입하는 방식으로는 해결할 수 없음을 말해준다. 애초 연극제 파행의 불씨가 된 것은 집행위의 불투명한 보조금 운영이 감사원에 적발된 데 있다. 이 문제가 개선되지 않자 거창군은 2016년부터 독자적인 연극제 개최를 추진했다. 거창군으로서는 이번의 상표권 매입을 통해 집행위의 불만도 달래고 연극제도 군 중심으로 일원화할 수 있다고 판단한 듯하다. 그러나 집행위 측에서 최대한 이익을 남기기 위해 감정가를 높이 잡은 것이 다시 파행을 일으킨 것이다.

상표권 이전을 둘러싼 논란을 들여다보면, 세금으로 키워온 연극제가 일개 이익집단의 사유물쯤으로 처리되는 현실에서 씁쓸함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거창군도 이에 동의한 측면이 있다는 점에서 책임을 벗을 수 없다. 거창의 시민단체들이 졸속으로 계약을 처리한 공무원의 책임을 묻겠다며 강경하게 나오는 것도 경남 도민과 거창 군민들의 손으로 키워온 연극제의 가치가 민간단체의 이익 보전으로 귀결되는 것을 납득할 수 없기 때문이다. 더욱이 연극제 파행의 근본적 책임은 회계를 불투명하게 처리했던 집행위에 있으므로 이에 대한 책임을 지거나 징벌을 당하지도 않은 채 그들에게 보상이 주어지는 방식으로 문제가 처리된다면 군민을 설득하기 힘들 것이다. 거창국제연극제의 정상화는 지역주민 의사가 직접 반영되는 구조에서 다시 논의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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