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친화도시, 아이들의 의견 반영 중시
우리 교육현장에 그럴 기반 조성돼 있나

일본인과 프랑스인 부부가 아이를 프랑스 초등학교에 전학시킨 후 겪은 이야기다. 역사시험을 보고 나서 학교를 항의 방문했다. 0점을 받았기 때문이다. '제2차 대전에 대해 설명하라'는 문제에 대해 아이는 배운 대로 적었다. '일본과 독일, 이탈리아, 미국, 소련, 프랑스 등이 참전한 세계 규모의 전쟁으로 1945년 종전'. 부모는 문제없는 답이라고 여겼지만 담임선생님의 생각은 달랐다. "이 답에는 아이의 생각이 단 하나도 들어 있지 않습니다. 아이의 생각을 전혀 알 수 없어요. 교과서 내용에 대해서도 '아니야'라고 할 수 있는 용기를 가질 수 있도록 부모님께서 지도해 주세요." 외국인 부부의 경험이지만 전율이 일었다. 학창시절, 역사에 자기 생각이 필요하다고 배운 적이 없기 때문이다.

창원시가 경남에서는 김해에 이어 두 번째로 유니세프 아동친화도시를 추진하고 조성한다고 한다. 아동친화도시는 1996년 제2차 유엔인간정주회의에서 결의되었다. 도시가 모두에게 살기 좋은 곳으로 거듭나야 하며, '아동의 안녕이야말로 건강한 도시, 민주적 사회, 굿 거버넌스의 평가 지표'임을 선언한 것이다.

유니세프 아동친화도시로 인증받기 위해 10가지 원칙을 지켜야 한다. 아동의 참여와 아동친화적 법체계를 마련, 아동권리전략을 세우고 아동권리 전담기구를 둬야 한다. 아동영향평가와 아동관련 예산확보, 정기적으로 실태를 보고해야 하고, 아동권리에 대한 홍보를 비롯, 아동을 위한 독립적 대변인도 있어야 한다. 또한, 아동안전을 위한 조치를 해야 한다. 행정당국과 관련기관들이 해결해야 할 몫은 걱정하지 않겠다. 대신 가장 먼저 언급된 '아동의 참여' 부분이 무겁게 다가온다. 아동에 관련된 일을 시행할 때 아동의 의견을 듣고 고려해야 한다는 것인데, 우리 교육현장에 그럴 수 있는 기반이 조성되어 있는지 궁금하다. 경상남도학생인권조례조차 힘들게 추진되고 있지 않은가. 그것도 어른들이 대신 싸우고 있는 형국이다. 아동참여의 주체여야 하는 아이들이 자신의 생각이 아니라 어른들에게 배운 대로만, 어른들의 기분에 맞는 생각을 말하지 않을까 걱정된다.

"안녕하세요. ○○초등학교에 다니는 1학년 학생입니다. 반가워요. 요즘 학교에서 이웃에 대해 배우고 있어요. 이웃은 힘들 때 서로 돕고 행복을 나누는 사람이라고 들었어요. 앞으로 좋은 이웃이 되기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사랑합니다."

한 도시 아파트 엘리베이터 벽면에 붙은 분홍색 메모지에 쓰인 글이다. 근처 초등학교 1학년생이 서툰 글씨로 쓴 내용이었다. 이 글을 읽은 아파트 주민들은 "고마워요"라며 답글을 달아주기도 했다. 이 아이의 작은 행동이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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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이 자라는 데 필요한 것으로 도전과 모험을 말한다. 도전은 그 대부분이 어느 정도 안전이 보장된 상태에서 이미 만들어진 목표를 달성하는 일이다. 모험은 낯설고 위험도 섞여 있으며, 과정 안에서 스스로가 목표를 만들며 나아가는 일이다. 어른들은 당연히 아이들에게 도전을 시키고 싶어 한다. 하지만 정작 절실하게 필요한 것은 아이 스스로 겪으며 만들어가는 모험이다. 도전 대신 모험을 해야 한다고 말하면, 아동친화도시에 어긋나는 일일까. 아동참여는 반드시 스스로 생각하고 스스로 결정하는 일이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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