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사, 신도·정치인에 피켓 들고 구호 외치게 해

양산시기독교총연합회(회장 허남길·이하 양기총)가 주관한 부활절 연합예배에서 경남학생인권조례를 반대하는 발언과 행동이 나와 논란이 일고 있다.

지난 21일 종합운동장 실내체육관에서 열린 연합예배는 부활절을 맞아 목회자와 신도 등 8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치러졌다.

기도와 성경봉독, 찬양, 설교가 이어지는 동안 순조롭게 진행되던 예배는 김영길 북정한일교회 목사가 경남학생인권조례 폐지와 동성애 차별금지법 반대를 위한 기도에 나서면서 문제가 됐다. 김 목사는 그동안 학생인권조례 폐지를 주장해온 양산지역 시민단체 상임대표를 맡아 반대 운동을 주도해왔다.

이날 김 목사는 기존 주장처럼 학생인권조례가 성 문란과 동성애 등을 조장하고, 이를 전교조 교사가 가르치고 있다는 취지로 말하며, 연합예배를 축하하고자 참석한 정치인에게 동참을 요구하기도 했다. 김 목사 요구에 따라 일부 참석자와 정치인은 사전에 나눠준 학생인권조례 폐지 팻말을 들고 구호를 외치는 등 예배는 순식간에 궐기대회 현장으로 변해버렸다.

예상치 못한 상황에 일부 신도는 물론 목회자까지 부활절 의미를 되새기는 연합예배 취지와 맞지 않는 정치적 행위라며 양기총을 비판하고 나섰다. 평산교회 강진상 목사는 "학생인권조례 찬반을 떠나 스스로 예배 모범의 틀을 깨 버렸다"며 "정치선동장으로 바꿔 부활절 예배 정신을 송두리째 무너뜨리고 말았다"고 말했다.

이 같은 사실이 알려지자 지역사회에서도 종교인으로 적절하지 않은 행동이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양산YMCA 이지양 사무총장은 "기독교인으로 부끄럽다"며 "학생인권조례가 생기면 동성애가 만연하고 초등학생에게 성을 강요하는 사회가 될 것이라는 거짓뉴스가 교회를 중심으로 만들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 목사가 책임론을 제기한 전교조 양산지회 역시 허위 발언에 대해 경위를 파악한 후 경남지부 차원에서 대응책을 마련하겠다는 태도다.

이에 대해 허남길 회장은 "양기총 내 서로 다른 의견과 가치를 가진 목회자 의견 수렴을 거쳐 공식 입장을 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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