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픔은 다 잊고 편히 쉬길"
유족 마지막 배웅 '울음바다'
"재발 막는 것 남은 우리 책무"
경찰, 내일 안인득 검찰 송치

진주 방화·살인사건 발생 7일 만에 어렵게 마련된 희생자 4명의 합동영결식장. 적막함 속에 침묵과 흐느낌이 교차하다 유족의 헌화가 시작되자 눈물바다가 됐다.

집안의 큰 어른이라며 애써 눈물을 참던 한 유족은 끝내 벽에 기대어 고개를 들지 못했다. 어머니 김모(65) 씨에 이어 막내딸 금모(12) 양의 관이 검은 영구차에 오르자 금 양의 아버지는 뒤돌아설 수밖에 없었다. 중상을 당한 금 양의 어머니도 환자복을 입고 딸의 마지막 가는 길에 오열했다.

23일 오전 10시 진주시 한일병원 장례식장에서 합동영결식이 엄수됐다. 황모(74) 씨는 지난 21일 먼저 발인했고, 4명이 사랑하는 가족과 영원히 작별했다.

영결식에는 조규일 진주시장과 김경수 경남도지사를 대신해 박성호 행정부지사, 김창룡 경남지방경찰청장, 박대출 국회의원 등이 참석했다. 조 시장은 추도사에서 "영령들의 희생이 주는 값진 의미를 가슴 깊이 새겨 다시는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 남아있는 우리들의 책무"라고 말했다.

▲ 진주 방화·살인사건 희생자 합동영결식이 23일 진주 한일병원 장례식장에서 열렸다. 희생자 금모 양이 평소 좋아하던 과자가 영정 아래에 놓여 있다. /박일호 기자 iris15@

장례식장을 떠난 금 양의 영구차는 진주의 한 초등학교로 향했다. 교문 앞에서부터 친구들과 선생님들이 서 있었다. 운구차는 운동장을 한 바퀴 돌았고, 차에서 내린 언니가 금 양의 영정사진을 가슴에 품고 지나가자 온통 울음바다가 됐다.

금 양이 떠난 후에도 친구들은 교실로 돌아가지 못했고, 학부모들은 "이런 사회에서 우리 아이들을 어떻게 맘 편히 키우겠나?"라며 안타까워했다.

피의자 안인득에게 평소에도 위협을 느끼다 결국 희생된 최모(19) 양의 운구차도 다니던 학교에 들렀다. 본관 앞에 있던 선생님들은 최 양의 영정사진을 보고 흐느끼며 눈물로 제자를 배웅했다. 학생들은 교실에서 창밖을 내다보며 눈물을 터뜨렸고, 서로 달랬다.

한편, 진주경찰서는 진주 방화·살인사건 수사를 마무리해 25일 사건을 검찰에 송치할 예정이다. 경찰은 24일 유족들에게 수사과정을 설명하고, 25일 오전 수사결과를 발표할 계획이다.

경찰 관계자는 "피의자 안인득이 진술 거부 등을 하지 않고 있으며 프로파일러와 함께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수사는 마무리 단계"라고 말했다.

피의자 안인득(42)은 지난 17일 오전 4시 25분께 진주시 가좌동 한 아파트에 불을 지르고, 화재경보음을 듣고 대피하던 주민에게 흉기를 휘둘러 5명을 살해하고 6명을 다치게 한 혐의로 구속됐다. 대피하는 과정에서 주민 7명은 연기를 마셔 병원으로 옮겨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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