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지엠 비정규직 해고자
복직 요구 천막농성 12일째
"동료들의 냉대 가슴 아파"

한국지엠 비정규직 해고자들이 복직을 요구하며 천막농성에 들어간 지 12일이 흘렀다. 이들은 여전히 생계를 걱정하면서도 현장 복귀를 간절히 바라고 있다.

지난해 12월 창원고용노동지청 중재로 한국지엠 창원공장 8개 사내하청업체 대표들은 금속노조 경남지부, 한국지엠창원비정규직지회와 신규 인력 채용 시 해고자를 우선 채용하기로 합의했다. 8개 하청업체는 해고자 63명에 대해 순차 복직을 하기로 했었다. 그러나 4개월이 지나도록 우선복직 대상자 36명을 비롯한 63명 중 복귀한 이는 11명뿐이다. 그러는 사이 한국지엠 창원공장 사내하청은 50여 명을 신규 채용했다.

창원노동지청과 한국지엠 관계자, 민주노총 경남본부는 비정규직 복직 문제를 위해 지난 11일 만났다. 그러나 사측은 합의안 이행이 어렵다고 했다.

해고자들은 다시 농성장을 차릴 수밖에 없었다. 금속노조 한국지엠창원비정규직지회는 지난 12일 한국지엠 창원공장 정문 앞에 천막을 치고 농성을 시작했다. 매일 2명이 오후 4시를 기점으로 12시간씩 교대하며 농성장을 지키고 있다.

▲ 금속노조 한국지엠창원비정규직지회 소속 해고노동자 김지민 씨가 23일 오후 한국지엠 정문 앞 천막농성장에서 농성을 하고 있다. /박종완 기자

23일 오후 농성장에서 만난 김지민(33) 씨는 지난 2007년부터 한국지엠 하청노동자로 일하다 지난 2018년 2월 1일 해고됐다.

해고자에게 현실적 어려움은 생계 문제다. 김 씨는 가장으로서 지난해 해고된 뒤 생계비 걱정이 컸다고 밝혔다.

그는 "해고자를 보면 생계에 직격탄을 맞은 사람들이 많다. 나는 그나마 가계빚이 없고 딸이 어린이집에 다니고 있어 생계비 걱정은 덜하다. 그렇다고 걱정이 없는 것은 아니다. 일할 때보다 수입이 반 이상 줄었으니 그것만으로도 가계에 큰 타격"이라고 했다.

금속노조는 김 씨와 같은 해고자를 위해 매달 신분보장금 187만 원을 지원하고 있다. 김 씨는 "금속노조 지원금이 아니었다면 정말 막막했을 것 같다. 이마저도 5월 지급이 마지막이라니 걱정이다"고 했다. 금속노조는 6월부터는 매달 경남지부 조합원 1인당 1만 원씩 공제해 해고자들에게 신분보장금을 지급할 계획이다.

생계비 외에도 해고자들에게는 핀잔과 차가운 시선이 더 큰 상처다. 김 씨는 10년간 동고동락하며 형·동생으로 지냈던 이들의 냉대에 상처를 입는다고 했다. 그는 "힘든 시절 함께 보냈던 사람들이 농성장에 있는 내게 차가운 시선을 보낼 때, 연락을 해도 조합원과는 말하고 싶지 않다는 자세를 보일 때면 가슴이 아프다. 해고 노동자가 무슨 잘못을 했기에 이런 반응을 보이는지 알 수가 없다"고 했다.

그러나 그는 현장으로 돌아가고 싶어 농성을 멈출 수 없다고 밝혔다. 김 씨는 "해고 노동자들이 노동지청에서 점거 농성을 하고 기자회견을 하면서 외쳤던 것은 '함께 살자'는 것과 함께 '고용보장'이었다. 노동자가 현장에서 일하고 싶다고 말하는 데 다른 이유는 필요치 않다. 그저 해고 이전처럼 현장에서 일하는 게 꿈이다"고 말했다.

금속노조는 25일 낮 12시에 한국지엠 정문 앞에서 해고노동자를 위한 결의대회를 연다. 김 씨는 "이번만큼은 우리의 간절한 목소리를 사측이 귀담아 들어줬으면 하는 바람이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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