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위·장애인단체 토론회
사회적 낙인·혐오 만연 지적
'보편적 차별금지법'제정 촉구

장애인차별금지·권리구제법이 시행된 지 11년이 지난 지금 장애인 차별은 없어졌는가?

이런 물음에 "차별·혐오가 큰 잘못이라는 인식이 확산됐다면, 진주 방화·살인사건을 막을 수도 있었을 것"이라는 의견이 쏟아졌다. 국가인권위원회 부산인권사무소와 경남장애인권리옹호네트워크는 23일 창원컨벤션센터에서 '장애인 차별과 혐오 해소를 위한 토론회'를 했다.

김성연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 사무국장은 '장애인 비하·혐오 표현의 사례와 실태'를 발표했다. 김 사무국장은 '이렇게 사느니 죽는 게 낫지, 요즘 안락사도 있고 그런 방법들이 많이 있다고 하던데…', '이제 장애인들이 놀이 기구도 타겠단다. 먹고사는 것 나라에서 해줬더니 놀기까지 하겠다고 난리를 치네' 등 사례를 들며 "장애인 앞에서 서슴없이 뱉는 등 자신의 행동이 혐오라는 것조차 알지 못한다"고 말했다.

이어 "장애인은 아무것도 할 수 없고, 사회에 아무 도움도 안 되는 우리의 세금으로 먹고사는 사람이기에 그런 취급을 받아도 마땅한 사람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김 사무국장은 "다름이 인정되지 않으면, 장애를 빼더라도 무언가 다른 이유로 또 다른 혐오와 차별이 발생하게 될 것이다. 그래서 장애인에게도 보편적인 차별금지법이 필요하다. 어느 누구도 혐오 대상이 되지 않아야 장애인도 혐오로부터 빠져나올 수 있다"며 '보편적인 차별금지법' 제정 중요성을 강조했다.

▲ 국가인권위원회 부산인권사무소와 경남장애인권리옹호네트워크는 23일 창원컨벤션센터에서 '장애인 차별과 혐오 해소를 위한 토론회'를 했다. /이혜영 기자

김문근 대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최근 진주 방화·살인사건 여파로 정신장애인에 대한 사회적 낙인·혐오 심화를 우려했다. 김 교수는 "이번 사건 이면에는 사회적 낙인 문제가 심각하다. 모두가 정신질환자라고 손가락질하는데 '나는 치료를 받고 있다, 약을 먹고 있다'고 말할 수 있나? 치료와 재활이 좌절되는 것이다. 이번 사건은 피의자와 같은 특수한 사람만의 문제가 아니다"라고 했다.

국립정신건강센터가 한국갤럽에 의뢰해 조사한 결과(2018년)에 따르면, 국민 다수가 '정신 질환은 누구나 걸릴 수 있고'(82.3%), '치료할 수 있다'(68.1%)고 생각하는 등 정신질환자에 긍정적 인식을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10명 중 6명(60.8%)은 정신질환자를 더 위험한 사람으로 인식하고 있었다. 또 '정신 건강 문제가 있는 사람들과 함께 일할 수 있다'고 답한 사람은 10명 중 5명(50.2%), '정신질환자 이용시설이 우리 동네에 들어와도 받아들일 수 있다'는 사람은 3명(34.1%)에 그쳤다.

이는 정신질환자에 대해 관념적 수준에서 호의적이고 공감적인 태도를 보이지만 실제 긴밀하게 상호작용하는 상황에서는 거부·차별적 태도나 인식을 지니고 있음을 보여준다.

김 교수는 "경남은 정신장애인 재활시설이 가장 적은 곳이다. 진주 사건은 이런 측면에서 상징성이 있다고 본다. 자치단체의 정신장애인에 대한 인식 문제를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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