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망·부상자 대부분 여성
경찰 "위협 신고 일제점검"

여성단체들이 진주 방화·살인사건과 관련해 "경찰의 직무유기"를 비판하며, 사회적 약자에 대한 정책과 시스템을 개선해달라고 요구했다.

경남여성단체연합은 22일 오전 경남지방경찰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경찰에 아동·여성·노인 등이 도움을 호소하면 즉각 대응하고, 국가기관이 제대로 작동할 수 있도록 대응 매뉴얼을 만들고, 성인지적 감수성을 높이는 교육 계획을 수립하라고 촉구했다. 여성단체연합은 회견에 이어 경남경찰청 여성청소년과와 간담회를 했다.

이와 관련, 지난 17일 오전 4시 25분께 진주 한 아파트에 불을 지르고 대피하던 주민에게 흉기를 휘두른 혐의로 피의자 안인득(42)이 구속됐다. 피의자가 휘두른 흉기에 5명이 숨지고, 6명이 다쳤다. 사망자 4명은 여성, 1명은 70대 남성 노인 등 사회적 약자였다. 여성 중에서도 10대가 2명이었다. 또 부상자 6명 중에서도 20대 남성 한 명을 빼면 모두 여성이었다.

▲ 경남여성단체연합은 22일 오전 경남경찰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진주 방화·살인사건은 경찰의 성인지적 감수성이 높았다면 충분히 막을 수 있었던 사건"이라며 경찰을 규탄했다. /박일호 기자 iris15@idomin.com

여성단체는 피의자와 관련해 수차례 신고가 경찰에 접수됐는데도 이런 참극이 일어난 점을 비판했다. 피의자가 범행을 저지른 아파트에서만 주민이 지난해 9월부터 올해 3월까지 오물이 뿌려졌다거나 주민과 시비, 이웃과 불화 등으로 모두 6차례 신고를 했다. 6건 가운데 피의자 윗집에서만 신고가 4번이나 있었다.

여성단체연합은 "피해자 중 여성 청소년이 지속적인 괴롭힘을 당했다고 한다. 자신보다 힘없고 저항하기 어려운 대상, 특히 여성을 목표로 지속적 위협을 가했고 결국 살인 사건으로 확대된 것"이라며 "그동안 여성이라는 이유로 차별받지 않고, 폭력을 겪지 않도록 대처법을 만들어 달라고 지속적으로 요구해 왔다"고 지적했다.

김윤자 경남여성단체연합 대표는 "진주 방화·살인사건은 경찰과 국가기관의 성인지적 감수성이 높았다면 충분히 막을 수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며 "경찰이 여성 등 사회적 약자를 보호할 의무를 다하고 있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민갑룡 경찰청장은 이번 진주사건과 관련해 반복적인 위협행위 신고에 대해 일제점검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민 청장은 22일 서울 경찰청사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5주간 반복적 위협행위 신고를 일제점검하고, 그 결과를 관계기관과 공유해 조처하겠다"고 했다. 이어 "예방적 차원에서 관계기관이 조치해야 할 것과 바로 수사에 착수할 사안도 있을 것이다. 입원 등 조치를 해야 할 사안이 있다면 종합적으로 분석해 판단하겠다"고 말했다. 경남경찰청은 진주사건 피의자에 대한 이전 신고 내용 처리과정을 살펴보고자 지난 18일 진상조사팀을 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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