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조금운영 불투명성 두고 잡음
개선 지적에도 변화 없이 '표류'
명칭·상표권 갈등에 파행 계속

거창국제연극제 상표권을 두고 논란이 한창이다. 11억 원이니 27억 원이니 하는 상표권 감정 금액도 그렇지만, 거창군이 거창 대표 축제 상표권을 사들인다는 그 자체가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이들이 많다. 거창국제연극제 상표권과 관련해 지금 벌어지는 일을 이해하려면 우선 거창군과 거창국제연극제집행위·거창연극제육성진흥회 사이 오랜 불신과 갈등에 대해 살펴볼 필요가 있겠다.

◇상표권이란? = 지역 축제 상표권과 관련해 비교적 최근 사례는 2013년 진주남강유등축제와 서울등축제 사이 벌어진 갈등을 들 수 있겠다. 서울등축제가 진주유등축제를 따라 했다는 건데, 당시 이창희 진주시장이 서울시청 앞에서 1인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결국, 서울시가 이듬해 축제 이름을 서울빛초롱축제로 바꾸면서 일단락됐는데, 이후 지역 축제 명칭과 관련해 '상표권'이란 말이 회자했었다. 비슷한 이름이 많아 분쟁이 예상되니 자치단체마다 상표권을 등록해야 한다는 취지였다.

상표권이란 상표에 대한 권리다. 2011년 상표법이 제정되면서 명문화됐다. 특허권이나 저작권 같은 지식재산권의 일종으로 특허청에 출원해 등록을 해야 한다. 상표권은 특허권이나 저작권보다 부정경쟁을 방지하려는 취지가 더욱 강하다.

◇거창국제연극제 상표권 = 2017년 거창국제연극제와 관련해 상표권 이야기가 나온 적이 있었다. 거창군과 거창문화재단은 이해 7월에 거창연극제육성진흥회와 갈등으로 기존 거창국제연극제와 별도로 '2017 거창한 거창국제연극제'라는 걸 열기로 했다. 당시 거창연극제육성진흥회가 거창군과 문화재단을 상대로 '부정경쟁행위금지 등 가처분' 소송을 냈다. 당시 서울중앙지방법원 제60민사부는 진흥회의 손을 들었다. 그러면서 상표권이 자치단체가 아닌 민간단체인 거창연극제육성진흥회에 있다고 했다. 법원이 거창군이 아니라 민간단체에 상표권이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애초에 거창국제연극제가 민간단체 행사로부터 시작했고, 보조금 지원 이전부터 이 명칭을 써왔다는 이유였다.

▲ 거창국제연극제 상표권과 관련한 논란은 거창군과 거창국제연극제집행위·거창연극제육성진흥회 사이 오랜 불신과 갈등에서 비롯했다고 볼 수 있다. 수년간 갈등을 되풀이하며 관객과 점점 멀어지고 있는 거창국제연극제다. 사진은 제30회 거창국제연극제 한 공연 모습. /거창국제연극제

◇거창국제연극제 기원 = 거창국제연극제는 민간에서 시작한 행사다. 거창 극단 입체가 1989년 10월에 연 '시월연극제'가 시초다. 이 행사가 발전해 1994년 6회 때는 '거창전국연극제'로, 1995년 7회부터는 거창국제연극제로 확대됐다.

그리고 1998년 제10회부터는 거창군의 지원을 받아 장소를 수승대로 옮기면서 지역 여름 축제로 거듭났다. 이후 거창국제연극제는 2014년 문화체육관광부로부터 대한민국 유망축제로, 2016년에는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선정한 지역대표 공연예술지원사업 중 하나로 선정되면서 명실 공히 한국을 대표하는 국제 연극축제로 자리 잡았다.

◇왜 이 지경까지? = 문제는 거창국제연극제에 들어간 보조금 운영의 불투명성이다. 2008년 거창국제연극제집행위원회가 감사원으로부터 보조금 집행이 적절하지 않다는 지적을 받았다. 개선을 위해 거창연극제육성진흥회를 만들었지만 불투명성이 여전하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이런 지적은 최근까지 이어졌고, 2014년 문화체육관광부 선정 유망축제였던 거창국제연극제는 급기야 최하위등급으로 몰락하기에 이른다. 진흥회에 대한 거창군의 불신이 건널 수 없는 강을 건너게 된 계기다.

문제는 개선되지 않고, 그렇다고 지역 대표 축제를 포기할 수 없었기에 거창군은 2016년 거창문화재단을 설립한 후 2017년 여름 거창국제연극제와 별도 지역 축제로 '거창한여름연극제'를 열었다. 이때가 거창국제연극제를 둘러싼 첨예한 갈등이 대외적으로 공식화된 시기다.

지난해 거창국제연극제가 정상화할 기회가 있었다. 6월 지방선거로 당선된 신임 구인모 거창군수가 의지를 보인 것이다. 하지만, 군의회와 의사소통이 부족했는지 의회에서 관련 예산이 전액 삭감되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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